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엇갈린 희비, 결승 골이 터진 뒤 쓴 입맛을 다시는 디에고 고딘과 환호하는 리오넬 메시.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아기자기하게 만든 골은 없었다. 땀 냄새가 진동하고 거칠었다. 그러나 AT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는 또다른 축구의 정수를 보여줬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7일(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6-17 프리메라리가 24라운드에서 FC바르셀로나에 1-2로 패했다.

패배했지만 AT마드리드는 축구에서 공을 다루는 기술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보여줬다. AT마드리드는 신체 능력과 체력, 무엇보다 투지를 앞세운 축구를 보여줬다. AT마드리드는 킥오프 직후부터 강하게 전방 압박을 펼쳤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과 AT마드리드는 이미 바르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유 없이 전방 압박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바르사가 전방 압박을 받으면 패스가 투박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르사는 팀 전체가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췄다. 여기에 MSN 트리오(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MSN을 1대1에서 압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아름다운 축구’를 추구하는 바르사는 거칠고 질척한 축구를 하는 AT마드리드와 경기에서 고전했다. 무언가를 만들기도 전에 AT마드리드의 압박을 받아야 했다. 전방 압박으로 후방에서 패스의 질을 떨어뜨리자 메시와 네이마르는 패스를 받지 못했다. 수아레스가 공간으로 침투하는 유형의 선수지만, 메시도 네이마르는 롱패스에 맞춰 공간을 침투하기보단 직접 공을 받고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선수들이다. 

메시나 네이마르가 개인 돌파를 시도해도 AT마드리드의 수비는 1대1로 막을 생각이 없었다. 1명의 선수는 거친 몸싸움을 펼치며 메시 또는 네이마르를 끝까지 따라붙으며 동료의 도움 수비를 기다렸다. 그리고 연속해서 수비에 성공했다. 돌파를 허용할 땐 반칙도 아끼지 않았다.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AT마드리드가 잡았다. 투박하지만 힘과 투지가 넘치는 축구가 경기 전체를 장악했다. 골 찬스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결국 화근이 됐다.

후반 19분 하피냐가 터뜨린 바르사의 선제골도 아기자기한 패스에서 나온 골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MSN의 개인 돌파에 의지한 골도 아니었다. 혼전이 벌어졌고 바르사의 공격수들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계속 슛을 시도하고 수비에 걸려 흐르는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3번이나 연속해서 슛을 시도한 뒤에야 겨우 골문을 열 수 있었다. 투박하지만 뜨겁게 달려들었던 바르사가 의지로 골을 넣었다.

바르사를 밀어붙였던 AT마드리드는 선제 실점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AT마드리드의 정신력은 강했다. AT마드리드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압박의 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졌다. 그러나 11명 모두 수비를 펼친다는 ‘팀 스피릿’는 여전했다. 경기를 이기겠다는 의지도 잃지 않았다. 후반 25분 세트피스에서 디에고 고딘이 동점 골을 터뜨렸다. 


승패는 후반 41분에 갈렸다. 이번에도 페널티박스에서 혼전이 벌어졌다. 이반 라키티치는 헤딩으로 공을 페널티박스 안으로 밀어넣어 어떻게든 골문 쪽으로 공을 보냈다. 수아레스의 패스를 받은 메시의 슛은 스테판 사비치의 몸에 걸렸다.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던 메시가 뛰어들며 결승 골로 마무리했다. 골을 만든 것은 기술이 아니라 투지와 집중력이었다. 바르사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골은 아니었지만, 승리를 만든 중요한 골이자 최근의 부진에서 한숨을 돌리는 골이기도 했다. 

먼저 90분 내내 미친 듯이 뛰며 바르사를 압박한 AT마드리드를 먼저 칭찬해야 한다. 바르사의 경기 전략을 완전히 망쳐놨고 후반 41분까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패배했지만 자랑스러워해도 충분할 경기력이었다.

바르사 역시 칭찬받을 만했다.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AT마드리드가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바르사는 그 어떤 팀보다도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치르는 데 익숙한 팀이다. 축구에서 경기 전략이 무너지고 주도권을 잃은 뒤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바르사는 의지를 앞세워 ‘우당탕탕’ 두 골이나 넣었다.

세밀한 공격 전개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우아미'라고 한다면, 헌신적인 수비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에선 '비장미'를 느낄 수 있다. AT마드리드가 먼저 '비장한' 경기 전략으로 바르사 부수기에 나섰다. 그러나 바르사는 AT마드리드의 공세를 견딘 뒤 투박하지만 힘을 다해 반격했다. 비장미가 흘렀던 두 팀의 대결은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 등장하는 영웅 메시가 있었던 바르사가 승리를 안았다.


[영상] 리그 스무 번째 골, 집중력을 놓지 않았던 메시의 결승골!, [H/L] AT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 후반 41분 ⓒ스포티비뉴스 이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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