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2018 V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여자부 감독들, 왼쪽부터 차성현 GS칼텍스 감독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사상 유례가 없는 선수 이동이 일어났다. 프로배구 여자부 6개 구단은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움직였다. 전력이 향상하거나 유지한 팀도 있었고 손해를 본 팀도 있었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비시즌 간 진행된 선수 이동과 팀 전력을 살펴보면 올 시즌 각 팀의 윤곽을 희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개막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무려 13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16~2017 시즌 최하위에 그친 도로공사는 박정아(24)를 데려온 것은 물론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로 이바나 네소비치(29, 세르비아)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5위 GS칼텍스는 지난달 열린 천안‧넵스컵 프로배구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IBK기업은행은 박정아를 잃었지만 김수지(30)와 염혜선(26)을 데려왔다. 김수지가 떠난 흥국생명은 베테랑 리베로인 김해란(33)과 남지연(34)을 영입했고 현대건설은 황민경(27)을 얻었다. 올 시즌을 위해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한 6개 구단은 5개월간 진행되는 대장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 KOVO 제공

'공공의 적' IBK기업은행과 '우승 후보' 도로공사, 2강 체제 이뤄질까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6개 구단 사령탑은 IBK기업은행과 도로공사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도로공사는 노장 선수와 젊은 선수의 조화가 장점이다. 또한 각 포지션에 뛰어난 선수들을 고르게 갖췄다.

도로공사의 지난 시즌 실패 원인은 외국인 선수에 있었다. 재계약을 체결한 레슬리 시크라(미국)는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시크라 대신 선택한 케네디 린 브라이언(22)의 기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왕따설’까지 붉어지며 결국 팀을 떠났다. 지난 시즌 최악의 분위기 속에 경기를 치른 도로공사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브라이언 대신 힐러리 헐리(미국)를 데려왔지만 구원투수 소임을 해내지 못했다.

결국 도로공사는 총 30개의 경기 가운데 11번 이기는데 그쳤다. 외국인 선수 영입과 운영 실패가 치명적이었다. 이런 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올해는 V리그 경험이 있는 이바나를 데려왔다. 여기에 박정아가 가세했고 팀의 주축인 세터 이효희(37)와 정대영(36) 배유나(28) 임명옥(31)은 여전히 팀을 지켰다. 하혜진(21)은 그랜드 챔피언스 컵과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을 뛰며 한층 성장했다. 이바나의 백업으로 나설 문정원(25)도 부상에서 회복했다. 날개 공격진과 중앙 여기에 세터와 리베로 등 모든 포지션에서 도로공사는 안정된 전력을 갖췄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최근 3~4년간 가장 적극적으로 FA를 영입한 팀은 도로공사"라고 평가했다.

박정아를 떠나보낸 IBK기업은행은 여전히 막강하다. 세터 김사니의 빈자리는 염혜선과 이고은(22)이 대신한다. 팀의 중심 김희진(26)은 건재하고 김유리가 떠난 중앙은 김수지가 들어왔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MVP인 매디슨 리쉘(미국)이 올 시즌도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IBK기업은행은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 다져진 끈질긴 근성도 이 팀이 장점이다.

이렇듯 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은 모든 포지션에 걸쳐 큰 약점이 없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외국인 선수가 흔들리지 않고 세터와 리베로가 안정감을 찾아야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주전 선수 부상도 이들 팀이 피해야 할 불안 요소다.

▲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왼쪽)과 김해란 ⓒ KOVO 제공

흥국생명-KGC인삼공사-현대건설-GS칼텍스 어느 팀이 다크호스로 부상할까

흥국생명은 팀의 대들보 미들블로커인 김수지가 떠났다. 김나희(27) 홀로 중앙을 사수하기엔 벅차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정시영(24)을 미들 블로커로 기용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박 감독은 “높이에 대한 고민은 여러 방안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끈끈한 수비도 한 가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높이를 잃었지만 베테랑 리베로를 두 명이나 얻었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김해란과 남지연이 흥국생명의 수비를 책임진다. 박 감독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 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팀은 어려움에 처했지만 박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가 성공할 때 올 시즌도 상위권 점령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킨 KGC인삼공사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지난해 미디어데이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고 밝힌 서남원 감독은 "올해는 우승을 노리겠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2016~2017 시즌 KGC인삼공사는 대형 공격수 없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베테랑 한송이(33)는 팀의 구심점 소임을 해낼 임무가 생겼다. 김해란이 떠난 빈자리는 아쉽지만 도로공사에서 오지영(29)을 영입했다. 그리고 해결사는 알레나 버그스마(미국)는 지난 시즌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위해 각오를 단단하게 다졌다.

현대건설은 박미희 감독에 이어 '엄마 리더십'을 내세운 이도희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비시즌 이도희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이다영(21)이 주전 세터로 나선다. 국가 대표 붙박이 미들 블로커인 양효진(28)과 베테랑 황연주(31) 여기에 황민경이 새롭게 가세했다. 올해 국제 대회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친 리베로 김연견(24)의 존재감도 든든하다. 문제는 이다영이 홀로 팀 경기 운영을 책임졌다는 점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터 김다인(19)을 뽑았지만 아직 이다영 백업 멤버로 나서기엔 여러모로 불안하다. 장기 레이스에서 세터 한 명으로 팀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현대건설의 아킬레스건이다.

▲ 2017~2018 시즌 V리그에서 뛸 외국인 선수들, 왼쪽부터 테일러 심슨 알레나 버그스마 매디슨 리쉘 엘리자베스 이바나 네소비치 ⓒ KOVO 제공

GS칼텍스는 지난달 천안‧넵스컵 프로배구 대회의 최종 승자가 됐다. 이소영(23)의 부상이 아쉽지만 에이스로 성장한 강소휘(20)의 존재감은 든든하다. 표승주(25)와 외국인 선수 듀크,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선전한 미들 블로커 김유리(26)도 팀 전력에 힘을 보탰다. 리베로 포지션에는 김연견과 올해 국제 대회에서 맹활약한 리베로 나현정(27)이 버티고 있다. 선수들에게 ‘긍정 마인드’를 불어넣은 차상현 감독의 지도력도 팀이 코보컵에서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나타난 장점이 장기 레이스에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GS칼텍스는 최근 몇 년간 중요한 상황에서 흔들리며 경기를 내준 경우가 많았다. 팀 전력은 물론 GS칼텍스의 관건은 정신력이다.

이들 네 팀의 전력은 큰 차이가 없다. 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은 물론 장기 레이스의 특징인 백업 멤버들의 활약 여부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큰 부상 방지다. 팀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는 팀이 다크호스가 될 확률이 높다. 박미희 감독은 "부족한 점과 그동안 극복하지 못한 점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7~2018 시즌 V리그 여자부는 14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리는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경기로 막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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