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박대현 기자] 2006년 월드시리즈 4차전은 가을 야구에서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 준 경기였다. 세인트루이스에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뒤져 있던 디트로이트는 경기 초반 3-0으로 앞서 가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중견수 커티스 그랜더슨의 낙하 지점 포착 실수와 불펜 페르난도 로드니의 어이없는 실책이 빌미가 돼 4-5로 역전패했다. 큰 경기일수록 사소한 실책 하나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야구계 격언을 증명한 경기였다.

애초 디트로이트의 절대 우세가 점쳐졌고 9년 전 월드시리즈는 5경기 연속 실책이라는 불명예 속에 '호랑이 군단'의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포스트시즌은 정규 시즌과 다르다. 전력의 우열을 뛰어넘는 변수가 많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AL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강팀의 조건 가운데 하나인 '센터 라인의 수비력'을 기준으로 들여다봤다.

◆ '색깔 다른' 맥캔 VS 카스트로, 색다른 '안방 전쟁'

올 시즌 양키스 포수 마스크는 브라이언 맥캔과 JR 머피가 번갈아 쓰고 있다. 8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주전 안방마님' 맥캔은 빼어난 장타 생산 능력에 비해 수비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DRS(수비로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아 내느냐를 수치화한 것) 0을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가 0보다 크면 해당 포지션에서 빅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췄다는 의미가 되는데 맥캔은 2008년 DRS '8'을 기록한 이후 매년 그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

rGFP(호수비로 저지한 실점을 평가하는 지표)도 -3으로 저조하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맥캔의 수비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지 수비 자체가 하위권이라는 말은 다소 섣부른 평가로 볼 수 있다. 올 시즌 포수로서 126경기에 출전해 1042⅓이닝을 치렀는데 rSB(도루 허용/실패를 통한 득실)와 RPP(블로킹으로 인한 득실)에서 각각 0, -1을 기록했다. 이는 팀 내 2번째 포수 머피의 rSB -2, RPP 0보다 1.0 높은 수치다. 즉 맥캔은 올해 머피보다 도루 허용과 블로킹 실패에 따른 실점을 1점 줄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타율은 낮지만 26홈런 94타점을 수확한 공격형 포수로서 훌륭한 수비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휴스턴 안방은 제이슨 카스트로(28)와 행크 콩거(27)가 양분해서 지키고 있다. 카스트로는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하고 콩거는 타격 능력이 괜찮다. 두 선수의 올 시즌 DRS를 살펴보면 카스트로가 4, 콩거가 -6을 기록했다. 수비력 차이는 도루 저지율에서 극명하게 갈렸는데, 카스트로는 36% 콩거는 2%였다. 마운드 안정을 위해서는 카스트로가 포수 마스크를 쓸 확률이 높다.

타격감은 콩거가 근소하게 앞섰다. 콩거는 올 시즌 73경기에서 타율 0.229 출루율 0.311 장타율 0.448 11홈런 33타점으로 타율을 제외한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카스트로는 104경기에서 0.211/0.283/0.365 11홈런 31타점으로 활약했다.

◆ '구멍 난' 2루 메울 디디 VS '신참' 코레아 이끌 알투베

양키스 내야의 센터 라인은 디디 그레고리우스와 롭 레프스나이더가 호흡을 맞춘다. 그레고리우스는 올 시즌 수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UZR(수비 범위로 얼마만큼의 점수를 지켜 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은 지난해 -3.1에서 7.8로 크게 올랐다. UZR/150(150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수준 선수보다 얼마나 실점을 막아 냈나를 보여 주는 지표)도 지난해 -6.9에서 8.3으로 수직 상승했다. 가을 야구에서 1득점, 1실점은 경기 흐름을 좌우할 정도로 대단히 중요해진다. 팀 내 주전 유격수가 넓은 수비 범위로 팀에 8점 가량을 막아 줬다는 점은 양키스 투수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그레고리우스의 파트너로 나설 스티븐 드류와 레프스나이더의 UZR/150이 둘이 합쳐 -28.5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두 선수 모두 rGFP, DRS, UZR 등 각종 수비 지표에서 마이너스(-)를 올리고 있다. 전성기가 지난 32세 내야수와 포스트시즌 경험이 일천한 내야 유망주는 여러 면에서 가을 야구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휴스턴 키스톤 콤비 호세 알투베(25)와 카를로스 코레아(21)는 올 시즌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2루수 알투베는 메이저리그 5년째 답게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알투베는 UZR 3.3 UZR/150 4.9 실책 5개로 안정감을 뽐냈다. 그러나 올 시즌 데뷔한 코레아는 수비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종종 호수비를 펼치기는 했으나 UZR -5.2 UZR/150 -12.3 실책 13개로 다소 부진했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이 주는 부담과 가을 야구를 처음 경험하는 신인이라는 점에서 휴스턴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두 선수의 타격 능력에는 이견이 없다. 알투베는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에 맞게 0.313/0.343/0.415 15홈런 66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154경기 가운데 리드오프로 145경기를 뛰면서 낸 성적이라 더 의미가 있다. 아울러 빠른 발로 38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아메리칸리그 도루 1위에 올랐다. 코레아는 장타력을 인정 받아 시즌 도중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 올 시즌 99경기에서 0.279/0.345/0.512 22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휴스턴은 수비는 다소 불안하지만 코레아의 한 방 능력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 '지지 않는' 엘스버리와 '떠오르는' 고메스 

'부동의 중견수' 제이코비 엘스버리는 빼어난 수비력으로 외야 중심을 잡아 줄 것이다. 예년보다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올 시즌 중견수로 948이닝을 뛰는 동안 실책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으며 수비율 1.000을 기록했다. rGFP와 DRS 모두 1을 챙기며 플러스를 찍었다. 수비 범위는 전성기보다 많이 줄어들었으나 가을 무대에서는 빼어난 묘기 수비보다 잔 실수 없는 플레이가 더 중요할 수 있다(UZR, UZR/150 : 2013년 10.0, 12.9 -> 2014년 0.5, 0.6 -> 2015년 -2.8, -4.9)

휴스턴 중견수 자리는 제이크 매리스닉(24)과 올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카를로스 고메스(29)를 두고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매리스닉과 고메스는 중견수로 각각 757⅓이닝, 337이닝을 뛰었다. 그러나 고메스 영입 이후 매리스닉이 좌익수와 우익수로 출전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고메스가 중견수로 출전할 확률이 높다. 수비력도 고메스가 앞선다. 고메스는 UZR 3.1 UZR/150 14.3으로 매리스닉(UZR 2.0 UZR/150 5.6)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김종래

[기록 참조]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레퍼런스

[사진] 디디 그레고리우스(왼쪽), 호세 알투베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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