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다른 외국인 선수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례를 만든 거 같아서 기쁘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31)가 '에반스 효과'를 이야기했다. 에반스는 지난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4월까지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해 타율 1할대에 머물렀고, 1군에서 말소됐다. 퓨처스리그에서 열흘을 보내고 돌아온 에반스는 180도 달라졌다. 압박감과 부담감을 덜자 공이 맞아 나갔다. 에반스는 118경기 타율 0.308 24홈런 81타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두산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에반스의 반전을 목격한 다른 구단은 '에반스 효과'를 기대하며 부진한 외국인 타자를 퓨처스리그로 보내기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31)와 kt 위즈 조니 모넬(31)이 그랬다.
러프는 에반스의 뒤를 따랐다. 4월까지 0.150 2홈런 5타점에 머물렀던 러프는 퓨처스리그에 다녀온 뒤 완벽히 감을 잡았다. 복귀 이후 타율 0.350 3홈런 9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적응을 시작했다. 모넬은 다시 기회를 잡지 못했다. 28경기 타율 0.165 2홈런 9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20일 방출됐다.
'에반스 효과'란 말이 생긴 배경을 전해 들은 에반스는 "기분 좋은 일"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퓨처스리그에 내려갔다 와서 성공한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스카우트들이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는 이유가 있을 거다. 부진하다고 바로 방출하지 않고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례를 만든 거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2번째 시즌을 맞이한 에반스는 큰 기복 없이 좋은 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20일까지 39경기 타율 0.295 7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초반부터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묻자 '체스 게임'에 비유했다. 에반스는 "투수들에게 적응한 게 중요한 거 같다.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은 체스 게임 같다. 어떻게 공략할 건지 생각하는 게 조금 더 수월해진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수들도 저를 잘 알 거다. 지금은 누가 먼저 실수를 하느냐 차이인 거 같다. 빠른 공을 던진다고 알고 대응해도 못 치는 게 야구고, 예측하지 못한 공을 쳐서 안타가 되는 것도 야구"라며 루틴을 지키며 최대한 기복이 없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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