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현준 기자]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리그를 포기하고 유로파리그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맨유는 8일 자정(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에서 후반 9분 그라니트 샤카, 후반 12분 대니 웰백의 골로 아스날에 0-2로 패했다.

라이벌 아스날과 치열한 경기가 예고된 상황에서 맨유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주제 무리뉴 맨유 감독은 주중 셀타 비고와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4강 1차전을 마친 후 "아스날과 경기에서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아스날과 명단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비였는데, 19살의 신예 악셀 튀앙제브가 선발로 나서면서 EPL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최전방은 마커스 래쉬포드가 아닌 웨인 루니가 이름을 올렸다. 2선의 폴 포그바도 선발이 아닌 교체 명단에 포함됐고, 후안 마타가 사타구니 부상 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리그 대신 유로파리그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이었다.

경기 초반엔 1.5군을 출전시킨 맨유가 아스날에 고전했다. 마타와 루니를 중심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아스날의 스리백에 번번이 막혔다. 앙토니 마르시알, 헨리크 미키타리안의 경기력은 눈에 띄지 않았고, 아스날의 측면 공격에 여러 차례 크로스를 허용하면서 흔들리는 장면도 나왔다. 하지만 맨유는 존스를 중심으로 침착히 수비를 펼쳤고, 점차 아스날의 공격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데뷔전의 중압감에 짓눌릴 것처럼 보였던 튀앙제브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맨유 수비의 안정화에 기여했다.

후반전 초반까진 맨유는 나름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아스날의 공격에 맞섰다. 그런데 샤카의 골이 두 팀의 운명을 갈랐다. 후반 9분 샤카의 기습적인 중거리 슛이 안데르 에레라를 맞고 굴절, 다비드 데 헤아의 키를 넘어 골라인을 통과했다. 이 골로 맨유의 집중력이 한 순간에 흔들렸고, 그 대가는 웰백의 추가 골로 이어졌다. 부정할 수 없는 맨유의 완벽한 패배였다.

2016년 10월 첼시에 0-4로 패한 뒤로 맨유는 리그 25경기 무패 행진(13승 12무)를 달리고 있었다. 무승부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적어도 맨유는 지지 않는 팀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맨유와 무리뉴 감독의 무패 행진은 아스날 그리고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종료됐다. 무리뉴 감독 개인으로선 리그에서 벵거 감독에게 당한 첫 패배이기도 하다.

하지만 팀의 패배에도 무리뉴 감독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과에만 실망했을 뿐, 경기력에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4위로 시즌을 마치는 것보다 UEL에서 승리가 더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맨유의 목표를 확실히 밝혔다. 리그와 UEL, 2가지 선택권을 쥐고 있던 무리뉴 감독이 리그를 포기하고 UEL에 모든 것을 걸기로 결정한 것이다.

맨유는 12일 셀타 비고를 맞아 UEL 4강 2차전을 치른다. 전력은 확실히 맨유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셀타 비고는 지난 1차전에서 이아고 아스파스와 피오네 시스토를 앞세워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준 만큼, 낙승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이제 4위권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남은 건 UEL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하는 방법 밖에 없다. 선택지가 줄은 만큼 맨유는 자연스레 UEL에 온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위험 부담도 동시에 증가한 만큼,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배수진을 친 맨유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더 이상 없다.

[영상] Goal's 무리뉴를 울린 자카의 한 방! - 아스날 vs 맨유 골모음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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