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는 지난 14일과 1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KAFA(한국영화종합예술학교) 영화 '호흡' 촬영을 두고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은 끔찍한 경험"이라며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털어 놓으려 합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윤지혜는 권만기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인 '호흡'에서 주인공 정주 역을 맡았다. '호흡'은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과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윤지혜는 영화의 제작비는 7000만원대로 "교육할 뿐 나머지 또한 다 감독이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로 소위 도와준다는 개념의 나머지 외부 스태프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윤지혜는 14일 "컷을 안하고 모니터 감상만 하던 감독 때문에 안전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주행중인 차에서 도로로 하차해야 했고, 요란한 경적소리를 내며 저를 피해가는 택시는 저를 미친년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지하철에서 도둑촬영하다 쫓겨났을 때 학생 영화라고 변명 후 정처없이 여기저기 도망다니며 이것 또한 재밌는 추억이 될듯 머쓱하게 서로 눈치만 보며 멀뚱거리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라고 썼다.윤지혜는 "엔지(NG)가 안 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지금 무슨 작업을 하는지 생각들은 하는지 되는대로 찍어대던 그런 현장이었다. 맡은 대로 자신들의 본분을 다했겠지만, 보석같은 훌륭한 스태프도 있었지만, 전체로는 전혀 방향성도, 콘트롤도 없는 연기하기가 민망해지는 주인없는 현장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러 번 폭발을 하였고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아무런 보람도 추억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는 불행포르노 그 자체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 작품이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요"라며 "알량한 마케팅에 2차 농락도 당하기 싫다. 애정을 가지고 참여한 작품에 너무 가혹한 상처들만 남았고, 제가 느낀 실체를 호소하고 싶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KAFA와의 작업의 문제점을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장문의 글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지혜는 다음날인 15일 또다른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이 가장 연장자이자 오래된 경력자였다며 "영화 홍보 문구처럼 질긴 악연은 다루는 영화를 찍다가 정말 질긴 악연이 되어버렸다. 실망하셨을 함께했던 분들의 노력을 책임지지 못해 죄송하다. 묵인하는 것보다 털어놓고 벌어지는 이후의 일들을 감당하는 것이 제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일단은 제가 너무 괴롭고 죽을 것 같아서 참을 수 없게 됐다"고 고백했다."희생, 열정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노개런티라는 말을 너무 싫어하니" 100만원으로 책정된 금액을 받았고, 소속사와 나눠 몇십만원이 입금됐다는 윤지혜는 "돈을 떠나 완성해보고 싶었던 제 개인적 희망은 사실 돈이 가장 중요한 현실적 문제들에 부딪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의 세팅이 이루어지지 못한 현장에서 그 모든 결과의 책임은 최전방에 노출된 배우가 다 짊어져야 하게 되는 것이고, 과중한 스트레스로 제게는 극심한 고통의 현장이 된 것"이라고도 토로했다.
윤지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인적인 고통으로 토로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게 돼 송구하다"며 "좌절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기운 차리겠다. 건강하겠다. 걱정끼쳐드리지 않을게요. 좋은 연기로 앞으로 보답해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연배우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촬영장에서 겪은 고통을 공개 폭로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 이번 일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윤지혜는 지난 4일 진행된 '호흡'의 언론배급시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던 '호흡' 측은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입장 발표를 예고했다.영화 '호흡'은 과거 아이를 납치했던 여인 정주(윤지혜), 납치됐던 그날 이후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민구(김대건)이 1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질긴 악연을 그린다. 윤지혜 김대건 외에 김수현, 김가영, 곽자형 등이 출연했다. 지난해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 KTH상 등 2관왕에 올랐고,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주목받은 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출을 맡은 권만기 감독은 단편 '초능력자'로 제 41 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제 16 회 대구단편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한 이력의 소유자. '호흡'은 그의 첫 장편으로 권 감독은 "죄를 지은 사람은 그 죄의식을 얼마나 무겁게 짊어지고 살아갈까"하는 의문이 작품의 시작이었다며 "어디까지나 죄를 지은 자의 감정, 고개 숙인 모습, 뒷모습, 패배감이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어둠의 얼굴"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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