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돔에서 훈련하고 있는 임기영 ⓒ도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대표 팀의 책임감이 임기영의 어깨에 얹어졌다.

한국은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APBC 예선 첫 경기에서 10회 승부치기 싸움 끝에 일본에 7-8 끝내기로 졌다. 17일 치르는 대만전에서도 지면 2패로 결승전 진출이 좌절된다. 한국, 일본, 대만 세 나라가 자웅을 겨루는 가운데 결승 진출 실패는 사실상 아시아 프로 야구 꼴찌다.

유망주들이 참가한 대회이기 때문에 리그 실력이 바로 투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태극 마크를 달았다면 최대한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대표 팀 임무다. 대표 팀을 결승전으로 이끌어야 할 17일 대만전 선발투수 언더핸드스로 임기영의 부담감이 그래서 더 크다.

임기영이 상대할 대만은 강한 좌타자들이 포진돼 있다. 올해 라미고 몽키즈에서 115경기에 나와 31홈런 타율 4할7리 맹타를 휘두른 외야수 왕보룽, 퉁이 라이온즈 소속으로 114경기에서 타율 3할8푼7리를 기록한 내야수 천제셴이 대표적인 좌타자다. 그외에도 주위셴, 우녠팅, 쑤즈제, 천쯔하오 등 주전이 모두 왼손이다.

올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87경기 타율 2할6푼4리를 기록한 와일드카드 외야수 양다이강은 우타자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이 좌타 라인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임기영은 좌타자에 맞춰 철저하게 분석에 나서야 한다. 자신의 장점인 체인지업을 잘 떨어뜨려야 유리한 볼 배합을 이어갈 수 있다.

'언더핸드스로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속설이 있지만 임기영은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290)과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296)에 큰 차이가 없었다. 피출루율도 좌타자 상대(.326)와 우타자 상대(.327)가 거의 비슷했다. 피장타율은 오히려 좌타자 상대(.392) 때 우타자 상대(.423)보다 3푼 정도 낮았다.

임기영의 배짱도 부담을 이길 수 있는 무기다. 임기영은 국내 마지막 합숙 훈련 때 "올 시즌 폐렴을 앓은 후 돌아와 등판했던 첫 경기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긴장한 적이 없다"며 "원래 긴장하는 체질이 아니라 처음 서는 국제 무대도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영이 시즌 초반 보여 준 대로 자신감을 갖는다면 대만 타선을 상대로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6일 일본전에서 선발투수 장현식이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제 몫을 다했지만 불펜이 5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면서 뼈아픈 패배를 안았다. 임기영 역시 불펜 난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임기영이 대만 타자들을 최대한 오래 묶고 타선이 터져 점수 차를 크게 벌리는 것이 한국의 가장 좋은 대본이다. 그 드라마가 완성되기 위해선 임기영의 역투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