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성범이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나스타' 나성범(NC)은 올 시즌 어깨가 유독 무거운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이렇다 할 보강 없이 치러야 하는 시즌, 한 방잡이 노릇을 해 왔던 이호준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중책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나성범의 장타력은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루타 이상의 장타는 늘었지만 꼭 필요한 홈런 숫자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4년 시즌 30홈런을 채운 뒤 28, 22, 24개로 정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장타율이 5할8푼4리나 됐지만 홈런 숫자는 결장한 경기 수만큼이나 아쉬움을 남겼다.

더 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나성범이다. 한국 최고가 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선수다. 완성형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있는 선수다.

게다가 이젠 팀의 요구가 더 커졌다. 나성범이 다시 30홈런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나성범이 다시 30홈런 타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의 발사각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나성범은 발사 각도가 아주 이상적인 타자는 아니다. 인플레이 타구의 평균 발사각은 10.49였다. 그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메이저리그 평균은 12.54도 정도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비해 약 2도 정도 낮은 탄도를 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플라이볼 안타 타구의 평균 발사각도 21.70도라면 높은 편은 아니다. 플라이 안타 타구는 25도~35도 사이에 형성될 때 보다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다.

이제 구종이나 구속별로 나성범이 기준점인 평균 12도 이상의 발사각을 보일 수 있을지를 짚어 보자.

나성범은 패스트볼에 강한 타자다. 패스트볼에 대한 장타율이 6할7푼7리나 된다.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시스템에 잡힌 패스트볼 홈런만 9개나 된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것까지 계산하면 훨씬 더 높은 숫자를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나성범은 패스트볼을 더 많은 홈런으로 만들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발사각이 낮기 때문이다.

나성범의 패스트볼 평균 발사각은 10.64도다. 자신의 인플레이 타구 발사각과 비슷했다. 구속대 별로는 시속 140~145km대에 9.47도, 145~150km대에 8.44도를 기록했다. 좀 더 높은 탄도의 타구를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셈이다. 이 각도가 2~4도만 높아진다면 그는 보다 많은 패스트볼을 홈런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틈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슬라이더와 커브에서도 좋아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슬라이더 평균 발사각은 13.51도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타구 스피드가 좋지 못했다. 시속 140km대를 넘지 못한 139.20km를 기록했다. 타구 스피드가 좀 더 더해진다면 4할대에 그친 슬라이더 장타율도 5할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A 팀 전력 분석원은 "나성범은 좌투수의 슬라이더를 효율적으로 밀어 칠 줄 아는 타자다. 다만 보다 많은 홈런을 원한다면 메커니즘을 다소 바꿀 필요가 있다. 슬라이더의 스트라이크 판단 존을 재정비해서 보다 안쪽으로 당겨 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대로 밀어 친다는 개념보다 스트라이크가 되는 슬라이더를 강하게 받아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커브는 평균 발사 각도가 8.34도에 그쳤다. 나성범의 스윙 메커니즘과 커브가 잘 맞지 않았다는 걸 뜻한다. 커브의 장타율 역시 2할8푼9리에 그쳤다. 느리고 각 큰 변화구를 어떻게 좋은 발사각도 안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성범은 이미 좋은 타자다. 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는 여지도 갖고 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타자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팀과 개인에게 모두 뜻 깊은 2018년 시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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