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천안, 김민경 기자] "잠은 좀 주무셨어요?" "아니요, 못 잤습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5일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났다. 2016~2017시즌 챔피언에 오른 지 이틀째. 시즌도 끝났으니 쉬었느냐고 묻자 최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랴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들 비디오 분석하랴 여전히 바쁘다고 했다.

지휘봉을 잡고 2시즌 만에 우승 감독이 된 소감을 물었다. 최 감독은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경기가 더 있을 거 같고, 어색하기도 하고 아직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말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은 만 40세 11개월 25일로 남자부 최연소 우승 감독이 됐다. 초보 감독이 짧은 기간에 우승을 맛볼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최 감독은 "첫해에 스피드배구를 시도한 게 선수들에게 믿음을 준 거 같다.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 조금 힘들었지만, 국내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 최태웅 감독 ⓒ 천안, 한희재 기자
다음은 최태웅 감독과 일문일답.

▶ 코트 안에서 '베테랑' '노장'으로 불리다 코트 밖으로 나오니 '초보'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2시즌 사이에 수식어가 달라진 느낌은?

선수 시절에는 아무래도 어려운 상황에도 여유가 많이 있었다. 지도자를 하면서는 여유가 없다. 시행착오도 정말 많이 겪고 있고, 하루하루 계속 배우고 있다. 사실 초보가 더 좋다. 초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계속 발전해서 꼬리표를 뗄 수 있으니까.

▶ 부임 첫해 정규 시즌 우승, 두 번째 시즌 챔프전 우승을 이루면서 부담을 느끼진 않는지.

우승하고 보니까 '이거 더 잘해야 하는데' 이런 부담이 오긴 한다. 그걸 떨칠 수 있는 건 노력이다. 좋은 국내 선수들을 만나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운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려고 노력하려 한다.

▶ V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이 큰 편인데, 국내 선수들의 힘을 믿고 팀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은. 

저희가 외국인 선수 없이 모든 걸 다 했다는 건 아니다. 그만큼 트라이아웃에서 레프트 포지션 기량이 높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이 상황에 맞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문성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애틋한 사제지간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저희 선수들 다 애착이 가고 똑같은 마음이지만, (문)성민이는 선수 시절 룸메이트도 했고, 같이 안 지 10년이 넘었다. 성민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게 힘들 때 스트레스 해소하는 게 부족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제가 신경 쓰게 되고, 한번 모질게 말한 게 마음에 걸린 것도 있었다. 다행히 성민이가 이번에 정말 그런 시련이 있었는데도 이겨내고 우승했으니까 이보다 값진 경험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 문성민이 초반 부진했다고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 5경기에서 125득점을 기록했다. 

성민이가 안 좋게 올라온 공들을 많이 때려야 해서 125점은 정말 값지고 귀한 점수다. 시련이 있어서 딛고 일어선 챔프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숙해질 거고 한 단계 올라설 거라 생각한다.

▶ 문성민에게 주장을 맡긴 이유가 있다면?

강한 카리스마가 있어서 선수들 이끄는 건 잘하고 있다. 늘 강한 게 최고는 아니니까 성민이에게 부드러운 면도 알려 주고 싶었다. 지금 결혼하고 애 낳고 많이 좋아졌다. 이번에 우승하고 눈물 흘리는 거 보면서 '많이 변했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다음 시즌 주장도 문성민인가?

그렇다. 성민이가 있는 한 계속 주장을 시킬 생각이다(웃음).

▲ 최태웅 감독 ⓒ 천안, 한희재 기자
▶챔피언 결정전에서 여오현 플레잉코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을 거 같다.

역시 베테랑이란 느낌이 들었다. 코트에서 선수들이 흔들릴 때 코트 안에서 코치로서 선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선수들을 이끌었다. 흔들릴 때 다독여 줬고, 챔프전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체력도 더 좋아진 거 같고, 보는 눈도 좋아진 거 같더라.

▶ 센터 최민호가 다음 시즌 입대하는데 보강 계획은.

최민호가 올해 1인 3역을 할 정도로 많은 걸 해 줬다. 그 자리를 김재휘가 채워야 한다. 최소 1인 2역은 할 수 있도록 잘 다듬어 보겠다.

▶ 다음 시즌은 '업템포 3.0'을 준비한다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지.

숫자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겠다(웃음). 정확한 구상은 하지 못했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생각한 건 스피드배구에 조화를 접목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화라는 게 빠르기도 하지만, 각자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법을 구상해서 스피드배구와 맞춰 볼 생각이다.

▶ 다음 시즌 목표는.

트라이아웃도 있고 군대 가는 선수도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전력 보강보다는 누수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2년 동안 한번도 미디어 데이 때 현대캐피탈이 우승한다는 말을 못 들었다. 올해도 그럴 거 같다. 다음 시즌은 최소한 우승 후보 소리를 듣고 싶다.

[영상] 최태웅 감독 인터뷰 ⓒ 촬영 한희재 기자, 편집 이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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