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코리아컵 정구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김영혜 ⓒ 안성 국제 정구장,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안성, 조영준 기자] "국제 대회도 치열하지만 우리 종목(정구)은 국내 선발전이 더 치열해요. 우선은 내년 봄에 있는 선발전을 통과한 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테니스를 아시아 선수에 맞게 변형한 정구(Soft Tennis)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 테니스에서는 볼 수 없는 세밀한 플레이와 다이내믹한 랠리가 이 종목이 특징이다. 정국은 숨겨진 효자 효녀 종목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메달 7개를 싹쓸이하며 종주국 일본을 제치고 최강국이 됐다.

당시 한국은 남녀 모두 '황금세대'였다. 특히 '정구 여제'로 불린 김애경(29)은 3관왕에 오르며 한국 정구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김애경은 코트를 떠났고 한국 정구는 세대교체 중이다. 현재 한국 정구를 이끌는 후배들은 과거 선배들이 이룩한 영광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을 짊어졌다.

김영혜(22, NH농협은행)는 김지연(24, 옥천군청)과 한국 정구 여자 단식을 이끄는 '차세대 에이스'다. 그는 27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국제정구장에서 열린 2017년 코리아컵 정구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펑지수안을 4-0으로 꺾었다. 홈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메달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김영혜는 지난 4월 열린 2017년 정구 국가 대표 선발전 여자 단식에서 우승했다. 5월 폴란드 컵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컵을 품에 안았다. 올해 국제 대회에서 두드러진 성적표를 받은 그는 "국내 대회 경쟁도 치열하지만 국제 대회는 잘 알지 못하는 선수들과 만날 때가 있다. 이 점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회는 평소 알던 선수들과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본 같은 경우 워낙 경쟁이 치열해 누가 나올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이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혜는 2015년 이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했다. 지난해부터 태극 마크를 달았던 그는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용민(경북체육회) 전 여자 대표 팀 감독은 "김영혜는 지금 이대로 잘 성장하고 부상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마인드 컨트롤만 잘 조절하면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혜는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빠른 움직임이 장점인 것 같다. 반면 기복이 심한 점이 문제점이다. 실업 1~2년 째에는 기복이 심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줄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제가 풀어가야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코트에서의 집중력이 강한 승부 근성까지 지닌 김영혜는 평소 상대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선수를 만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국내에는 왼손을 쓰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왼손 선수가 있다.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런 선수들을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17년 코리아컵 정구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백핸드를 치고 있는 김영혜 ⓒ 안성 국제 정구장, 스포티비뉴스

한국 정구가 국제 대회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는 케미컬코트 적응이다. 국내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하드코트에서 훈련하며 성장했다. 하드코트에서는 일본과 중국, 대만 선수들을 만나도 자신감이 있지만 케미컬코트는 사정이 다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케미컬코트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런 경험이 내년 아시안게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최 감독은 "전통적으로 우리 선수들은 하드코트에서 강했다. 그러나 예전보다 케미컬코트 적응을 빠르게 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혜는 대표 팀에서도 소속 팀(NH농협은행) 지도자인 유영동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3년 전 선배들이 이룩한 영광의 계보를 이어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영혜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려면 내년 봄에 열리는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 일차적인 목표는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과 다가오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이번 코리아컵에서 여자 단식, 남자 복식,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종주국 일본은 남자 단식, 여자 복식, 여자 단체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국 스포츠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인 치열한 한일전은 정구 코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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