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T 외국인 투수 니퍼트는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여덟살이다. 두산이 니퍼트와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 중 나이가 큰 몫을 차지했다. 이전의 구위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실제로 니퍼트는 이전보다 구위가 떨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불안 지표를 보이고 있다.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이 대표적인 예다.

니퍼트는 지난해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익스텐션을 보여 줬다. 2016년 시즌 평균 1.94m였던 패스트볼 익스텐션이 지난해 8월 이후로는 1.82m로 줄어들었다. 공을 끝까지 끌고 나와 던질 수 있는 힘이 부족해 졌다는 걸 의미한다.

두산이 걱정했던 대로 올 시즌에는 이 거리가 더욱 짧아졌다.

니퍼트의 올 시즌 패스트볼 익스텐션은 1.80m로 지난해 안 좋았을 때보다 더 후퇴한 투구를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 힘이 떨어졌을 때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냈다는 걸 뜻한다.

익스텐션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전보다 구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니퍼트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승운(6승7패)이 따라 주지 않으며 승수 쌓기에는 실패하고 있지만 공백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평균 자책점 4.64로 나름의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1위 두산 투수였다면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외국인 투수로서 평균 이상의 투구를 하고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명한 볼 배합, 한국 타자들에 대한 이해도 등이 바탕이 된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자신이 모자란 내용을 풍부한 경험으로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수원 LG전은 그런 니퍼트의 똑똑한 투구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마무리 김재윤의 블론 세이브로 승리를 놓치기는 했지만 6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며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경기였다.

이날의 포인트는 체인지업이었다.

니퍼트는 8월 들어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높였다. 여기에 슬라이더를 짝꿍 구종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모두 좋은 먹잇감이 됐다.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5할이나 됐고 슬라이더도 3할6푼4리로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제2 구종으로 활용하기엔 모자랐다.

이때 니퍼트가 선택한 것이 체인지업이었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오른 마운드. 패스트볼에 대해선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듯 보였다. 실제 니퍼트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2500rpm 이상이 찍힐 정도로 위력이 있었다.

여기에 제2 구종으로 체인지업을 충분히 활용했다. LG 타자들이 늘어난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의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던지는 듯한 투구를 했다.

이날 던진  96개의 공 중 37개나 체인지업을 던졌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슬라이더보다는 체인지업을 더 많이 섞어 던지며 LG 타선을 압도했다. 구위가 살아난 패스트볼과 함께 이날의 체인지업 앞에 LG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니퍼트는 분명 야구 팬들이 알던 그 니퍼트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효용 가치가 높은 투수다. 상황에 맞게 자신을 변화할 수 있는 융통성과 한국 타자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풍부한 노하우가 그 자산이다.

5일 수원 LG전은 왜 니퍼트가 여전히 KBO 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인지를 증명해 준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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