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생각하면 미디어센터는 참 추억이 많은 곳이에요. 항상 경기가 끝나고 거쳐 갔던 관문이었죠. 오늘은 LPGA에서 진행하는 공식 인터뷰가 있던 날입니다. 

연륜이 느껴지는 백발의 기자분께서 질문하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첫 질문이 98년 대회 코스에 대한 느낌이었어요. 

러프는 길었어요. 그린도 작았고. 97년에 이 코스에서 한번 쳐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98년 US 오픈이 열린다고 했을 땐 정말 우승하고 싶다고 속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정말 믿기지도 않게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1,2,3,4 라운드를 하면서 점점 순위가 상위권에 있는데 "이게 사실이야? (Is it True)" 

마지막 퍼트를 하고 공이 홀컵이 빨려드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만세를 외쳤습니다. "아 이제는 됐다"라고 말이죠. 

아버지랑 포옹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애썼는지 알았기 때문에 꼭 성공하고 싶었어요. 아니. 성공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성공을 해야 했었습니다. 성공으로 우리 가족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아마 책임감으로 선수 시절을 버텼던 것 같네요. 98년에는 지금이랑 다르게 미디어 환경도 열악했었잖아요. 우승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아마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였던 것 같아요. 많은 미디어 그리고 지인들이 호텔로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당시에는 정말 엄청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LPGA 1세대인데 당시에는 제가 선구자 역할로 한국 후배들을 이끈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한두 명이었는데, 세 네 명이 되고, 이젠 거의 20~30명의 선수가 이 무대를 누비고 있습니다. 

오늘에 와서야 제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감이 되고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계속 (한)희원이와 카톡을 했어요. (한)희원이도 축하해준다고 하고 참 만감이 교차했어요.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데 많은 USGA 관계자들이 인사를 했습니다. 98년도 룰 감독관과 사진을 찍었는데 USGA 사람들도 98년 우승이 정말 인상 깊었다고 말하네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는 게 98년 영상을 보면 정말 같이 성장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네요.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죠? 

사람들이 오는 10월 열리는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명예조직위원장이 된 것도 알고 축하를 해줬습니다. 정말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죠.

저녁 식사로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갔어요. 마침 FOX 스포츠에서 USGA 경기가 생중계 됐는데 경기 중간에 98년도 US 오픈에 관한 다큐물을 틀어줬습니다. 

몇 달 전 1시간 동안 찍었던 프로그램이 이렇게 잘 편집되어 나왔네요. 화면 앵글도 그렇고 지금이랑 많이 다르지만, 그 추억이라는 게 참사람의 마음을 울컥하게 합니다. 

동생 애리가 옆에서 외치네요. 

"우리 언니 저땐 참 젊었네!"

[스포티비뉴스=버밍엄(미국), 영상 및 정리 배정호, 김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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