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 글 조영준 기자, 영상 촬영 편집 정찬 기자 임창만 기자] IBK기업은행은 2010년 창단된 여자 배구 막내 구단이다. 구단 역사는 7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5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고 세 번 정상에 올랐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V3가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김희진(26)과 박정아(24)의 존재감 때문이다. 여자 배구 신생 구단이 창단하면서 당시 신인 최대어였던 이들은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걸출한 두 명의 공격수를 보유한 IBK기업은행은 여자 배구의 강자로 군림했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외국인 선수와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상대 팀을 위협했다.

두 선수는 부산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180cm 중반의 큰 키를 지닌 것은 물론 미들 블로커와 날개 공격수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 박정아(왼쪽)와 김희진 ⓒ 기흥 IBK기업은행 연수원 체육관, 스포티비뉴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초반 베테랑 세터 김사니(36)가 부상으로 고생하며 위기에 몰렸다. 올 시즌도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냈다. 6일 서울 양재동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감독상을 받은 이정철 감독(57)은 "올 시즌 유독 힘들었는데 선수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정규 리그에서 18승 12패로 2위에 그쳤다. 그러나 챔피언 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힘든 위기 때마다 IBK기업은행이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김희진과 박정아란 2개의 기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승 샴페인을 터트린 뒤 두 선수는 휴식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달 말에는 구단에서 내리는 포상 휴가에 들떠있었다.

스포티비뉴스는 팬들에게 질문을 받아 선수에게 물어보는 '내 질문을 부탁해'의 주인공으로 김희진과 박정아를 선정했다. 포털사이트 게시물과 SNS에는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올 시즌 코트에서 힘을 불어넣어 준 팬들의 고마움을 전했다.

▲ 박정아(왼쪽)와 김희진 ⓒ 기흥 IBK기업은행 연수원 체육관, 스포티비뉴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 마음껏 하고 싶어요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뒤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을 받은 이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희진과 박정아는 숨 돌린 틈 없이 코트를 누볐다. 2015~2016 시즌이 끝난 뒤 국가 대표 팀에 합류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과 본선에 출전했다. 기나긴 올림픽 여정을 마친 이들은 팀에 합류해 코보컵에 나섰다. 그리고 곧바로 올 시즌에 돌입했다.

지옥 같은 강행군을 펼친 이들은 시즌 막판 체력 문제로 고생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김희진은 경기가 끝난 뒤 탈진해 병원에 실려 갔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이들은 흥국생명은 물론 '체력'이라는 적과 대면했다. 1차전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버텼고 결국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이 확정된 뒤 IBK 기업은행 선수들은 이 감독을 헹가래한 뒤 때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 감독은 예전과 비교해 지도 방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이 감독이 얼마만큼 부드러워졌냐는 질문을 받은 이들은 "예전에는 정말 무서우셨는데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는 50점이라고 했는데 장난이었고 강도를 1부터 10까지 매기면 3~4 정도 되신다. 예전에는 정말 10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앞으로 한 달간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낸다. 김희진은 "게임을 좋아하는데 오버워치란 게임 캐릭터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웃으며 말했다. 박정아는 "그동안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는데 한동안 치지 못했다. 이제 시간이 좀 생길 테니 다시 배워서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박정아(왼쪽)와 김희진 ⓒ 기흥 IBK기업은행 연수원 체육관, 스포티비뉴스

FA 앞둔 두 선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고 팬들과 만나고 싶어

김희진과 박정아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이들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 시즌, 어느 팀에서 뛸지는 고민이지만 지금은 잠시 있고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우승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팀 동료와 주변인들의 격려가 힘이 됐다. 무엇보다 팬들의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

지난해 두 선수는 뜻하지 않은 일로 마음고생을 했다. 박정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 탈락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일부 몰지각한 팬들은 인신공격에 가까운 댓글을 올렸고 박정아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며 올 시즌 팀이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탰다.

김희진도 올스타전에서 한 세리머니로 마음 고생을 했다. 두 선수 모두 개인 SNS를 닫거나 비공개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팀이 우승하면서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 김희진은 "앞으로 개인 SNS를 다시 공개해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는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IBK기업은행은 물론 한국 여자 배구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들은 "그동안 쉴 시간이 없었는데 앞으로 동료들과 함께 갈 휴가가 기대된다. 푹 쉬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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