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75kg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들어 올려 한국 역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52kg급에 나선 전병관은 인상 112.5kg 용상 147.5kg 합계 260kg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들어 올렸다. 전병관은 당시 세계 기록을 갖고 있던 중국의 허조우지앙을 2.5kg 차로 따돌렸다. 82.5kg급 이형근은 합계 367.5kg으로 동메달을 보탰다. 전병관이 역도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는 중·장년 스포츠 팬들 귀에 익은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라는 구호 아래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다.

전국체육대회의 비대화를 막고 유·청소년 스포츠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 1972년 첫 대회를 연 전국소년체육대회는 1983년 제12회 대회에서 미래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발굴했다. 서울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 대회에서는 한국 신기록 1개와 대회 신기록 55개가 수립됐고 중학부 역도 48kg급에서 인상 67.5kg, 용상 92.5kg, 합계 160kg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한 전병관은 5년 뒤 서울 올림픽에서 은메달리스가 됐다. <8편에서 계속>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1986년 서울 대회(2개)보다 많은 5개의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의 메달 전략에 큰 도움이 됐다. 56kg급 전병관은 합계 285kg(인상 127.5kg 용상 157.5kg)으로 중국의 유슈빈을 2.5kg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100kg급 황우원은 합계 355kg(인상 155kg 용상 200kg)으로 북한의 윤철(340kg)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서울 대회에 이어 2연속 우승했다. 82.5kg급 염동철, 90kg급 김병찬, 110kg급 김태현이 금메달을 추가했다. 90kg급 이형근 110kg급 전상석 은메달과 110kg 이상급 손성국 동메달까 한국은 금메달 5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역도 남자부에서 개최국 중국(금 3 은 3 동2)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3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세부 종목이 된 여자 역도에서는 중국이 9개 전 체급을 휩쓰는 초강세 속에 한국은 60kg급 우순이와 67.5kg급 정명숙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한국 역도사에 한 획을 그은 대회다. 1988년 서울 올림픽 52kg급 은메달리스트인 ‘작은 거인’ 전병관이 체급으로 올려 도전한 끝에 역도계의 숙원이던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역도는 1948년 런던 대회와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미들급의 김성집이 잇따라 동메달을 따고 1956년 멜버른 대회에서는 라이트급의 김창희가 동메달을 목에 걸어 한때는 올림픽 메달박스로 통하던 종목이었지만 1960년 로마 대회부터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까지 24년 동안 ‘노메달’이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와 1991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정상에 올라 바르셀로나 올림픽 56kg급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전병관은 인상 132.5kg과 용상 155kg, 합계 287.5kg으로 라이벌인 중국의 류쇼우빈을 10kg 차이로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전병관의 금메달 기쁨도 잠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다시 ‘노메달’의 길로 돌아갔다.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역도 여자부가 정식 세부 종목으로 채택돼 5체급 경기가 벌었는데 이는 한국 역도에 한 줄기 희망이었다.

1987년 제1회 세계선수권대회를 연 여자 역도는 1991년부터 남자부와 통합돼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고 있었는데 2003년 밴쿠버 대회에서 장미란은 75kg 이상급 용상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역도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이었다.

1년 뒤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역도 여자 75kg 이상급에 출전한 장미란은 인상과 용상 합계 302.5kg으로 중국의 탕공홍(305kg)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69kg급 이배영이 은메달을 보태 한국 역도는 12년 만에 올림픽 노메달에서 벗어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역도가 다시 한번 효자 종목으로 위상을 확인한 대회가 됐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이 75kg 이상급에서 인상과 용상 합계 326kg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사재혁은 남자 77kg급에서 중국의 리홍리를 제치고 바르셀로나 대회 전병관 이후 16년 만에 남자 역도 금메달을 일궈 냈다. 여자 48kg급에서 임정화, 여자 53kg급에서 윤진희가 은메달을 보태 한국은 역도 종합 순위에서 개최국 중국(금 5 은 1)에 이어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자 94kg 김민재가 대회 당시에는 8위를 했지만 1, 2, 3, 4, 6, 7위가 2016년에 도핑테스트에서 실격돼 은메달을 뒤늦게 받았다. 여자 75kg 이상급 장미란 은 대회 당시에는 4위를 했지만 동메달을 땄던 흐리프시메 쿠르슈디안(아르메니아)이 도핑테스트에 걸려 동메달을 승계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여자 53kg급 윤진희가 역도 종목 유일한 메달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대회에서 북한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로 중국(금 5 은 2)과 태국(금 2 은 1 동 1), 이란(금 2)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강세를 보였다.

한국 역도는 2000년대 들어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3개 대회 연속 노메달에 그치는 침체기에 들어섰다. 스포츠 팬들은 이 침체기가 단기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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