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선수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LG는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1위(4.30)를 기록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만큼 타격이 받쳐 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LG 팀 타율은 2할8푼1리로 7위였다. 순위는 뒤에 있었지만 못 쳤다고 할 수는 없는 수치였다.

문제는 장타력이었다. 홈런은 110개로 전체 꼴찌, 장타율도 4할을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큰 잠실 구장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KBO 리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장을 사용하면서 손해를 많이 봤다는 뜻이다.

그러나 잠실 구장 탓만을 할 수는 없다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단순히 넓은 구장을 써서가 아니라 멀리 칠 수 있는 타격 기술을 보여 주지 못했다.

현대 야구는 바야흐로 플라이볼 시대다. 발사각과 타구 스피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상적인 발사각과 타구 스피드를 갖고 있다면 거포형 선수가 아니어도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것이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이론이다.

배럴 타구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선 타구 스피드 시속 158km 이상, 발사 각도 25도~35도 사이에 들어가는 타구를 배럴 타구라고 말한다.

한국에선 사실 이 기준에 들어가는 타구가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식 배럴 타구 비율에서 KIA가 1위를 차지했는데 2%에 좀 못 미쳤다.

한국형 배럴 타구를 연구한 이유다.

한국형 기준은 타구 속도 시속 155~160km, 발사각 22.5~35.0도 & 타구 속도 시속 160~165km, 발사각 20.0~37.5도 & 타구 속도 시속 165km 이상, 발사각 17.5~40.0도로 기준을 다소 바꿔야 한다.

배럴 타구의 진짜 의미는 안타 확률 50%,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타구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맞춘 한국형 기준이 위에 제시한 것이다.

한국형 배럴 타구 기준으로 봤을 때 팀별 배럴 타구 비율을 살펴봤다.

홈런 군단 SK가 8.28%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LG와 같은 잠실 구장을 쓰는 두산이 8.23%로 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178개의 홈런으로 전체 3위에 랭크되는 폭발력을 보여 준 바 있다. 배럴 타구 비율은 두산이 어떻게 그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LG는 이 조사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배럴 타구 비율이 4.55%에 불과했다. 1위의 절반 수준을 조금 넘는 기록이다.

LG엔 거포형 선수가 부족하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팀이 전체적으로 좋은 발사각을 만드는 데 별반 관심이 없었다. 타격 이론가인 박용택 정도나 신경을 썼을 뿐 팀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쪽으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걸 데이터가 말해 주고 있다.

타격의 새로운 흐름에 무지했다는 뜻이다. 장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타구 각도와 스피드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있었다면 이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우리라고 몰라서 안 했겠나"라고 반문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고 노력했다고 하기엔 그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 적어도 5%는 넘었어야 했다.

타구 스피드에서도 약점이 드러났다.

LG는 지난해 트랙맨이 추적한 타구들 스피드에서 전체 9위를 기록했다. 평균 타구 스피드가 시속 140km를 넘지 못했다.

타구 스피드를 높이는 데는 웨이트트레이닝도 한 몫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LG는 이 대목에서도 자랑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걸 데이터에서 알 수 있다. 빠르고 강한 타구를 만드는 데 모든 구단의 관심이 모아져 있었지만 LG는 그 큰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LG는 지난 시즌을 끝낸 뒤 많은 것을 바꿨다. 과연 새로워진 LG가 새로운 타격 이론을 따라가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몇몇 선수의 보강만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또 한번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신 이론으로 무장되지 않은 타선은 여전히 상대에 위협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LG가 새 시즌에 어떤 타격 내용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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