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지혁(가운데)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난 한 달, 류지혁(23, 두산 베어스)이 2012년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깨달은 3가지를 이야기했다.

수비가 강점인 류지혁은 7월 말부터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부상 공백을 채우면서 타격까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류지혁은 후반기 29경기에서 타율 0.323 2홈런 1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타수 4안타(1홈런) 5타점으로 히트 포 더 사이클에 2루타 하나가 모자른 활약을 펼친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강석천 두산 타격 코치는 이달 초 류지혁이 타석에서 달라진 점을 묻자 "타이밍이 좋아졌다. 안타가 1, 2개씩 나오고 있지만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방망이 욕심은 많은 선수인데 궤도에 올라왔다는 소리는 못한다. 다만 맞고 있으니까 자신감은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경기를 계속 나가봐야 잘 맞는지 스스로 알 수 있다. 한 경기 나갔다 빠졌다 하니까 자기 컨디션을 못 찾는 거다. 요즘 (김)재호가 빠져 있으니까 지금은 판단이 설 수 있을 거 같다. 계속 안타 1, 2개 나오면 스스로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22일 만난 류지혁은 "다시 또 (방망이가) 안 맞는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내 느낌이 완전 좋았을 때랑 다르다. 방망이가 사이클이 있는데, 지금은 그렇게 좋은 컨디션이 아니다. 하체로 쳐야 되는데 지금은 몸이 붕 떠서 헛도는 느낌이다. 타이밍도 잘 안 맞고 계속 상체로 치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한 훈련을 더 하면서 견디는 방법 밖에 없는 거 같다"고 설명하며 지난 한 달을 되돌아봤다.

▲ 류지혁(왼쪽)과 최주환 ⓒ 곽혜미 기자
◆ 한 경기, 안타 하나만 치자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인정 받았지만, 늘 숙제는 방망이었다. 류지혁은 올해 스프링캠프를 떠나면서도 '무조건 방망이'를 외쳤다. 지금은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 됐을까. 류지혁은 "이제 투수랑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씩 느낌은 오는데, 실천이 안 된다"며 생각과 몸이 일치하는 단계가 남았다고 밝혔다.

한 경기에 안타 하나만 치자는 생각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류지혁은 "2번 타자로 나가고 있는데, 어느 타순이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타순이 빨리 돌아오는 거 하나 다르다. 타율은 전혀 신경 안 쓴다. 한 경기에 안타 하나를 치자는 생각인데, 어차피 한 타석 나가서 안타 하나 치든, 6타석 나가서 하나 치든 똑같은 '안타 하나'다. 그러면 그날 목표는 이룬 거다. 타석에 많이 나가서 힘들다기 보다는 타순이 많이 돌면 기회가 더 생기는 거니까 좋다"고 말했다. 

잘 치는 동료들이 있어 안타 하나만 치자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류지혁은 "우리 팀은 다 잘 치니까. 9번 타자를 3번에 둘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안타여도 팀 안타가 10개 넘게 나오면서 이기니까. 그래서 나는 '형들 다 칠 때 하나만 치자'고 생각한다. 늘 보면 선발 전원 안타일 때 내가 맨 마지막이었다. 형들이 '너만 치면 돼'라고 하니까 '그래 하나만 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 1선발이든 5선발이든, 다 똑같은 투수

투수를 상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뀐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류지혁은 "1선발이든 5선발이든 다 똑같다. 외국인 투수든 국내 투수든 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이 야구 공을 잡고 던진다. 5선발은 더 치기 쉽고, 1선발 헥터(KIA)는 더 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늘 그날 투수 컨디션과 내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5선발도 긁히는 날이면 어려운 거고, 헥터나 팻딘(KIA) 해커(NC) 이런 선수들이 안 좋으면 내가 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똑같은 사람이 던지는 똑같은 공. 그래서 선발 앞에 붙는 숫자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투수는 그냥 투수다"라고 덧붙였다.

▲ 류지혁 ⓒ 한희재 기자
◆ 직접적,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고마운 형들

옆에서 챙겨주고 플레이를 보며 배울 수 있는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룸메이트 박건우(27)는 류지혁에게 힘이 되는 말은 많이 해줬다. 류지혁은 "안타 하나 못치고 삼진 2개 당하고 더그아웃에만 들어가도 (박)건우 형이 '지혁아 괜찮아 잘하고 있어. 다음 타석에 들어가서 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 준다. 방에서는 무안타 경기 하고 들어가면 '네 나이에 너처럼 하는 애가 어디있냐' '너 2군 못 간다. 너가 어떻게 가냐' 이렇게 기분을 띄워주는 말을 많이 한다. 기죽지 말라고. 그런 게 정말 고맙다"고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흔히 두산은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없다고들 하지만, 류지혁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경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차이가 크다. 나와 (김)재호 형 둘만 놓고 봐도 확실히 다르지 않은가. 지금은 (허)경민이 형이 허리가 아파서 내가 대신한다고 생각한다. 몸만 100%면 경민이 형이 나가야 한다. 나는 형들 빠진 자리를 채우는 게 할 일이다. 재호 형이 쉬어야 하는 날, 경민이 형 몸이 안 좋을 때 나가서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내 몫"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에서 뛸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했다. 류지혁은 "(김)재호 형이 복귀하고 옆에서 선수가 봐도 '우와' 하는 플레이를 했다. 선수가 봐도 배울 게 정말 많다. 시즌 내내 수비할 때 여러 경우의 수를 정말 많이 보여 주신다.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팀에 있으면서 더 멀리보고 성장할 수 있는 거 같다"며 앞으로 더 보고 배우며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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