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박세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KBO 리그는 최근 몇년간 기형적인 '타고투저'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전체 평균 타율은 2할9푼에 이르렀다. 반면 리그 평균자책점은 5.17이었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3할에 가까운 타격을 하고, 매 경기 투수들은 각팀마다 5점을 넘게 내줬다는 의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몇년 묵었던 스트라이크존 확대 문제가 논의된 것만 봐도 타고투저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이제 리그를 호령할 만한 토종 에이스 투수가 없다는 한숨이 야구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어엿하게 리그 전체에서 평균자책점 싸움을 하고 있는 롯데 박세웅, KIA 임기영이 있고, NC 구창모, 넥센 최원태, 삼성 최지광 등은 데이터를 넘어 각 팀에 새 투수를 본다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박세웅은 올 시즌 11경기에 나와 7승2패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7승12패를 기록했던 투수가 올해는 라이언 피어밴드(kt)와 평균자책점 선두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싸움을 이어갈 정도로 성장했다. 시원시원한 폼을 가진 데다 배짱, 안정감이 생기면서 타자들을 압도하는 피칭을 보여준다.

올 시즌 7승2패 평균자책점 1.82로 호투 중인 임기영은 벌써 완봉만 2번을 기록하며 KIA의 완봉승 역사를 잇고 있다. 한 시즌 완봉승 2번은 KIA에서 2012년 서재응, 윤석민 이후 처음 있는 일. 놀라운 제구력과 공격적인 피칭으로 '잠수함 투수'의 역사까지 같이 써내려가고 있다. 8일 폐렴으로 입원하며 질주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 KIA 임기영 ⓒ한희재 기자

구창모는 NC의 10년을 책임질 좌완이라는 평가 속에서 쑥쑥 자라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13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4.50. 김경문 NC 감독이 "10번의 선발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할 만큼 능력을 보유한 투수다. 박용택으로부터 올 시즌 국내 좌완 중 가장 좋은 구위를 가졌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넥센 최원태는 5승6패 평균자책점 5.38을 기록 중이다. 기복은 있지만 12번의 등판 중 7번이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이닝 이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지광은 시즌 7경기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아직 프로의 한계를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책임감을 지고 있다.

10일 울산 두산-롯데전에서는 양팀 유망주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두 팀 다 선발 이현호와 송승준이 각각 1⅓이닝, 1이닝 씩만을 소화하고 내려갔다. 두산은 이영하가 데뷔 후 가장 많은 3⅓이닝(1실점)을 던졌고, 롯데 강동호도 3이닝(2실점)을 기록하며 선발들의 빈 자리를 메웠다. 젊은 투수들의 호투 속에 양팀은 연장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올 시즌 리그를 압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들도 있지만 잇단 부상과 부진으로 팀을 한숨쉬게 만드는 외국인 투수들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이때 팀에 위로가 되는 것은 바로 토종 유망주들의 깜짝 호투. 야구장을 찾는 팬들 역시 단순한 성적을 넘어 각팀의 유망주들이 쑥쑥 크는 것을 보는 맛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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