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는 28일 KBO로부터 무기 실격 징계를 받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모두가 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로 이뤄졌다.

KBO는 28일 히어로즈 구단 미신고 현금 트레이드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와 상벌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 이후 총 23건의 트레이드 중 12건에 걸쳐 SK를 제외한 8개 구단으로부터 총 131억5000만 원의 '트레이드 뒷돈'을 받은 히어로즈에는 5천만 원, 히어로즈에 뒷돈을  주고 선수를 사간 8개 구단에는 각각 2천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축소 및 미신고 트레이드 계약을 반복적으로 진행한 당시 히어로즈 구단의 책임자인 이장석 히어로즈 전 대표이사를 무기실격 처분했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트레이드를 주도하며 KBO에 총 13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신고하지 않고 뒤로 챙겼으나, 구단이 5천만 원의 제재금을 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날 징계 발표가 예고된 뒤 야구계는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했다. 그리고 역시나 결과는 적은 제재금이었다. 히어로즈는 구단들이 자진신고를 하기 전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KBO로부터 환수 조치가 떨어진 6억 원과 제재금 5천만 원만 내면 된다. 다른 구단들 역시 남몰래 큰 돈을 주고 선수를 사간 '암거래'의 대가가 2천만 원으로 마무리됐다. 앞으로 리그의 이면 계약을 없애기 위해 규약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KBO 스스로 규약의 부족함을 인정한 것이다.

▲ 벌은 있지만, 처벌할 '규약'이 없다
정운찬 총재 취임 후 '클린 베이스볼'을 마르고 닳도록 외쳤던 KBO는 전례 없는 특조위까지 꾸리며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규약'이라는 형식에 부딪혔다. 트레이드 때 현금이나 선수 등 트레이드 대상을 트레이드 신고서에 명확히 기재하지 않을 경우 어떤 징계를 내려야 하는지 자체가 KBO 규약에 없다. KBO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선례가 없었던 일이고 KBO는 구단들의 신고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KBO는 모든 징계가 규약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 일도 규약에 내용이 없어 결국 총재 권한에 관한 특례로 제재금이 결정됐다. 현재 문제에 대한 처벌보다 미래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쪽으로 징계 가닥이 잡힌 것도 이번 일을 통해 규약의 한계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이면 계약을 뿌리 뽑기 위해 규약을 정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KBO 스스로 규약의 부족함을 인정한 것이다.

이장석이라는 야구계의 특이한 인물이 결국 '봉이 김선달'처럼 야구계의 눈 먼 규약을 활용해 큰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KBO는 "개인이 사적으로 이익을 챙겼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특조위가 이 전 대표를 면회까지 하면서 조사를 했는데 구단 운영 자금으로 정상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금액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연 이 전 대표는 131억5000만 원에서 한푼도 챙기지 않았을까. 그가 남궁종환 전 부사장과 함께 횡령했다 최근 징역형을 받고 반환한 70억 원 가운데 그 돈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게 현실이다.

▲ 이장석의 만행, KBO가 막을 방법은 없나
KBO는 이 전 대표의 '기행'을 눈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전 대표는 2016년 2월 공식적으로 히어로즈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구단 자금 횡령, 구단 지분 싸움, 트레이드 뒷돈 사태 등 다양한 사건으로 KBO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지만 KBO는 이 전 대표의 만행을 막을 강력한 힘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이 전 대표 직무정지, 그리고 28일 무기 실격이라는 형식적 징계만 내렸다. 공식적으로 야구계와 관련이 없어진 이 전 대표에게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 징계들이다.

사법권이 없는 KBO 상벌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게 현재 가지고 있는 히어로즈 구단 지분을 내놓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현재 가장 강력한 징계는 구단 제명이다. KBO 리그에서 히어로즈 구단의 이름을 지워버린다면 이 전 대표는 당장 구단의 대주주로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 강제로라도 지분을 정리하거나 야구계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구단 해체는 야구계 전체의 일정과 기록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KBO가 현실적으로 꺼내기 힘든 카드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징계는 총재 권한으로 정한 특별 제재금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 전 대표가 현재 구속 상태고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철퇴 없는 KBO의 자정 의지는 히어로즈의 구단 지분 싸움, 이 전 대표의 2심, 3심 결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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