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날두 vs 이과인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예측할 수 없는 맞대결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또는 유벤투스의 승리를 점칠 근거들이 차고 넘친다.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가 4일 새벽(한국 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2016-1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을 치른다.

모순(矛盾)'의 두 팀이 결승전을 치른다. 5시즌 만에 프리메라리가 정상에 복귀한 레알 마드리드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결승전까지 왔다. 반대로 6시즌 연속 세리에 A를 제패한 유벤투스는 짠물 수비로 빅이어를 노린다.

# 무색무취의 역설, 레알 마드리드 4-3-3 or 4-3-1-2

"지단 감독은 정말 현명하게 스쿼드를 운영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사령탑 지단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지단은 지난해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을 포함해 수많은 대회를 치러야 했다. 당연히 규모가 큰 선수단을 운영해야 했고 선수들의 컨디션과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지단은 적절한 동기 부여와 함께 로테이션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면서 프리메라리가 타이틀을 탈환했고 UCL 결승을 2년 연속 밟게 됐다.

로테이션은 지단이 새로운 전술을 찾는 계기가 됐다. 가레스 베일이 잦은 부상에 시달린 가운데 '플랜 B'로 꼽혔던 이스코가 시즌 말 '플랜 A'로 떠올랐다. 다른 선수들 역시 기존의 4-3-3과 이스코가 프리롤로 움직이는 4-3-1-2 포메이션 모두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레알의 경기를 볼 때 무서운 점은 참 축구를 쉽게 한다는 것이다. 레알이 전술적으로 치밀하게 짜인 느낌도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뛰어난 개인 기량을 갖고 있어 어떤 팀에도 1대1 상황에서 밀리지 않는다. 팀적으로도 각자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내니 뚜렷한 특징이 없는 것 같은데도 강하다. 그야말로 소리 없이 강하다.

워낙 공격 성향이 강해 실점이 적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공격적 장점이 문제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번 시즌 레알이 뚫지 못한 방패는 없었다. 유벤투스의 방패가 버틸 수 있을까.

"2년 연속에 더 큰 자극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장 어려운 우승이 남았다."

레알은 2년 연속 UCL 우승에 도전한다. 그러나 방심은 없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또 우승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 레알 마드리드가 2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또 우승한다면 세르히오 라모스의 머리띠만큼은 말리고 싶다.


# 완벽한 공수 밸런스, 유벤투스 4-2-3-1 or 스리백 전환


"선수들의 장점을 분석하며 선호 포지션을 바탕으로 만든 포메이션이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이 자신의 전술을 설명한 것이다. 유벤투스는 '이탈리아'가 만든 바탕 위에 여러 선수들을 영입해 완벽한 균형이 잡힌 '건축물'을 지었다.

이탈리아는 좋은 수비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현재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최고의 방패들이 유벤투스에 모였다. 이른바 수비의 'BBC(레오나르도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찰리, 조르지오 키엘리니)'다. 경험이 풍부해 완숙한 경기력을 뽐내는 이 3명의 수비수들과 지안루이지 부폰이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유벤투스는 보누치, 키엘리니, 바르찰리를 활용해 포백과 스리백을 오갈 수 있다. 레알의 공격력을 고려해 결승전에선 스리백을 세울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없다. 유벤투스의 방패는 노련하다.

"팀의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이탈리아 선수들이 핵심을 맡고 있다."

곤살로 이과인, 파울로 디발라 두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들이 공격에 무게를 싣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적 임무가 크다. 좌우 측면 공격수가 수비 가담이 활발해 4-4-1-1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전방에서 주로 활약했던 마리오 만주키치를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한 4-2-3-1 전술은 일견 공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주키치는 수비 가담이 활발하고, 그리고 주력보단 몸싸움으로 측면 공격을 이끈다. 일반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공수 균형을 기가 막히게 잡고 있다.

뛰어난 공수 균형은 곧 날카로운 역습으로 연결된다. 이과인과 디발라가 전방에서 버티는 동안 만주키치, 콰드라도를 비롯해 측면 수비수 알렉스 산드루와 다니 알베스까지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불같은 역습을 펼친다. 아기자기한 역습은 아니지만 선이 굵은 공격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 유벤투스의 승리 세리머니엔 멋이 흘러 넘친다. 빅이어와 함께 점프할 수 있을까.

# 킬러 대결, 호날두 vs 이과인

철강왕. 호날두에게 붙은 별명이다. 한국의 모 해설 위원이 인도의 제철 기업을 운영하는 부호 락시미 미탈과 호날두를 헷갈려 붙은 이름이기도 하지만, 꾸준한 경기 출전과 기량을 유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에도 45경기에서 40골을 기록했다. UCL 12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다. 더구나 도움도 6개나 올렸다. 특급 골잡이는 특급 도우미이기도 했다. 결승 진출에 가장 중요했던 바이에른 뮌헨과 1,2차전 그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1차전에서 모두 8골을 몰아넣으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도 과시했다. 여전히 호날두의 발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특히 호날두는 부폰을 상대로도 4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다. 천하의 부폰이라지만 호날두는 자신감 있게 경기에 나설 것이다.


이과인은 레알에서 264경기에 출전해 122골을 기록했다. 그런 그가 팀을 떠났던 것은 호날두, 벤제마 등이 팀에 합류해 치열해진 주전 경쟁 때문이었다. 이제 친정 팀을 만나는 이과인은 자신의 기량을 입증해 후회하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이 한껏 올랐다는 것을 증명한 상태다.

이번 시즌 UCL에선 11경기 5골을 기록하고 있다. 딱히 많은 득점은 아니지만 팀내 최다 득점자이다. AS모나코와 4강 1차전에서 2골을 몰아넣으면서 2-0 승리를 이끌어 유벤투스의 결승행에 일등공신이 됐다. 아르헨티나 A 대표 팀에선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놓쳐 비난을 받았던 이과인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득점포를 가동해야 한다.

그의 뒤에 위치한 파울로 디발라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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