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3년째 kt 투수 고영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투수의 여러 기록 가운데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대표 지표는 다승과 평균자책점이다. 14일 현재 16승으로 헥터 노에시, 메릴 켈리, 더스틴 니퍼트 등 특급 외국인 투수들을 제치고 다승 1위에 올라 있으며 평균자책점 또한 3.49으로 준수한 양현종(KIA)을 국내 최고 선발투수로 놓는 이유다. 박세웅(롯데)과 최원태(넥센)는 13일에 나란히 데뷔하고 첫 10승 고지를 밟아 한국 야구의 미래임을 증명했다.

6승 11패 평균자책점 4.91. 프로 3년째를 맞아 처음으로 선발로 뛰고 있는 kt 사이드암스로 고영표의 올 시즌 성적이다. 고영표보다 승리가 많은 투수가 27명 같은 투수가 11명이며, 평균자책점은 18위다. 기록상으론 평범하다.

그런데 수비무관자책점(FIP)를 보면 평범하지 않다. 프로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영표의 FIP는 3.95로 켈리(SK, 3.45), 헨리 소사(LG, 3.58), 그리고 양현종(3.75)에 이어 리그 4위다. 국내 투수로는 양현종에 이어 2번째다. 국내를 대표하는 투수로 대형 FA 계약을 터뜨렸던 장원준(두산, 4.20)과 차우찬(LG, 4.23)을 앞선다.

1999년 미국의 대학생이었던 보르스 맥크라렌이 인플레이 타구는 투수가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쉽게 계량하고 계산법을 정립해서 만든 지표가 FIP다. 수비와 구장 등 투수 기량 외적 요인을 배제하고 오로지 투수가 주는 안타, 홈런, 4사구 등으로 계산을 한다. 따라서 FIP가 평균자책점에 비해 낮다면 투수가 팀 수비진의 도움을 못 받았거나 운이 좋지 않았다고 해석한다.

고영표가 속한 kt는 내야 수비가 불안정하다. 내야에서 실책이 53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땅볼/플라이볼 비율이 1.65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고영표에겐 치명적이다. 마찬가지로 이 비율이 1.77개로 땅볼 의존형 투수인 팀 동료 돈 로치에게도 같은 영향을 끼쳤다. 로치는 현재 12연패하고 있다. 게다가 팀 타선의 적은 득점 지원으로 승수를 쌓지 못했다. 고영표는 9이닝 당 득점 지원이 3.84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다. 1위가 라이언 피어밴드(3.31), 3위가 로치(4.08)로 모두 팀 동료다. 고영표는 지난 5월 13일 NC와 경기에서 5승을 챙긴 뒤 12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김진욱 kt 감독은 이기고도 고영표가 승리를 못 거둔 날엔 "미안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영표는 투수로서 순수 지표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9이닝 당 탈삼진이 7.71로 켈리, 차우찬, 니퍼트에 이어 리그 4위다. 9이닝 당 볼넷 허용률은 1.05로 리그에서 가장 좋으며 탈삼진/볼넷은 7.33개로 이 역시 차우찬에 앞선 리그 1위다. 데뷔하고 첫 풀 타임 선발로 뛰면서 남긴 기록이다.

고영표의 무기는 체인지업이다. 낙차가 크고 투구 폼 때문에 옆에서 날아가다가 떨어져 타자들에겐 생소한 궤적이다. 헛스윙률이 무려 57.7%다. 피안타율은 0.214에 그친다. 수 많은 땅볼을 유도한 비결이 체인지업인 셈이다. 고영표는 "체인지업 덕분에 프로에 있을 수 있다. 원래 좋았는데 올 시즌엔 패스트볼이 좋아지니 더 효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표가 올 시즌 정말 크게 발전했다. 노력의 결과다. 우리 팀 투수 가운데 가장 연구를 많이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열심히 한다"며 "올 시즌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고맙고도 미안하다. 우리 팀의 미래를 짊어질 투수다. 남은 시즌 한 두 경기에 휴식을 주는 등 관리에 신경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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