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점 뒤 기뻐하는 FC서울. 포항전 결승 골의 주인공 데얀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속담이나 고사 속에서 '3번'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인생 '삼세판'이라고 했다. 삼국지의 유비도 제갈량을 모시기 위해 집을 3번 찾아갔다. 야구에서도 한 회에서 3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한다. FC서울이 포항을 꺾고 이번 시즌 반전의 기회를 세 번째로 잡았다. 이번엔 반등의 기세를 탈 것인가, 또다시 무너질 것인가.

FC서울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중요한 승리다. 서울은 포항전 승리에도 여전히 7위다. 그러나 차이는 좁혔다. 6위 포항과 고작 승점 1점 차고, 선두 전북과도 10점 차다. 아직 18라운드가 남아 있어 순위표를 뒤흔들 가능성은 있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문제가 남았다. 서울은 이번 시즌 스스로 산통을 깼다. 라이벌전 혹은 상위권 팀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연승 행진을 잇지 못했다.

포항전에서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데얀이 "이겨서 기쁘다. 승점 3점을 얻어 상위 스플릿 진출, 3위 내 진입의 시발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벌써 3번째 찬스다. 반전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경기 소감을 밝힌 이유다.

서울은 올 시즌 초반 불안한 출발을 했다. 6월 A매치 휴식기 전까지 스리백과 포백을 오갔고, 경기력은 널을 뛰었다. 휴식기를 지나 치른 첫 경기는 공교롭게도 '슈퍼매치'였다. 6월 18일 원정에서 수원 삼성을 1-2로 제압하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신고했다. 그러나 이어진 대구FC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고, 상주 상무전에서 1-2로 패하면서 상승세를 잇는 데 실패했다.

지난 2일엔 폭우 속에서 전북 현대를 홈에서 2-1로 꺾었다. 결과도 좋았고 경기 내용도 좋았다.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9일 광주FC와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2-3으로 패했다. 광주전에선 새로 영입한 미드필더 이명주가 발목을 다치는 악재도 겹쳤다. 흐름은 또다시 끊겼다.

▲ "서두르지 않아야…" 구멍난 중원을 든든히 지키는 주세종(오른쪽). ⓒ한희재 기자

포항전은 그래서 중요한 경기였다. 당장 서울이 따라잡아야 할 상대기 때문이다. 경기 전까지 서울은 7위, 포항은 5위를 달렸다. 승점 차를 좁힐 수 있는 '승점 6점'짜리 경기였다. 서울은 포항을 잡고 분위기 반등의 계기를 다시 한번 만들었다.

이제 넘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득점에 실패한 것은 조급해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이기려고 하다 보니 밸런스가 무너지는 부분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선수들이 그런 점에서 나아졌다. 마무리에서 급한데 승리하면서 해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황 감독은 포항전 이전에도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긴다"는 말을 반복했다.

선수들도 심리적 부담을 인정했다. 주세종은 "감독님이 (유기적인 플레이를) 원하시기 때문에 그렇게 움직이려고 준비를 했다. 준비한 걸 하지 못할 때 마음이 급해져서 밸런스가 깨졌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스스로 무너졌다는 뜻이다.

이제 서울은 제주 원정을 떠난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급작스레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전북을 2-1로 꺾고 승리를 거뒀다. 서울도 방심할 수 없다. "지난 경기에서 연승을 잇지 못해 아쉬웠다. 포항전 승리를 계기로 연승을 이어갈 계기를 만들었다. 제주전을 잘 준비하겠다"는 주세종의 말대로 서울이 연속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포항전 승리는 반등을 위한 세 번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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