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가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를 점프하며 잡아내고 있다. ⓒ한희재 기자
▲ 이용규가 자신의 앞에 떨어지는 볼을 걷어내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올 시즌 한화가 잘 나가는 첫 번째 이유는 강력한 불펜의 힘이다. 추격조와 필승조가 따로 없을 만큼 질과 양적으로 풍성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선발 투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약점도 불펜의 힘으로 만회하고 있다.

하지만 투수가 공을 잘 던지는 것 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뒤를 받혀 줄 수비의 몫이 매우 크다. 수비가 불안한 팀이 상위권을 유지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라인업을 짤 때 수비를 가장 우선시 한다. 수비가 흔들리면 투수도 흔들린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화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수비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내야 수비엔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러나 외야 수비의 탄탄함은 리그 톱 클래스 수준이다. 좌익수에 약점이 있지만 중견수와 우익수의 활약으로 이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한화는 1루 주자가 안타 시 3루까지 진출한 비율이 21.5%로 10개 구단 중 최소 비율을 기록중이다. 지난 해 한화는 이 부문에서 36.3%로 최하위에 머문 바 있다.

2루타 때 1루 주자가 홈으로 들아가는 비율도 32.8%로 1위다. 주자들의 추가 진루를 막는데 리그에서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힘은 우익수 호잉에게서 나온다. 호잉의 강한 어깨는 보살 1위에 오를 정도로 빼어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호잉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용규의 지원 사격이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다. 이용규는 지난 해엔 부상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시간이 극히 적었다.

이용규는 어깨가 강한 외야수는 아니다. 하지만 타구 판단 능력이 빼어나고 발도 빠르다. 남들 보다 빠르게 위치를 잡고 공을 잡은 뒤 송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같은 타구라도 먼저 판단해 빨리가서 잡은 뒤 갖는 움직임과 잡기 급급한 상황에서 후속 플레이를 하는 것은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이용규는 타구 처리율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선수 중 7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움직여 많은 타구를 처리해 냈음을 알 수 있다.

이용규와 수도 없이 중계 릴레이 호흡을 맞춰왔던 정근우는 "이용규와 중계 플레이를 할 때가 확실히 편하다. 타구 판단이 빠르고 송구가 정확하기 떄문에 내야수가 공을 넘겨 받은 뒤 다음 플레이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깨가 강하지는 않지만 정확하고 빠르기 때문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A팀 전력분석원도 "이용규는 활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그가 중견수로 있다는 건 한화 입장에선 매우 큰 힘이 된다. 구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외야수들의 수비가 매우 중요하다. 호잉이 오면서 오히려 이용규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둘의 호흡이 잘 맞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의 외야 수비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 한 베이스를 더 가려는 시도를 할 때 조심하게 된다. 그 중심엔 호잉과 이용규가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수비수로서 이용규의 가치도 찬찬히 뜯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한화 야구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흥미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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