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승리가 절실했다. 그래서 기쁨도 컸다.

지난해 8월 타이론 우들리에 뼈아픈 KO패를 당한 뒤 절치부심한 '스턴건' 김동현(33·부산 팀매드)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UFC 187에서 그래플링 실력을 앞세운 안정적인 운영으로 조쉬 버크먼(35·미국)을 상대했다.

김동현은 일명 '매미권'으로 버크먼을 압박한 끝에 3라운드 2분 13초 암트라이앵글초크로 승리했다. 3라운드 초반 버크먼의 강공에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를 잘 넘기고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스포티비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3라운드 버크먼의 타격에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고 밝힌 김동현은 "평소에 연습한 기술이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나왔다"며 2008년 UFC 데뷔 후 거둔 첫 서브미션 승리를 기뻐하면서 "양성훈 감독님의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갔고 준비한 대로 풀어갔다. 앞으로도 감독님이 짜준 전략대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오는 11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UFC 한국대회 출전 의지를 나타냈다. "제일 맏형으로서 대회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면서 "강한 파이터를 상대로 타이틀 도전권이 걸리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승리 소감은?
▲ 지난 패배 이후 술을 단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 힘겨운 시간이었다. 매일 훈련만 하다 보니 지치기도 했다. 한 번 패하니까 승리의 기억은 사라지고 진 것만 남아서 너무 승리가 절실했다. 태어나서 처음 승리한 것처럼 기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언제 또 이길지 모르니 최대한 이 기쁨을 즐기고 있다. 주위의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 UFC 데뷔 후 첫 서브미션 승리였다.
▲ 3라운드에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에 연습한 기술이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끝나고 내심 보너스를 기대했지만, 오늘 대회에서 서브미션이 많이 나와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피니시해서 기쁘다. 경기가 지루하게 이어질 수 있었는데, 펀치로 위기도 맞이했고 오히려 화끈하게 끝낼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 3라운드 버크먼의 펀치에 휘청거렸는데?
▲ 2라운드 끝나고 버크먼이 이대로면 진다는 걸 알고 한 번쯤 몰아붙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과거에도 이런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버크먼이 2라운드부터 굉장히 지쳐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러시가 길어도 30초 정도일 것이라고 봤다. 사실 크게 데미지가 없이 멀쩡했다. 아직 경기영상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많이 휘청거리고 위험해 보였다고들 하시는데 별로 충격이 없었다. 버크먼에게 멀쩡하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살짝 웃었고 오히려 더 들어갔다. 거기서 상대가 확 꺾이는 게 느껴졌다. 어쨌든 만족한다. 그런 장면이 있어서 경기가 더 재미있게 된 것이니까. 그것이 UFC를 보는 재미다.

- 오랜만에 매미로 돌아왔다.
▲ 꼭 이겨야 하니까 '매미권'을 내세웠다. UFC에서 매미와 스턴건이라는 상반된 별명을 가진 선수는 드물다. 그것이 내 장점이고 매력이다. 상대 입장에선 굉장히 까다롭고 불편한 선수가 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양성훈 감독님을 100% 신뢰한다. 완벽한 전술과 전략을 짜준다. 감독님은 상대 경기만 봐도 어떻게 경기가 흘러갈지를 무당처럼 예상한다. 이번 상대도 감독님이 이야기한 대로 똑같이 나왔다. 너무 편했다. 이미 한 번 경기를 해본 선수와 다시 하는 느낌이었다.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감독님의 전략에 따라 경기를 할 것이다.

- 11월 한국대회가 열린다. 이에 앞서 출전을 계획하는가?
▲ 한국대회를 준비하고 싶다. 다른 대회에서 부상을 당해 한국대회를 망치고 싶지 않다. 제일 맏형으로서 대회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한국대회에 잘하는 한국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UFC에 어필을 많이 하고 있다. 후배 2명 정도가 더 UFC와 계약했으면 한다. 상대가 정해지면 최대한 열심히 준비하겠다.

- 한국대회 메인이벤트 출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 특별히 메인이벤트에 서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승리하는 게 가장 멋진 일이지만, 이왕 강한 상대라면 타이틀 도전권이 걸린 경기를 하고 싶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 한다. 그런 상대가 아니라면 아예 약한 선수와 붙어 팬들 앞에서 승리를 만끽하고 싶다.(웃음)

- 7월부터 스폰서를 달고 뛰지 못한다.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 스폰서를 받는 게 마지막이다. 이번에 이기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부모님, 팀매드 가족들, 감독님, 미국에 계신 티파니 누나, 조 형 가족분들, 미국까지 와주신 쎄다 김상우 대표님, 김인수 세무사님, 알렌. 진짜 이정원 없었으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량할 때부터 고생해줘서 고맙다. 내 옷에 붙어있는 모든 후원사에 감사드린다. 너무 행복한 날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원, 알렌 조, 양성훈 감독, 김동현 (김동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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