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현일 해설위원] 올 시즌 NBA 파이널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대결로 좁혀졌다. 65승 17패로 정규시즌을 마친 골든스테이트는 플레이오프 들어 12승 3패를 기록 중이다. 동부 우승을 차지한 클리블랜드의 플레이오프 성적은 12승 2패. 두 팀의 합계 성적은 25승 4패로 1991년 시카고 불스와 LA 레이커스(합계 22승 4패) 이후 승률이 가장 높다. 당시에는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가 매직 존슨의 레이커스를 시리즈 전적 4-1로 물리치고 구단 첫 우승을 차지했었다.

▲ 내 생애 최고의 농구

르브론 제임스는 현재 여러 부상을 달고 뛰는 중이다. 그러나 마음가짐만큼은 단단하다. 르브론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경력 통틀어 최고의 농구를 펼치고 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온 힘을 경기에 쏟아 붓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올해 파이널 전까지 플레이오프 14경기에서 르브론은 자신의 ‘봄농구’ 통산 최저인 42.8%의 야투 성공률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팀은 단 14경기 만에 파이널에 진출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는 골든스테이트(15경기)보다 1경기 더 적은 숫자다.

▲ 신의 한 수

8년 만에 파이널에 복귀한 클리블랜드.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 39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고작 19승 20패. 그러나 후반기 들어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2번 시드로 정규시즌을 마친 캐벌리어스는 플레이오프 들어 무려 12승 2패를 기록 중이다. 덕분에 지난 시즌의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이어 2000년대 들어 14경기 만에 결승에 진출한 세 번째 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반등의 최대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트레이드’였다. 클리블랜드는 2건의 트레이드를 통해 티모페이 모즈고프, JR 스미스, 이만 셤퍼트를 데려왔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 중인 셋 덕분에 르브론, 카이리 어빙에 쏠리는 부담이 매우 줄어들었다. 빠르게 팀을 정비했던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의 선택이 빛났다.

말릴 수 없는 사고뭉치였던 JR은 동부 컨퍼런스 우승 행사에서 눈물을 흘렸다. 러시아 대표팀에서 데이비드 블렛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모즈고프 역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들어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셤퍼트의 활약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이적생 트리오의 활약이 파이널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 들어가지 않는군요

르브론의 최대 고민은 3점슛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3점슛 성공률이 17.6%에 불과하다. 본인의 포스트시즌 통틀어 최저 수치. 플레이오프에서 14경기를 치르는 동안 3개 이상의 3점을 넣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시리즈 별로 살펴봐도 25.0%(애틀랜타 호크스 전)가 최고였다.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어빙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 르브론 본인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탓도 한몫 했다. 이에 대해 르브론은 “슛이 짧거나 길었다. 왼쪽으로 치우치거나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계속해서 들어가지 않는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 바클리 입 열다

‘농구계의 펠레’ 찰스 바클리가 올 시즌 파이널 예상을 내놓아 화제다. “점프슛 팀은 결코 우승할 수 없다”며 골든스테이트의 전력을 과소평가했던 바클리는 워리어스가 결승에 오른 이 시점에도 생각에 변함이 없는 듯하다. 바클리는 “클리블랜드가 4-2로 골든스테이트를 꺾고 챔피언에 오를 것”이라며 캐벌리어스의 우승을 점쳤다. 적중했던 예상도 적지 않았지만 틀린 적이 더 많았던 바클리. 클리블랜드 팬이라면 웃어야 할까, 아니면 울어야 할까.

