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위'인데 동시에 '의적'인 리버풀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프리미어리그가 익숙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아르센 벵거(아스널), 주제 무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향한 도전에 다시 한번 나섰다. 여기에 지난 시즌 중반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롭(리버풀)을 비롯해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안토니오 콘테(첼시)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이 모여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술 경쟁이 벌어졌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순위표 위를 점령한 이른바 '빅 6'의 성적표를 전술과 함께 돌아본다.

2015-16 시즌 중반 부임한 위르겐 클롭 감독이 본격적으로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전방 압박을 핵심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시즌 내내 화끈한 공격력으로 선두권에서 경쟁은 펼쳤으나, 우승에 대한 희망은 주지 못했다. 수비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38경기나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수비 불안은 곧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물론 압박을 강조하는 공격적 스타일은 라이벌간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 높은 집중력과 투지로 끝까지 상대를 압박했다. 순위 경쟁을 벌인 첼시,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5팀에겐 무패를 기록했다.

리버풀은 승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잃었다. 번리, 본머스, 스완지 시티, 헐 시티, 레스터 시티, 크리스탈 팰리스에 패했다. '의적'이란 별명을 얻게 된 이유다.

리버풀의 축구는 매력적이었으나 우승에 도전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하는 가운데 선수 보강이 필수다. 냉정하게 선수단 구성을 고려하면 4위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 '공격 앞으로' 화끈한 공격

주전 공격수인 필리피 쿠티뉴,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는 엄청난 시너지를 냈다. 쿠티뉴는 빠른 전진 드리블과 날카로운 오른발로 공격을 이끌었다. 페널티박스 왼쪽은 '쿠티뉴 존'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피르미누 역시 뛰어난 연계 플레이와 수준급 득점력으로 공격의 윤활유가 됐다. 때로 쉬운 찬스를 놓치긴 했지만 팀플레이에서 더 빛나는 선수였다. 마네는 마치 '흑표범'처럼 날랬다. 역습에서는 물론이고 지공 때도 재빠른 침투로 공격에 활로를 열곤 했다.


제임스 밀너와 나다나엘 클라인도 공격 가담이 활발했다. 엠레 찬, 아담 랄라나까지 공격에 가담하면 리버풀의 공격력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그러나 과제도 있었다. 좁은 수비 간격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는 문제로 남았다. 주전 스리톱 가운데 1명이라도 부상으로 이탈하면 전체적인 공격이 부진에 빠졌다. 쿠티뉴나 마네처럼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바꿀 선수도 있었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에는 1골을 넣기도 쉽지 않았다.



# 높은 주전 의존도

주전 의존도가 높았던 것은 문제다. 발뒤꿈치 부상으로 고생했던 조던 헨더슨을 비롯해 쿠티뉴, 마네 역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플랜 A는 강했지만 플랜 B는 크게 수준이 떨어졌다. 고작 3골을 터뜨린 데 그친 다니엘 스터리지, 가능성은 있으나 들쭉날쭉한 디보크 오리기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불안한 수비진도 대안이 없었다. 조엘 마티프, 데얀 로브렌이 주전으로 나섰고 라그나르 클라반이 뒤를 받쳤다. 크고 작은 실수가 이어지면서 중앙 수비 라인은 늘 고민이 깊었다. 미드필더인 루카스 레이바가 중앙 수비를 보기도 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어이없는 실수가 많아 '예능형' 골키퍼로 불렸던 시몽 미뇰레를 대체하고자 영입한 로리 카리우스도 '예능형' 골키퍼였던 것은 마찬가지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고, 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면 효율적이고 영리하게 선수들을 영입해야 한다. 비싼 돈을 들여 효율이 나지 않는 것도, 적은 돈만 들여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모두 문제다.



# 수비 불안이 만든 '의적 본능'

이번 시즌에도 리버풀은 '의적'이란 별명을 벗지 못했다. 강팀을 상대로 승점을 따고, 약팀 상대로 어이없이 승점을 잃는 일이 반복됐다. 의적이란 별명이 마냥 나쁘다고 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기분 좋은 별명도 아니었다. 얼마나 꾸준히 승리를 거두는가는 우승과 직결된다.

결국 수비가 문제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78골을 기록했다. 밀집 수비에 고전한 적도 있지만, 공격 자체가 짜임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수들 컨디션에 영향을 받긴 했지만, 최고의 선수들을 냈을 땐 대부분 골을 만들었다.

실수가 많은 수비수들이 문제다. 압박 전술의 특성상 후반 들어 체력 저하로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무너지기 시작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 풀리지 않을 때 무리하게 공격에 나서다 역습에 무너지기도 했다. 약팀들은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리버풀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4라운드에서 본머스에 당한 3-4 역전패가 전형적이었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짠물 수비에 '극장 골'을 이어 가며 수많은 무승부를 만들었다. 6위로 시즌을 마쳤고 15번이나 비긴 맨유보단 리버풀의 사정이 낫지만, 더 강해지기 위해 약팀 상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은 배울 필요가 있다.


[영상] [EPL]’벌떼 군단' 리버풀의 스리톱, [EPL] 쿠티뉴의 오른발은 식을 줄 모른다, [EPL]’의적 본능' 리버풀, '예능형' 골키퍼와 어이없는 수비 실수 ⓒ스포티비뉴스 서경아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