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국민 레전드' 이승엽은 해외 유턴파 출신이다. 2004년 일본으로 건너가 2011년 시즌까지 지바 롯데-요미우리-오릭스 등에서 8년간 뛴 뒤 한국에 돌아왔다.

그의 복귀는 성공적이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에 성공했고 이승엽은 3할 타율(.307)과 20개 이상의 홈런(21개)을 때려 냈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힘이 된 복귀였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박병호 황재균 등 해외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승엽과 마찬가지로 박병호 황재균 김현수 등은 해외 리그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슷한 처지였기에 할 말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잠시의 침묵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저와는 뛰던 리그와 처한 상황이 모두 다릅니다. 제가 조언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저는 일본 프로 야구에서 2할 타율을 마지막으로 기록하고 한국으로 온 선수입니다. 다른 선수들은 저보다 높은 무대에서 뛰다 온 것인 만큼 스스로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병호 황재균 김현수 등에게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들은 미국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돌아왔다.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이 한국 야구에서 했던 장점들까지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길을 잃게 되면 좋았을 때 타격 폼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승엽이 걸어 온 길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승엽은 한사코 자신과 비교를 거절했다.

대신 질문을 바꿔 보자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이승엽은 그 고비를 어떻게 넘겼나요?"

이승엽은 "난 그때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일본은 잘 알다시피 폼에 손을 많이 댄다. 나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니 완전히 내 것이 사라져 있었다. 캠프에 참가할 땐 매우 의욕적이었지만 야구가 너무 안돼 오랜 시간 동안 힘들었었다.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님도 내 훈련을 보며 걱정을 많이 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충분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타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해법은? 역시 훈련뿐이었다. "결국 치고 또 치며 내 것을 찾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타자의 좋은 점은 많이 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투수들 보다 많은 공을 치며 자신의 것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훈련을 거듭하면서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과 포크볼을 따라가기 위해 작아져 있었던 내 폼이 점차 크면서도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스스로 땀을 흘리며 안 좋았던 것들을 털어 낼 수 있도록 조언하고 도와주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힘도 컸다."

이승엽은 한사코 '조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다른 선수들도 분명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1, 2년 전 자신과는 달라진 자신을 맞닥뜨려야 할른지도 모른다. 그 답은 스스로 찾을 수 밖에 없다. 훈련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달라져 있을 수 있다는 걸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큰 실패 뒤에도 높은 몸값을 안겨 주며 그들을 반겨 준 구단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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