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니 갈리치(오른쪽)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대니 갈리치(30, 현대캐피탈)가 가장 중요한 순간 투지를 발휘하며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대니는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블로킹 3개 서브 2개를 포함해 17점을 뽑으면서 펄펄 날았다. 이틀 전에 발목을 다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코트를 누볐다. 현대캐피탈은 세트스코어 3-1로 역전승하며 2006~2007시즌 이후 10년 만에 V3를 이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 전 대니의 몸 상태를 묻자 "걱정이 된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걱정과 달리 대니는 코트 안에서 활기가 넘쳤다. 적재적소에서 블로킹과 서브로 흐름을 뺏었고, 2세트까지 문성민이 풀리지 않을 때 공격까지 책임졌다. 

좋은 흐름에서 부상이 다시 대니를 괴롭혔다. 대니는 3세트 17-16에서 최석기의 속공을 가로막으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었다. 대니는 18-16에서 가스파리니의 공격을 블로킹하기 위해 점프했다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다친 오른쪽 발목을 다시 접질렸다. 눈앞에서 발목이 돌아가는 걸 지켜본 최 감독은 대니를 등지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한동안 코트에 쓰러져 있는 대니를 본 모두가 더는 뛰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대니는 예상을 뒤엎고 웜업존이 아닌 코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벤치에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며 최 감독과 코치진, 동료들을 안심시켰다. 대니가 투지를 보이자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더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어렵게 우승을 이뤘다.

▲ 대니 갈리치 ⓒ 곽헤미 기자
최 감독은 "발목이 돌아가는 걸 분명히 봤는데 참고 뛰어 줬다. 프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잠깐 울 뻔했다"며 대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문성민 역시 "대니가 다쳤는데도 선수들과 함께하겠다고 승리욕을 보여서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고 힘줘 말했다.

5라운드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뒤늦게 팀에 합류한 대니는 그동안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웜업존을 오가기 일수였고, 공격에도 큰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이 과정이 오히려 대니의 성품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인데도 교체되거나 웜업존을 지킬 때 한번도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대신 뛰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다시 코트를 나갈 때를 대비해 부지런히 몸을 풀며 준비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오늘(3일)도 아팠을 텐데 참고 뛰더라. 몸을 움직일 땐 모르겠지만, 내일 자고 일어나면 많이 아플 것"이라며 걱정했다.

문성민도 대니에게 박수를 보냈다. 문성민은 "대니가 늦게 들어왔지만, 융화되기 위해서 큰 노력을 했다. 대니가 큰 경기를 뛴 경험이 별로 없을 거다. 5차전까지 와서 다쳤는데 팀을 이끌어가는 걸 보면서 본받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규 시즌 대니는 '계륵'이라 불렸다. 혹평 속에서 대니는 묵묵히 팀을 위해 뛰었고, 가장 중요한 순간 소금같은 활약을 펼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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