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차준환을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왼쪽) ⓒ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27)가 금메달을 땄을 때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최정점에 올랐다. 그러나 상승 곡선은 빠르게 떨어졌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은퇴했다. 그가 떠난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기 힘들 것으로 점쳐졌다.

7년이 흐른 현재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새로운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다. 차준환(16, 휘문중)이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하고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땄다. 김연아 이후 최고의 성적표를 받은 차준환은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 기대주로 떠올랐다.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는 이는 7년 전 밴쿠버에서 김연아와 환희를 함께한 이다. 브라이언 오서(56, 캐나다) 코치는 2015년 3월부터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다. 차준환은 오서 코치가 있는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으로 훈련지를 옮긴 뒤 급성장했다.

처음 출전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위에 올랐고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했다. 파이널에서는 아쉽게 실수가 나왔지만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의 등장은 암울했던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 가뭄 속의 단비였다. 오서 코치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아와 결별했다. 또 다른 제자였던 애덤 리폰(22)과 크리스티나 가오(22, 이상 미국)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며 헤어졌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오서 코치는 또 한 명의 금메달리스트를 탄생시켰다. 하뉴 유즈루(22, 일본)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남자 싱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5, 스페인)는 2015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하뉴를 꺾고 2년 연속 우승했다.

차준환은 하뉴와 페르난데스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오서 코치는 지난 1일 제자인 차준환과 한국에 왔다. 4일 저녁 그는 제 17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나타났다.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훑어본 오서 코치는 차준환의 훈련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서. ⓒ 스포티비뉴스

차준환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의 관계자는 "차준환의 어머니가 해외 지도자를 찾다가 올림픽 챔피언(하뉴)과 세계 챔피언(페르난데스)을 양성한 오서와 연이 닿았고 지금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에 이어 차준환과 평창 올림픽을 설계하고 있다. 오서는 차준환을 높이 평가했지만 "올림픽 메달에 대한 부담감은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준환은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어린 선수다"며 "한 단계씩 발전하는 점이 중요하다. 정상급 선수들은 러츠와 플립을 4회전으로 뛴다. 차준환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오서 코치는 다음 시즌 차준환이 뛰고 있는 쿼드러플(4회전) 살코 외에 다른 4회전 점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준환은 토루프와 루프도 4회전으로 뛰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점프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차준환은 3개의 4회전 점프를 뛰는 선수가 된다.

차준환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점프의 비거리와 회전을 살려 주는 스피드다. 점프를 뛰기 전 빙판을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열린 파이널에서 점프를 앞두고 주춤하는 동작이 나왔다.

오서 코치는 큰 대회에서 긴장하는 점도 차준환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이런 점을 볼 때 많은 관중이 모인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경기를 하는 게 차준환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차준환은 올 시즌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그러나 시니어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다. 시니어 선수들이 시도하는 기술 구성과 주니어인 차준환의 프로그램은 격차가 있다. 차준환이 만 15살인 어린 선수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물론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도전할 수 있다.

차준환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는 "아직 올림픽보다 눈앞에 있는 대회가 중요하다"며 신중하게 말했다. 오서와 차준환의 호흡은 올 시즌 좋은 성적표로 이어졌다. 이들의 행보가 1년 뒤 평창은 물론 5년 뒤 베이징에서도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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