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대한항공이 3강 체제를 이루며 V리그 남자부가 반환점을 돌았다.

27일 우리카드가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2로 이긴 경기를 끝으로 2016~2017 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3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대한항공이 3강 체제를 이뤘고 '봄 배구'를 향한 4위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와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의 부진이 눈에 띈다. V리그 남자부 7개 팀의 전반기 성적에 점수를 매겨 봤다.

A+: 스피드 배구는 계속, 현대캐피탈

지난 시즌 정규 리그 우승 팀답게 이번 시즌에도 순항을 이어 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 톤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고 있다. '믿을 구석'이 많은 현대캐피탈을 꺾는 것은 쉽지 않다. 

'주포' 문성민은 완급을 조절하는 영리한 공격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신영석과 최민호 센터 공격수가 제 임무인 블로킹과 속공을 제외하고도 좌우 측면 공격에 힘을 보태면서 공격 다양성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문성민, 신영석 등 선참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잘 뭉친 팀 분위기가 강점이다. 후반기에도 현대캐피탈의 질주가 예상된다. 이번 시즌엔 포스트시즌 경기를 잘 치르는 것이 관건이다.

▲ 한국전력 ⓒ한희재 기자

A: KOVO컵 우승의 기세 살려, 한국전력

KOVO컵의 돌풍을 정규 리그에서도 잇고 있다. 전광인과 바로티 두 공격수가 활약하고 있고 이 뒤를 받치는 서재덕의 활약이 컸다. 방신봉과 윤봉우가 중심이 된 노련한 센터 라인도 든든하다. 두 선참 선수는 경기 외적으로도 팀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서재덕은 "형들이 운동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변수는 두껍지 않은 선수층이다. 전광인의 발목이 좋지 않다. 투혼을 살려 출전하고 있고 서재덕이 활약하고 있지만 뒤를 받칠 선수가 마땅치 않다. 후반기는 점점 체력이 중요해진다. 체력은 부상과도 직결된다.

▲ 대한항공 ⓒ곽혜미 기자

B+: 두꺼운 선수층으로 후반기 반전 노린다, 대한항공

시즌 출발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다. 3라운드에 급작스레 패배가 늘면서 단독 선두에서 내려와야 했지만 아직까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전반기를 마친 상태에서 선두 현대캐피탈과 승점 4점 차다. 박기원 감독 역시 "3위 정도면 예상 범위에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레프트 공격수 김학민과 신영수가 점차 제 컨디션을 찾는 것이 눈에 띈다. 곽승석, 정지석 등 그 뒤를 받치는 선수들도 뛰어나다. 두꺼운 선수층을 갖춘 대한항공은 체력이 중요해지는 후반기에 들어서 힘을 낼 수 있다.

대체할 수 없는 가스파리니와 한선수의 체력 관리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박 감독 역시 체력 문제를 잘 알고 있다.

▲ 우리카드 ⓒ한희재 기자

B+: 더이상 꼴찌가 아니다, 우리카드

4위란 순위 자체가 뛰어나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우리카드라면 그 의미가 분명 다르다. 2014~2015 시즌과 2015~2016 시즌을 합쳐 10승을 거뒀던 우리카드가 벌써 9승을 올리면 4위에 올랐다. 김상우 감독은 "5할 승률로 전반기를 마친 것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꼴찌'에 익숙한 우리카드지만 이번 시즌엔 '봄 배구'도 충분히 가능하다.

외국인 선수 파다르가 트리플크라운만 2번 기록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주포 최홍석의 몸 상태가 들쭉날쭉하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활약했다. 기복이 있는 경기력과 역전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 감독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실패를 많이 해 봤다. 많이, 자꾸 이기며 성공을 체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 말처럼 우리카드는 더이상 '패배 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게 된 우리카드는 후반기에도 '작은 돌풍'을 일으키는 팀이 될 수도 있다.

▲ 삼성화재 ⓒ한희재 기자

C+: 타이스 의존,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타이스는 맹활약하고 있지만 날개 하나로 삼성화재가 비상할 순 없었다. 타이스는 홀로 587점이나 올리고 있다. 리그 1위다. 득점 2위 파다르가 450점, 3위 가스파리니가 436점이니 타이스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공격을 홀로 도맡아 처리한 타이스는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삼성화재 중앙의 비중이 떨어진 것도 문제로 꼽힌다. '베테랑' 이선규가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고 김규민과 하경민을 중심으로 센터를 꾸렸지만 중앙이 크게 약화됐다. 세트당 평균 블로킹이 1.947개로 7개 팀 가운데 6위다.

공격 패턴도 타이스에 집중돼 단순해졌다. 시간차공격 비율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지난 시즌 시간차공격이 삼성화재 공격의 16.7%를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엔 1.9%에 불과하다. 대부분 공격이 측면에서 펼쳐지고 있다. 다른 팀들은 이미 타이스에게 공격이 집중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박철우가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는 없다. 최근 4연패로 부진하다. 타이스 의존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순위 상승은 먼 일이다.

▲ KB손해보험 ⓒ한희재 기자

C+: 리빌딩의 고통, KB손해보험

성적으로만 비교하면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2015~2016 시즌 10승을 거뒀는데 반환점을 맞은 이번 시즌 5승을 올렸으니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희망을 보고 있다. 

이번 시즌 합류한 '신인' 세터 황택의가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속도를 살린 토스로 국내 선수들과 빠른 공격을 이끌고 있다. 주포 김요한, 이강원, 황두연, 이수황 등 공격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우드리스와 호흡만 잘 맞춘다면 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다. 

당장의 봄 배구를 위해선 갈 길이 멀지만 희망을 본 전반기였다.

▲ OK저축은행 ⓒ곽혜미 기자

C: 시몬의 빈자리…반격 가능할까, OK저축은행

2015~2016 시즌 V리그 챔피언답지 않은 전반기였다. 악재가 있었다. 외국인 선수를 두고 끊임없는 잡음이 있어 시몬이 떠난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결국 3라운드에서야 모하메드가 합류했다. 

시즌 초반에 송명근, 강영준 등 국내 선수들까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하지 못하면서 깊은 부진에 빠졌다. 순위는 최하위까지 떨어졌고 24일까지 8연패 늪에 빠지기도 했다.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이 떨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긍정적이다. 외국인 선수 모하메드가 합류했고 송명근이 복귀하면서 공격 운용에 숨통이 틔었다. 다른 팀들의 기세가 워낙 좋고 전반기에 벌어진 승점 차가 적지 않지만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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