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한 이봉주. 한국은 이봉주의 금메달로 1990년 베이징 대회 김원탁, 1994년 히로시마 대회 황영조에 이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Gettyimages

한국에서 30년 만에 열린 올림픽인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4년마다 돌아오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 해인 올해 또 하나의 국제 종합 경가 대회는 제18회 하계 아시아경기대회다. 이번 대회는 1962년 제4회 대회(자카르타) 이후 56년 만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린다.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서는 40개 종목에서 462개의 금메달을 놓고 우정의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한국은 1951년 뉴델리에서 열린 제1회 대회는 한국전쟁 와중에 불참했지만 1954년 제2회 마닐라 대회부터 꾸준히 출전하며 아시아의 스포츠 강국으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출전사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한국 스포츠가 서울 올림픽 10주년인 1998년을 멋지게 마감했다. 12월 6일부터 20일까지 방콕에서 벌어진 제13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65개와 은메달 46개, 동메달 53개를 획득해 일본(금 52 은 61 동 68)을 여유 있게 누르고 종합 순위 2위를 되찾았다. 방콕은 1966년 제5회 대회 이후 이번 대회까지 4차례나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다.

이 대회 종합 순위 2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4년 전 히로시마에서 열린 제12회 대회에서 주최국 일본에 빼앗기다시피 했던 2위를 되찾았다는 점이다. 히로시마 대회에서 한국은 폐막 시점까지 금메달 63개와 은메달 56개, 동메달 64개로 일본(금 59 은 75 동 79)에 앞서 중국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금메달을 땄던 중국 수영 선수 5명이 폐막식 직후 실시된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면서 박탈된 5개의 금메달이 모조리 일본으로 넘어가 한국은 가만히 앉아서 일본에 금메달 한 개차로 추월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두 번째는 당시 날로 심각해지는 IMF 사태로 히로시마 대회 때보다 52명이나 적은 703명의 선수단을 파견하고도 4년 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1위 중국(금 129 은 78 동 67)에 비하면 열세가 분명하지만 어차피 중국을 이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던 만큼 일본을 누른 것으로 목표를 100% 달성한 것이다.

IMF 경제 위기로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실업 팀의 잇따른 해체와 국가 대표 선수들의 훈련 시간 축소에 따른 전체적인 침체 현상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 역시 방콕 대회가 한국 스포츠에 던져 준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36개 종목 가운데 우슈와 카바디, 가라테를 뺀 33개 종목에 출전한 한국은 애초 목표였던 금메달 65개와 종합 2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뤘다. 또 33개 출전 종목 가운데 28개 종목에서 메달을 땄고 이 가운데 금메달은 22개 종목에서 고르게 나왔다.

▲ 한국은 결승전에서 일본을 13-1, 7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아시안게임에 야구가 정식 종목이 된 지 두 번째 대회 만에 정상에 올랐다. 앞줄 가운데 박찬호가 금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한체육회

전체 금메달 378개의 20%가 넘는 8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육상과 수영에서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는 가운데서도 종합 2위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종목에서 고르게 메달을 수확한 것이 큰 요인이었다. 태권도의 11개를 비롯해 레슬링 7개, 펜싱 5개, 양궁 4개, 정구 3개, 역도 2개 등의 금메달이 말해 주듯 메달을 기대했던 종목에서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적을 올렸다.

이들 6개 종목에서 획득한 금메달을 합하면 전체 금메달 65개의 50%에 가까운 32개나 됐고 여기에 전략 종목으로 여겼던 요트가 13일 하루 동안 6개의 금메달을 건져 올려 메달 레이스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었다.

황영조의 은퇴 이후 한국 마라톤의 희망이 된 이봉주는 방콕 대회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섭씨 34도의 폭염 속에 벌어진 레이스에서 2시간12분32초의 기록으로 우승해 대회 마지막인 378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봉주는 8개월 전인 4월 19일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자신이 세운 2시간7분44초의 당시 한국 최고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막식 직전 메인 스타디움에서 결승 테이프를 끊어 한국 선수단에 의미 있는 금메달을 선사했다. 마라톤은 이봉주의 금메달로 1990년 베이징 대회 김원탁, 1994년 히로시마 대회 황영조에 이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3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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