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킹' 스틸. 제공|NEW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더 킹'을 보고나면 영화를 봤다는 느낌보다 한 판의 마당놀이를 봤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작품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의도가 정확하게 통한 것일수도 있다. 태수(조인성)의 내레이션으로 그의 일대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 과정은 해학과 풍자가 담겨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떤 태수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태수가 학창시절을 보내온 1980년대 초반부터 30년 정도의 세월을 보여주는데, 실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의 자료화면을 통해 시대를 정확하게 파악 할 수 있다.

건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태수는 공부는 뒷전이고 주먹으로 전남 목포의 학교를 평정한 문제학생이다. 보고 배운 것이 주먹질인 탓에 주먹이 세상 최고의 권력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검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코찔찔이 애들(학급 우등생)"이 훗날 권력의 최상에 위치 한다는 것을.

학교에서는 공부가 되지 않았던 태수는 자신만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부분이 싸움판이나 롤러장에서 들려오는 '백색소음'이 가득한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담임 선생님의 컨닝 의혹을 사뿐히 즈려밟고 서울대에 진학한다. 그리고 뛰어난 실력(운도 실력에 포함되니)으로 곧바로 검사가 된다.

▲ 영화 '더 킹' 스틸. 제공|NEW
하지만 자신이 꿈꿨던 권력은 없다. 야근의 연속이고, 굵직한 사건보다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자잘한 사건만 해결하다 청춘을 다 버릴 것만 같다. 그때 우연히 파고든 사건 속에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한강식을 만나고, 소신을 버린 보상으로 이른바 '한강식 라인'을 타게 된다. 그때부터 진짜 '마당놀이'가 시작된다.

영화는 지극히 태수의 관찰 시점으로 흘러간다. 학창시절은 다소 만화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한강식 라인을 탄 후 처음 접하는, 권력자들만이 모여 즐기는 펜트하우스 파티는 마치 꿈과 같다. 자자의 '버스 안에서'와 클론의 '난'에 맞춰 슈트를 입은 남성들(정우성과 조인성, 배성우 등) 군무를 추는 장면은 날리는 상당히 몽환적이다. 과거 겪어왔던 일인지, 미래의 삶을 암시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영화의 압권은 '마당놀이'의 최고점에 이르는 굿 판신이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은 굿 판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유독 큰 키를 자랑하고, 뛰어난 슈트빨을 세우는 배우들이 방방 뛰는 장면은 어울리지 않음에서 오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해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 영화 '더 킹' 스틸. 제공|NEW
영화는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권력에 의해 억울한 일을 당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던 보통의 사람이 아닌, 권력의 최상에 위치한 이들이 한번 쯤은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이다. 항상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리입니다"라고 말하는 바로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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