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대장 김창수'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조진웅이 영화 ‘대장 김창수’에 함께 하게 된 과정은 조금 남달랐다. 많은 배우들이 겪는 고사와 선택의 과정이었지만 그 이유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하기 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명시한다.

조진웅이 김창수 역을 제안한 사람은 장원석 대표였다. 김구 선생의 이야기라고 하면서 역을 제안했다. 조진웅은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이야기 했다. 그 역할을 누가 하겠는가. 못하겠다고 고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 김구 선생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천하고 평범한 사람, 한 청년의 이야기였다. 김구 선생이 되기 전, 점점 김구 선생이 돼 가는, 청년 김창수가 바로 주인공이었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읽고 김창수가 대장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속에서 의지를 찾았다. 자신에게도 필요한 그런 의지였다.

출연을 결정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마흔 살을 넘긴 조진웅이었지만, 스무 살을 갓 넘긴 김창수의 삶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부담을 조금 덜고 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어려움은 있었다. 그냥 현장에 자신을 내 던지는 방법뿐이었다.

▲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조진웅은 언론시사회에서 “시나리오를 읽은 후 이 속에 들어가서 동료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의 1/10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김창수보다 현재 내 나이가 곱절은 많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감당이 안 되는 것 같아 창피했다. 감정 이입이 되니 겁이 나더라. 차근차근 빠져드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다른 준비를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영화 속 조진웅은 시간이 흐를수록 김창수로 변해갔다. 독기로 가득 찬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에서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듯 조진웅 역시 그의 감정 변화에 자연스럽게 빠져 들었다.

조진웅이 완성한 김창수는 자신의 상황을 겁내 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당당하게 맞서고, 거침없이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도 따뜻했다. 영화 엔딩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김창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 조진웅의 얼굴 덕분이다. 10월 19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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