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한 한국 축구가 거대한 격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 팀 감독이 ‘한국 대표 팀 감독’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 대표 팀과 원정 친선경기도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개최국 러시아와 10월 A매치 데이 기간 친선경기를 추진해 왔다. 전제 조건은한국이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의 본선 진출 확정이 늦어지자 러시아는 베트남 대표 팀과 경기를 대안으로 잡아 뒀다.
한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되면서 러시아는 베트남전을 취소하고 한국과 친선전을 확정했다. 공식발표는 한국시간으로 7일 나올 예정이다. 러시아는 10월 6일 한국, 10월 10일 이란과 A매치 데이 기간 친선경기를 진행한다.
한국과 러시아의 친선전 성사 가교 구실을 한 인물이 히딩크 감독이다. '스포티비뉴스'가 접촉한 히딩크 감독의 최측근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본선행과 러시아 평가전이 확정되자 한국 대표 팀 감독 부임 결심을 굳혔다.
6일 오후 YTN이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 팀 감독직 수행 용의가 있다고 1차 보도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존중하는 게 공식 입장이다. 무엇보다 히딩크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몸값을 맞춰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히딩크 감독의 측근은 “히딩크 감독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중국 대표 팀 감독을 수락하기 전에 먼저 제안을 받았고, 거절했다. 잉글랜드 대표 팀 감독직도 거절한 상황이었다”며 돈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리피 감독 연봉은 200억 원 이상, 잉글랜드 대표 팀 감독 연봉도 한국 대표 팀 감독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오랫동안 히딩크 감독의 한국 프로젝트를 함께해 온 관계자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 팀의 상황에 대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부터 우려를 갖고 지켜봐 왔다”며 “히딩크 감독이 지난 여름 러시아에서 열린 FIFA컨페더레이션스컵을 참관하던 기간 한국 대표 팀이 본선에 오른다면 감독으로 돌아가 이끌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했다.
감독 경력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참가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한다. 이미 몇몇 유럽 지역 대표 팀들이 히딩크 감독과 접촉하고 있다. 10월과 11월쯤 본선 진출 팀 윤곽이 모두 드러나는 시점에는 유럽 유력 대표 팀들이 히딩크 감독에게 진전된 제안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도전 팀으로 한국을 맡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가 연봉 문제로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자 “더 좋은 제안을 한 팀도 거절한 마당이다. 아직 조건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나눠 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 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한국 축구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번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드림필드를 비롯해 한국 축구에 적지 않은 돈을 여전히 투자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 대표 팀을 맡겠다고 했겠느냐.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내린 결정이다.”
히딩크 감독 측근은 “히딩크 감독도 대한축구협회의 예산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몸값이 문제라는 데 슈틸리케 감독보다 덜 받아도 좋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말로 합리적인 조건으로 협의가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거스히딩크재단을 만들고, 국내 장애 아동과 저소득 어린이를 위한 복지사업으로 2007년 제1호 드림필드를 개장한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아 사회 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13개의 드림필드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 축구에 투자해 온 히딩크 감독이 돈을 바라보고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 대표 팀을 첫 16강으로 이끌었고, 이후 러시아 대표 팀 감독으로 부임해 유로 2008 4강 신화를 이룩했다. 이후 러시아축구협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인생에 좋은 기억이 된 두 나라와 감독 경력 유종의 미를 원한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지, 한국 대표 팀을 부활시키고 싶다는 의지가 맞물렸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에 진출한 재능 있는 선수가 여럿 있는 한국 대표 팀과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10월 11월로 넘어가면 본선 진출을 확정할 일부 팀들이 히딩크 감독 영입을 위한 구체적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 측은 한국 대표 팀 감독 부임 의사를 밝혔고, 대한축구협회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은퇴 무대로 여기고 있다. 한국 대표 팀과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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