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뜨거웠던 2017 시즌이 막을 내린지도 이제 한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한 해를 돌아보며 다가올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 애플베이스볼도 한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투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는 시도가 그것이다. 투수는 늘 좋은 컨디션일 수는 없다.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좋았을 때의 패턴과 그렇지 않았을 때의 패턴을 알게 된다면 교체 타이밍 등 그 투수의 특성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애플베이스볼은 투수들의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 속엔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첫 순서는 LG 차우찬이다.

차우찬은 이적 첫 해인 올 시즌 10승(7패)과 3.48의 평균 자책점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승운이 많이 따르지 않았을 뿐 좀 더 많은 승리도 가능했을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차우찬이 좋았을 때와 좋지 않았을 때의 차이는 슬라이더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워낙 좋은 패스트볼 구위를 지니고 있는 투수인 만큼 패스트볼에선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슬라이더에선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우선 구사 비율에서 차이가 났다. 6이닝 3자책점 이하로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을 때(Good)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23.47%였다. 좋지 않았을 때는 20.27%로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지난 해 보다 올 시즌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높아진(10.68%→19.98%) 차우찬이다.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며 보다 좋은 투구가 가능해 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좋은 공을 던질 때의 차우찬은 슬라이더 회전수가 높아졌다. 2452rpm으로 안 좋았을 때의 2368rpm 보다 훨씬 회전수가 늘어났다. 그만큼 변화를 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통제하기가 수월해 졌음을 뜻한다.

흥미로운 것은 변화량이다. 좋았을 때 좌우 변화량은 12.43cm로 안 좋았을 때의 13.40cm보다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슬라이더를 무조건 크게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컨트롤 할 수 있었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나타내주는 수치다.

슬라이더를 주로 썼을 대는 플라이볼 비율이 크게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좋았을 때 슬라이더는 주로 플라이볼을 유도해내는데 활용됐다. 차우찬이 슬라이더를 던졌을 때 플라이볼이 많이 나온다면 그가 꽤 괜찮은 컨디션을 보이는 날이라고 생각해도 좋은 수준이다. 팝 플라이(주로 얕은 내야 플라이)는 줄고 플라이볼은 늘어난다는 것이 또 하나의 포인트다.

차우찬의 슬라이더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좋았을 때 슬라이더가 안 좋았을 때 슬라이더 보다 볼 판정을 더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헛스윙 비율도 같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차우찬이 슬라이더를 컨트롤 할 수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좀 전에 지적한 대로 차우찬은 좋았을 때 슬라이더의 변화량이 줄어들었다. 슬라이더를 통제할 수 있었을 때 보다 많은 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법이다. 차우찬은 슬라이더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떨어트릴 수 있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슬라이더로 맞춰 잡을 땐 플라이볼이, 헛스윙을 원할 땐 많은 회전으로 더 확실하게 떨어트리는 투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차우찬은 올 시즌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투구를 펼쳐갔다. 결과 또한 좋았던 만큼 이번 겨울도 슬라이더를 가다듬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슬라이더가 내년 시즌엔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기다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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