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건일 기자] 불펜 투구를 지켜보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임경완 투수코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글러브 찢어지겠더라".

임 코치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한 선수는 롯데 장시환이다. 8일 롯데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대만 가오슝 칭푸야구장에서 불펜 투구에 나서 위력 있는 공으로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장시환이 손에서 놓은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자 찢어질 듯한 큰 소리가 불펜을 울렸다. 곧 "나이스 볼"이라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포수 시점에서 장시환의 투구를 본 양상문 롯데 감독도 "좋다"고 끄덕거렸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가 80%까지 올라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땐 더 인상적인 구위였다.

제구도 합격점을 받았다. 가상의 타자로 오른쪽 타석에 세워둔 물체에 양 감독이 "바짝 붙여서 던져보라"고 지시하자 장시환이 던진 공은 타자 몸을 스치듯 지나가더니 스트라이크 존에 힘 있게 들어갔다. 양 감독은 다시 한번 "나이스 볼"을 외쳤다.

장시환은 아직까지 입지가 안정적인 투수가 아니다. 지난해 KT에서 롯데로 트레이드 돼 36⅔ 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66에 그쳤다. 기복과 함께 주자 유무에 투구가 달라지는 점이 지적받았다.

하지만 이날 증명하듯 구위가 롯데 내부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150km를 거뜬히 넘는다. 전 소속팀이었던 KT와 현대에서도 구위는 최고 수준이었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지난달 시무식에서 "장시환은 아까울 정도로 정말 좋은 공을 가졌다"며 중용을 예고했다.

롯데는 현재 마운드가 빨간 불이다. 지난해 선발을 지켰던 노경은이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나고 박세웅이 재활로 전반기에 자리를 비웠다. 양 감독은 장시환을 캠프에서 선발투수로 시험할 뜻을 밝혔다.

장시환은 올해로 32세. 야구선수로 기량이 꽃피울 나이다. 지난 시즌부터 장시환을 지켜본 롯데 관계자는 "올해는 의지가 남다른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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