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올해는 몸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롯데 영건 박세웅이 새로운 시즌을 맞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빼놓지 않고 하는 대답이다. 지난 해 전반기를 9승3패, 평균 자책점 2.81이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돌았던 박세웅. 그러나 후반기에선 3승(3패, 평균 자책점 5.07)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많은 사람들이 체력을 이야기했지만 김원형 수석 코치와 박세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위 자체엔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김 수석은 "트랙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사를 봤다. 내 생각과 데이터가 일치했다. 박세웅의 메커니즘이나 볼 끝의 움직임, 볼 끝의 힘은 전반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김 수석이 언급한 트랙맨 데이터다.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의 스피드 차이도 거의 없었고 릴리스 포인트나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볼 끝의 무브먼트도 미세하게 좋아지거나 조금 나빠졌다. 이론상 박세웅에게 문제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내려진 결론이 10승과 몸쪽 승부에 대한 부담 두 가지다.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던 박세웅은 10승을 거둔 뒤 7경기나 승리를 하지 못했다. 어린 투수에겐 혹독한 시간이었다. 그 기간을 거치며 심리적인 안정감이 흔들렸다는 것이 첫 번째 분석이다.

두 번째가 몸쪽 승부다. 전반기엔 자신 있게 들어갔던 몸쪽 승부를 후반기엔 거의 하지 못하며 타자가 한 쪽만 노리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다시 트랙맨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박세웅의 투구 그래픽을 살펴봤다.

우타자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일궈 낸 그래픽이다. 몸쪽으로 붙이는 승부는 거의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스플리터(핑크색) 승부가 많았는데 대부분 바깥쪽에 집중돼 있다.

이 외 변화구도 슬라이더(녹색)이나 커브(노란색) 정도가 전부였다.

좌타자에게도 몸쪽을 못 던지긴 마찬가지였다.

몸쪽 근처로 간 공은 스플리터가 대부분이었다. 스플리터는 좌우 움직임을 완벽하게 통제하긴 어려운 구종이다. 일단 떨어트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몸쪽 궤적도 있었다. 하지만 몸쪽 스트라이크존으로 공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박세웅은 왜 갑자기 몸쪽 승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렸을까. 김 수석은 가장 큰 원인으로 '트라우마'를 들었다. 몸에 맞는 볼에 대한 부담 탓에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세웅은 지난해 6월25일 두산전에서 양의지와 민병헌의 손을 잇달아 맞혔다. 둘 모두 골절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공교롭게도 박세웅의 부진은 그 경기 이후부터 시작됐다.

김 수석은 "아직 어린 나이인 박세웅이 자신의 투구로 다치는 선수들을 보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투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몸쪽 승부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젠 그 부담을 덜 때가 됐다. 그걸 이겨 내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과감한 몸쪽 승부를 지시하는 이유다. 사구에 맞았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인 민병헌이 우리 팀에 와서 박세웅에게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주고 있다. 그런 내용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의 말처럼 박세웅은 잇단 사구 이후 흔들렸고 끝내 원래 자리로는 돌아오지 못했다. 과연 이 겨울 동안 그 트라우마를 털어 낼 수 있을까. 롯데와 박세웅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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