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올 시즌 임기영 최원태 박진형 등 각 팀별로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지자 미국의 칼럼리스트 톰 버두치가 2008년에 냈던 '버두치 리스트'가 KBO 리그에 떠오른다.

버두치 리스트는 어린 투수들의 투구 이닝 증가와 팔꿈치 부상이 상관 관계가 있다는 이론으로 이에 따르면 만 25세 이하 투수 가운데 전년도 시즌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더 던지면 이듬해 부상 또는 부진 확률이 크다.

투수 출신인 김진욱 kt 감독은 주권을 예로 들어 버두치 리스트의 위험성을 알렸다. 만 19세였던 2015년 데뷔 시즌에 89⅓이닝을 던진 주권은 지난해 시즌 내내 선발로 던지면서 134이닝으로 버두치 리스트에 올랐고, 올 시즌엔 1군과 2군을 오가며 평균자책점 8.02로 부진하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고영표를 유의한다. 프로 3년째를 맞이한 올 시즌 선발로 전환한 고영표는 21차례 선발로 등판해 6승 11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다. 낮은 득점 지원과 야수진의 잦은 실책 탓에 개인 성적은 저조하지만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kt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영표 역시 지난해 주권처럼 버두치 리스트에 올랐다. 고영표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등판을 포함해 69이닝을 던졌는데 올 시즌엔 20일 현재 128⅓이닝을 책임졌다. 이미 2배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kt는 정규 시즌 34경기를 남겨 두고 있어 고영표는 앞으로도 더 던져야 한다.

다만 선발 첫 해인데도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도 안 걸렀다. 5일 휴식이 10회로 가장 많다. 4일 쉬고 던진적도 2차례나 있다.

고영표는 휴식일의 영향을 받는다. 하루를 더 쉴수록 투구 내용이 좋아졌다. 4일 쉬고 던진 2경기에선 평균자책점이 9.28에 달하는 반면 5일 쉬었을 땐 5.13, 6일 쉬었을 땐 4.53, 그리고 7일 이상 휴식했을 땐 1.88이다.

김 감독은 고영표를 관리할 뜻을 밝혔다. 지난 13일 SK전에 선발 등판한 고영표는 원래 로테이션대로라면 19일에 등판할 차례였는데 주권이 대신 선발로 나섰다. 고영표는 하루를 추가로 더 쉰 뒤 20일 두산과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김 감독은 "영표가 올 시즌 정말로 많이 던졌다. 대단하다"며 "이젠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늦출 수 있으면 최대한 등판 일정을 늦추려 한다. 하루든 이틀이든 더 쉬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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