천재 유격수, 잠실 왕자에게 조용히 수비 알려주고 갔다?…안재석 "선배님 칭찬에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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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최원영 기자] 여전히 끈끈한 선후배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안재석(24)은 지난 29일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시즌 초반 타격 부진 등으로 말소된 후 이날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7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선보였다. 팀의 4-0 승리에 공을 세웠다.
타격보다 더 돋보인 것은 3루 수비였다.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심재훈의 타구가 3루 선상을 타고 날아왔지만 멋지게 잡아 처리해냈다. 8회초엔 선두타자 김헌곤의 강습 타구에 바운드를 잘 맞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후속 김성윤의 땅볼 타구도 안정적으로 막아내며 2아웃을 만들었다.
안재석은 "계속 '즐겁게 하자'고 스스로 세뇌했다. 별것 아닌 플레이가 나와도 기분 좋게, 재밌게 하려 했다. 호수비 후 세리머니도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8회 김성윤의 타구를 처리한 뒤에는 자신의 글러브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안재석은 "솔직히 잡을 줄 몰랐다. 애매한 타구들이 많이 왔다. 그냥 글러브를 들이댔는데 공이 잡히고 송구까지 되니 신기했다"며 "'어우 수비 좀 잘하네' 싶었다"고 웃었다.
특별한 조력자가 있었다. 29일 잠실에서 팀 훈련이 시작되기 전 김재호가 안재석에게 수비 과외를 해줬다.
김재호는 2004년부터 2024년까지 두산에서 원클럽맨으로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현역 시절 '천재 유격수'로 통했을 정도로 수비 실력이 뛰어났다. 2024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결정했다. 2021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안재석은 김재호의 오랜 팬이었다. 데뷔 후 김재호의 후계자로 불리기도 했다.
30일 잠실서 안재석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다. 안재석은 "어제(29일) 훈련 전에 라커룸에서 선배님을 만났다. 날 불러 수비 관련 조언을 해주셨다"며 운을 띄웠다.
안재석은 "선배님께서 내게 유격수할 때 습관이 남아있다고 하셨다. 유격수는 스타트를 빨리 끊어야 한다. 공의 궤적을 예상해서 먼저 스타트를 거는 편이다"며 "3루에선 조금 더 천천히, 타구가 이뤄졌을 때 플레이를 해도 된다고 하셨다. 어차피 타구가 빠르고 수비 범위가 (유격수보다) 좁으니 천천히 판단하면 편할 거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걸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승리 후 김재호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안재석은 "선배님이 '오늘 너무 잘했어. 자만하지 말고 계속 이 흐름을 이어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칭찬해 주셔서 정말 기분 좋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3루 수비는 아직도 많이 어렵다. 그래도 2군에서 펑고를 열심히 받았고, 앞으로도 더 노력해 지금보다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재호와 안재석은 외모 닮은 꼴로도 유명하다. 안재석은 "스무 살 때부터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 배영수 코치님이 팀에 계셨을 때 '(김)재호한테 아빠라고 불러'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닮았다고 해주시면 난 오히려 좋다. 내가 봐도 닮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안재석은 "매 경기 완벽하게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매사에, 매 구에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 재밌게 시즌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안)재석이는 2군에 다녀온 뒤 얼굴 자체가 편안해지고 좋아졌다. 안타도 치고 수비도 잘하면서 홈런을 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 같다"며 "스스로 밝게 해야겠다는 마음가짐도 있는 듯하다. 콜업한 날 바로 나가서 잘해주니 내 입장에서도 타이밍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흐뭇해했다.
한편 안재석은 29일 활약으로 '잠실의 왕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먼저 두 다리를 넓게 벌려 키를 낮춰주는 등 왕자다운 매너까지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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