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어 1,000번째 경기에 출전한 부폰(오른쪽).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잔루이지 부폰(39·유벤투스)은 의리를 지켰고, 커리어 1,000번째 경기에 이르렀다.

이탈리아는 25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렌조 바르베라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G조 5차전에서 알바니아를 2-0으로 꺾었다. 선발로 출전한 부폰은 이탈리아 골문을 든든히 지켰고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며 자신의 통산 1,000번째 경기(파르마 220경기, 유벤투스 612경기, 이탈리아 대표 팀 168경기)를 자축했다.

▲ 파르마 시절의 부폰

△1991년 데뷔, 역사의 시작

부폰은 1991년 이탈리아 파르마 클럽 유소년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1995년 11월, 17살의 나이로 파르마 1군에 올라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고 2년 뒤에는 이탈리아 대표 팀 명단에 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약 6년간 파르마에서 기량을 닦은 부폰은 파르마 골문을 지킨 220경기에서 208실점만 기록하며 20대 초반의 나이에 세리에 A에서 가장 유망한 골키퍼로 인정받았다. 어린 나이에 팀의 주전으로 활약한 부폰을 빅 클럽들이 내버려 둘 리 없었다.

부폰은 2001년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가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3,700만 파운드(약 646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지금까지도 골키퍼 이적료 최고 금액이다. 세계 최고의 수문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2003년, 유벤투스 초창기 시절의 부폰.

△유벤투스의 이적, 의리 지킨 부폰

유벤투스는 이미 이탈리아 리그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팀이다. 뒷문을 단단히 지킬 부폰까지 가세하면서 유벤투스의 독주가 시작됐다. 부폰은 이적 첫 시즌이던 2001-2002 시즌부터 2002-2003 시즌까지 팀이 스쿠데토(작은 방패라는 뜻으로, 우승 팀이 다음 시즌 유니폼에 붙이는 문양)를 차지하는 데 한몫했다.

승승장구하던 부폰에게 예상치 못한 고비가 찾아왔다. 유벤투스는 2004-2005, 2005-2006 시즌도 연이어 리그를 제패했지만, 2006년 유벤투스 단장이던 루치아노 모지를 중심으로 심판 배정을 비롯한 경기 관련 분야에 영향력을 끼친 일명 ‘칼치오폴리 스캔들’이 터졌다. 이 결과로 유벤투스는 앞선 2시즌의 우승 박탈과 세리에 B(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칼치오폴리 스캔들 터지자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떠난 스타들이 많았다. 하지만 부폰을 비롯해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다비드 트레제게, 파벨 네드베드 등은 유벤투스를 떠나지 않았다. 커리어 사상 최고의 암흑기였지만 반대로 대표 팀에선 최고의 한 해였다. 부폰은 이탈리아 대표 팀을 이끌고 나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세리에A(1부 리그)로 승격이 확정된 이후 기뻐하는 부폰(가운데).

팀을 지킨 부폰과 동료들의 활약 속에 유벤투스는 한 시즌 만에 세리에 A로 복귀했다. 혼란기를  거쳤지만 안토니오 콘테,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을 거쳐 빠르게 팀을 추스리면서 명가의 위용을 되찾았다. 부폰은 수많은 감독이 교체되는 과정에도 변함없이 유벤투스의 골문을 지켰다.

39세의 부폰은 2016-2017 시즌에도 변함없이 유벤투스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 29경기 가운데 25경기에 나서 18골만 내줬다. 리그 선두 유벤투스(승점 73점)는 2위 AS로마(승점 65점)를 승점 8점 앞서며 리그 6연패에 근접했다.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뛴 612경기에서 479실점만 기록한 부폰은 자신의 8번째 스쿠데토(칼치오폴리 스캔들로 박탈됐던 2회 우승 컵 제외)에 가까워졌다.

▲ 39세의 나이에도 유벤투스의 골문을 지키는 부폰.

△'전설 부폰'은 아직 '-ing'

'전설' 부폰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부폰은 이번 경기로 A매치 168번째에 도달했다. 유럽 출신 선수로서 스페인의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167회)와 라트비아의 미드필더 비탈리스 아스타프예프스(166회)를 뛰어넘어 이 부문 단독 1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기록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집트 출신의 미드필더 아메드가 A매치 184회 출전으로 이 부문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부폰이 그의 기록을 깨려면 17경기를 더 뛰어야 한다.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은 어렵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잉글랜드 출신의 골키퍼 피터 실턴(68·잉글랜드)이다. 그는 1,390경기를 뛰어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오랜 기간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 팀 수문장으로 버텨 온 부폰이지만 22년의 프로 생활 가운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러나 부폰은 한결같이 기량을 유지하면서 소속 팀과 조국의 골문을 지켰고,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상황에서도 숙녀(Old Lady=유벤투스의 애칭)를 지킨 신사였다. 부폰의 커리어 1,000경기 대기록을 단순히 숫자로만 생각해선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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