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김민경 기자, 제작 이나현 PD] "유니폼 사태로 배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연맹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유니폼 사태를 키운 관계자 4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연맹은 상벌위 결과를 발표하며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주점 경기위원은 이번 시즌 모든 경기 출전 정지로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주동욱 심판 감독관은 5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50만 원, 최재효 주심과 권대진 부심은 3경기 출전 정지와 30만 원 벌금 징계를 내렸다.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이 지난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전 1세트 1-4에서 KOVO에 등록하지 않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경기 운영진은 7-6에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지적할 때까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때부터 관련 규정을 확인한 운영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12-14에서 경기를 중단했다.

KOVO는 처음 나온 사례인 만큼 우왕좌왕했고, 두 팀 감독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KOVO는 강민웅을 '경기에 뛸 수 없는 선수'로 보고, 로테이션 폴트와 불법적인 선수 교대 2가지 규정을 대입해 한국전력의 점수를 강민웅 투입 시점으로 되돌렸다. 1-14에서 경기가 속개된 가운데 경기 운영진과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유니폼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 숙인 김형실 경기운영위원장과 신원호 사무총장, 서태원 심판위원장(왼쪽부터) ⓒ 스포티비뉴스
규정을 숙지하기 못하고 선수를 투입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전력 점수 삭감은 정당한 조치로 봤다.

서태원 심판위원장은 "연맹은 11점 삭감이 맞다고 본다. FIVB(국제배구연맹)에 준하는 건 유니폼 규정에 위반된 선수는 경기를 뛸 수 없다고 돼 있다. 웜업존과 벤치에도 있을 수 없어서 이런 사례가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슷한 로테이션 폴트와 불법적인 선수 교대 2가지 규정을 적용해 판단했다. 감독관이 승인은 했지만, 뛸 수 없는 선수라 그 규정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발 방지에 무게를 둘 건지 물었다. 신원호 KOVO 사무총장은 "연맹의 로컬룰에서 자문이 나와 유권 해석이 되면, 유니폼 규정을 보완하려 한다. 경기위원회와 심판위원회 등 경기 운영진과 심판진이 지금까지 공동 책임을 지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개별 책임을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KOVO 관계자들은 배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이번 사태를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징계는 끝났다. 재발 방지를 위해 KOVO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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