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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의 야구여행]박용택, 10가지 이별이야기 #6.실패택

네이버구독_201006 이재국 기자 keystone@spotvnews.co.kr 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 휘문중 시절의 박용택. 타격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게임이다. 야구를 시작한 뒤로 늘 타격의 실패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찼다. ⓒ박용택 제공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실패를 두려워하는 선수가 아니어서 그렇다.”

친구 안치용 해설위원은 박용택이 ‘한국의 안타왕’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통 선수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주저하지만 박용택은 실패를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 도전과 변화에 대한 용기가 있다. 박용택이 먼 훗날 지도자가 된다면 자신이 잘한 부분을 지도하는 게 아니라 실패한 부분을 경험을 통해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박용택은 친구의 얘기에 “하긴, 나만큼 실패를 많이 해본 타자도 없을 것”이라며 수긍했다.

홈런을 치기 위해 몸집을 키우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고, 다시 교타자로 돌아가려다 실패의 쓴맛을 만나기도 했다. 2008년까지는 끊임없이 자신의 야구 색깔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었다.

▲ 박용택은 2005년 도루왕에 올랐을 정도로 빠른 발도 보유했다. 실패를 해도 기회를 다시 받는 툴을 가지고 있었다. ⓒ한희재 기자
“웬만한 선수는 프로에서 실패하면 기회조차 없어지잖아요. 저만큼 실패를 많이 하고 다시 기회를 부여받은 선수도 드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운아라고 봐야죠.”

박용택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 누군가는 단 한 차례 실수로 2군으로 떨어지고,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실패로 영영 유니폼을 벗기도 하니까.

박용택이 실패 속에서도 기회를 계속 잡은 것은 어쩌면 툴(Tool)이 많은 선수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는다. 2005년 ‘도루하는 4번 타자’라는 평가 속에 도루왕(43개)을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장타자로 실패하면 교타자로, 교타자로 실패하면 발이라는 강점을 살릴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는 ‘행운아’가 맞다.

그러나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변화와 도전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실패를 성공의 에너지로 치환할 수 없다. 우리는 박용택보다 더 좋은 재능을 타고난 선수가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사례를 무수히 봐 왔다. 실패의 동굴에 갇히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면 성공의 계단에 올라탈 확률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 박용택은 '나쁜 성공'보다는 '좋은 실패'를 통해 안타왕이 됐다. ⓒ한희재 기자
그렇다면 박용택은 어떻게 실패에 무릎 꿇지 않고 일어설 수 있었을까.

“누구보다 실패를 많이 해 면역이 생겼죠. 그러다 보니 변화와 도전이 두렵지 않더라고요. 타격의 매력에 대해 묻는 분이 많은데 저는 이렇게 말해요. 타격은 실패가 많은 게임이라 더 매력적이라고. 3할에 성공한다면 7할은 실패하는 거잖아요.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에 안타를 쳤을 때 희열의 크기가 더 크죠.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프로에서도 타격은 늘 변치 않고 고민거리를 안겨줬어요. 실패에 대한 고민 말이죠. 그렇지만 7할의 실패를 걱정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3할의 성공을 보고 달리는 거죠.”

야구에서나 인생에서나 ‘나쁜 성공’이 있는가 하면 ‘좋은 실패’도 있다. 박용택에게 젊은 날 불청객처럼 찾아온 숱한 실패는 결국 성공의 사다리로 가는 ‘좋은 실패’였던 셈이다.

대나무의 마디는 겨울을 나며 생긴 흔적이지만, 대나무는 그 상처 같은 마디를 딛고 자라는 법이다.

#박용택 #엘지트윈스 #안타왕 #은퇴 #이별이야기

<7편에서 계속>

■ '안타왕' 박용택, 10가지 이별이야기?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 공평한 시간은 야속하게도 우리에게 또 한 명의 레전드와 작별을 강요하고 있다. 2002년 데뷔해 2020년까지 줄무늬 유니폼 하나만을 입고 19시즌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LG 트윈스 박용택(41). 수많은 기록과 추억을 뒤로 한 채 그는 약속대로 곧 우리 곁을 떠난다. 이제 선수로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를 그냥 떠나 보내자니 마음 한구석이 아리고 허전하다. ‘한국의 안타왕’ 박용택이 걸어온 길을 별명에 빗대 은퇴 전 10가지 에피소드 형식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연재물은 2018년 월간중앙 기고문과 기자의 SNS에 올린 글을 현 시점에 맞게 10가지 에피소드 형식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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