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준은 올 시즌 정현과 주전 유격수를 놓고 경쟁한다. ⓒkt 위즈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스프링캠프를 앞둔 지난 1월 김진욱 kt 감독이 밝힌 주전 키스톤 콤비는 유격수 정현과 2루수 박경수. 김 감독이 개막 라인업이라고 예고한 지난 13일 시범경기 개막전에 두 선수가 각각 유격수와 2루수에 자리했다.

지난해 개막전 유격수는 심우준. 지난 3년 동안 박경수에 이어 팀 내에서 가장 출전 수가 많았던 내야수다. 그러나 지난해 정현이 급성장하면서 자리를 빼앗겼다. 정현은 3할 타율에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내며 승승장구. 국가 대표까지 선발됐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 앞서 "심우준을 정현과 황재균을 받치는 내야 유틸리티로 쓰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심우준은 "괜찮다"며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로선 못내 아쉬운 감독의 결정이었다.

심우준은 경기고등학교 시절 타격, 타점 등 주요 타격 타이틀을 차지했고 2013년엔 청소년 대표 팀에 발탁돼 이름을 알렸다. 빠른 발에 날카로운 타격 그리고 강한 어깨를 인정받아 2014년 신생 팀 kt가 행사한 특별 지명 4번째로 프로에 입단했다. 선수층이 얇은 팀 사정상 입단 첫해부터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았고 어느새 1군에서만 331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십시리즈 출전 명단에도 오르내렸던 그다.

하지만 성장이 더뎠다. 송구 문제가 치명적이었다. 매 시즌 실책이 늘어났다. 게다가 지난 시즌 막판 타격에 눈을 떴을 때 즈음 도루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 사이 치고 올라온 정현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올 시즌을 준비하겠다"던 심우준은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스위치히터 전향 계획을 포기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타석에서 참을성을 기르고 중심 이동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문제로 지적됐던 송구 훈련도 애썼다. 생각보다 출전 시간은 많이 얻었다. 3루수와 유격수 그리고 2루수로 기회가 왔다. 32타석으로 주로 1번 타자로 나섰던 강백호에 이어 2위. 스프링캠프 기록은 안타 10개 홈런 1개로 30타석 이상 들어선 팀 내 타자 가운데 모두 2위다.

14일 삼성과 두 번째 시범경기에 심우준은 박경수를 대신해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포지션은 1번 타자. 안타, 2루타, 안타, 안타로 4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선 볼넷을 고른 뒤 도루도 해냈다. 2득점까지. 1번 타자로는 만점 활약이었다.

지난해까지 1번 타자를 맡았던 이대형이 올 시즌 전반기에 빠지는 상황에서 kt에서 달릴 수 있는 선수는 심우준뿐이다. 정현은 펀치력을 갖춘 1번 타자이지만 주력이 느리다. 멜 로하스 주니어를 1번으로 보내자니 중심 타선의 무게가 떨어진다. 올 시즌엔 상대를 흔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김 감독의 구상에서 심우준의 빠른 발은 필수적인 무기다.

김 감독은 14일 경기를 앞두고 "아직까진 정현이 위에 있지만 심우준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첫 경기이지만 심우준이 보인 성장세는 김 감독에게 장고를 심었다. 그러나 '있는' 선수를 쓰다시피했던 지난날과 비교했을 땐 김 감독으로선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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