▲ 1차전은 영···

바클리의 예상대로 들어맞기 위해서는 캐벌리어스가 1차전을 잡아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르브론과 파이널 원정 1차전의 궁합은 영 좋지 않다. 르브론은 홈코트 이점을 잃은 상황에서 맞이한 파이널 원정 1차전 3경기를 모조리 패했다. NBA 파이널 역사상 1차전을 잡은 팀이 우승할 확률은 70.6%(48-20)에 달한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캐벌리어스와 르브론은 1차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 새 기록을 쓴 커리

NBA는 1997년부터 개별 선수들의 득실 마진을 따로 매겨오고 있다. 득실 마진은 해당 선수가 코트에 있을 때 팀의 득실점 차이를 수치화한 항목이다. 2008-09시즌, +992점의 르브론 제임스가 6년째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 1위의 주인이 바뀌었다. 주인공은 바로 스테픈 커리. 커리는 올해 무려 +1031점의 득실점 마진을 쌓으며 이 부문 1위로 등극했다. 2위도 팀 동료 드레이먼드 그린(996점)이 차지해 르브론을 3위로 끌어내렸다.

2014-2015시즌 워리어스의 주전 5명은 전원 득실점 +500점을 넘길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골든스테이트의 베스트 라인업은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실제 72승을 달성했던 1995-96시즌 시카고 불스 이후 가장 높은 생산성을 낸 조합은 올해 워리어스 주전 5명이었다. 1995-96시즌 시카고의 주전 라인업은 론 하퍼-마이클 조던-스카티 피펜-데니스 로드맨-룩 롱리로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도합 87승을 따냈다.

▲ 40년 만의 경사 이뤄질까

골든스테이트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1975년 이후 무려 40년 만에 경사를 맞이하게 된다. 이는 30개 팀 가운데 최장 기간. 현재 기록은 피스톤스가 갖고 있다. 피스톤스는 1956년 우승을 달성한 뒤 1988년, ‘배드 보이스’를 앞세워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32년 만의 기쁨이었다. 3위는 보스턴 셀틱스. 셀틱스는 1987년 우승 이후 2008년, 폴 피어스-케빈 가넷-레이 알렌으로 이어지는 ‘빅 3’를 앞세워 21년 만에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워리어스가 올 시즌 챔피언에 오른다면 최장 기간 우승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 안방불패

골든스테이트는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홈 오라클 아레나에서 무려 46승 3패를 기록하고 있다. 39승 2패로 정규시즌을 마친 그들은 플레이오프 들어 멤피스 그리즐리스에 한 번 패했을 뿐 안방에서 열린 나머지 7경기에 모조리 승리했다. 68년 NBA 역사상 올 시즌의 워리어스보다 좋은 홈 승률을 기록한 팀은 6개에 불과한데 6팀 모두 빠짐없이 우승을 달성했다. 클리블랜드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역사다.

▲ 잘 가요 젠트리

한편, 몬티 윌리엄스 감독을 해고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가 새 지도자를 선임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엘빈 젠트리. 골든스테이트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재직 중인 젠트리는 이번 파이널이 끝난 후 곧장 뉴올리언스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다. 젠트리가 가진 인화력과 다양한 공격 전술에 대한 믿음이 펠리컨스 구단 수뇌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다른 골든스테이트의 어시스턴트 코치인 루크 월튼은 젠트리의 이탈에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산호세 머큐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 스태프인 팀 카와카미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앤써니 데이비스가 지닌 공격에서의 잠재력을 잘 이끌어 낼 것이라 말하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010년 스티브 커가 단장으로 있을 당시 피닉스 선즈를 서부 결승으로 이끌었던 젠트리는 12년간 4팀을 지도한 베테랑 지도자다. 그가 챔피언 반지와 함께 뉴올리언스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인기 절정 ‘호주의 석주일’

‘호주의 석주일’ 메튜 델라베도바는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어빙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우며 캐벌리어스의 파이널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NBA에서 드래프트조차 받지 못했지만 특유의 근성과 투지를 앞세워 파이널 팀의 주요 멤버로 활약하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

같은 호주 출신인 앤드류 보거트도 델라베도바의 매력을 일찍이 알았던 모양이다. 보거트는 최근 있었던 현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당시 워리어스가 델라베도바를 영입하길 원했다. 하지만 당시엔 로스터 여유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허슬과 더티 플레이의 경계선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두 호주 출신의 맞대결도 파이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진1] 르브론 제임스 ⓒ Gettyimages

[사진2] 스테판 커리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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