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투수들이 생각보다 무척 잘해 주고 있다.”

계투진에 베테랑들이 가세해 상대적으로 선발진에서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감독도 지휘봉을 잡자마자 젊은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고 이는 비 시즌 FA 보상 선수 보호와 관련해 그 기조가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의 '영건'들은 감독의 기대대로 투수진을 살찌울 수 있을 것인가.

롯데는 11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닛폰햄 파이터스와 평가전 2차전을 1-1로 마쳤다. 이 경기를 끝으로 롯데는 일본 가고시마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준비한다. 가고시마에서 롯데는 기차로 2시간 거리의 미야자키에서 2차 캠프를 여는 두산 베어스와 연습 경기를 치르며 올 정규 시즌에 대비할 예정이다.

1차 캠프를 치르는 가운데 롯데 투수진에서는 지난해 선발-계투를 오가며 종횡무진했던 홍성민이 어깨 부상으로 귀국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공백이 없다. 롯데 전력에서 어느 정도 몫을 차지하던 홍성민이 3개월 가량 재활에 전념한다는 점은 반대로 4~5선발, 롱릴리프 자리를 노리는 젊은 투수들에게 치고 나갈 구멍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동기부여다.

지난해 10월 롯데 감독으로 임명된 조원우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젊은 투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고 밝혔다. kt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오른손 투수 박세웅(21)은 물론 후반기 씩씩하게 던진 김원중(25), 상무에서 제대한 고원준(26), 지난해 사이드암 선발로 가능성을 보였던 배장호(29) 등이다.

2015년 2승 11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좌충우돌하며 1군 무대를 경험한 박세웅은 9일 닛폰햄과 1차전에서 3이닝 2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포심 패스트볼이 시속 148km에 이를 정도로 페이스가 빨리 올라왔다. 지난해 박세웅의 최고 구속이 149km라는 점을 돌아보면 올 시즌 더 빠른 공을 기대해 볼 법하다.

넥센에서 '소년 가장 선발' 노릇을 하다 2010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2011년 시즌 초반 다목적 투수로 활약했던 고원준은 재기를 노린다. 고원준은 11일 오타니 쇼헤이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닛폰햄 타선을 상대로 3이닝 4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41km 가량이지만 1차 캠프치고 나쁘지 않은 페이스다. 커브, 슬라이더, 싱커를 섞어 던지며 사4구 없이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박세웅과 고원준 외 다른 투수들도 후위 선발 및 롱릴리프 자리를 노릴 만하다. 2011년 1순위 출신 김원중은 11일 닛폰햄전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단 7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배장호는 9일 닛폰햄전 네 번째 투수로 올라 1이닝 17구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이재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젊은 투수들의 페이스가 좋다는 것이 조 감독의 이야기다.

조 감독은 “9일 닛폰햄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치고 5-4 승리한 데는 박세웅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며 “투수들이 생각보다 무척 잘하고 있다. 페이스가 빠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투수들이 제자리와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칭찬하는 동시에 경계심을 심어 주기 위한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오르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페이스가 빠른 것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오버 페이스 때문에 정작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떨어져 1군에서 쓸만한 젊은 투수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면 더 안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기 때문. 조 감독이 '잘하고 있으나 페이스가 빠르다'고 이야기한 것은 젊은 투수들이 캠프와 시범경기가 아닌 페넌트레이스에서 100%의 힘을 발휘해 주길 바란 것이다.

젊은 투수는 대체로 존재 자체가 '물음표'다. 리그에서 꾸준히 검증 받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1군에서 기회를 얻었던 고원준은 상무 복무로 2년이  넘는 1군 공백기를 갖고 돌아왔다. 동기부여는 크지만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린다면 정작 보여 줘야 하는 순간 제 공을 못 던질 수도 있다. “페이스가 빠르다”는 조 감독의 이야기는 한갓 '기우'에 그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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