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범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지난 7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인 엔트리를 발표할 때 김학범 감독은 3-5-2 포메이션으로 구성한 플랜A 포진도를 공개했다. 엔트리에 대한 우려를 전술적 복안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준비한 플랜A는 결과적으로 폐기됐다. 조별예선 3경기를 치른 뒤 이란과 16강전부터 포백으로 전환했다. 말레이시아전 1-2 충격패, 키르기스스탄전 1-0 신승 이후 사이드백 자원에 대한 우려보다 선수들이 더 익숙한 전술로 경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감독은 대회 도중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한 이유를 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김 감독은 “사실 스리백을 써야겠다는 이유 중에 첫 번째는, 사이드백이었다. 기존 사이드백에서 수비 성향을 많이 가진 선수들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까 공격 쪽에서 김문환, 김진야 선수가 보직을 바꿔야 했다. 이시영은 사이드백이지만 중앙 수비수도 봤던 선수다. 그게 첫 고민이어서 스리백을 쓰려고 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1차 계획이 틀어진 것은 막상 해본 선수들의 고충이었다. “현지에 가서 스리백을 쓰는 데 선수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더라. 그래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했다. ‘야, 어떻게 갈래. 이 스리백을 밀고 갈래, 아니면 우리가 포백으로 바꿀래?’ 그랬더니 코치들의 의견을 냈다. ‘감독님 포백으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다.’ 그래서 나도 오케이. 포백으로 가자.” 

포백 전환은 갑작스러웠지만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오히려 몸에 밴 전술이었다. 김 감독도 지도자경력 내내 주 전술로 삼아와 구조 구축은 간단한 일이었다. 

“포백으로 가면서 선수들, 수비수들에게 간단한 훈련과 미팅으로 주입했다. 어차피 포백은 선수들이 많이 써왔던 전술이다. 투 볼란치는 11년 넘게 많이 써와서 어떻게 자리를 운영할지 알고는 있었다. 문제가 있기는 했다. 두 명의 볼란치 자리에 수비적인 선수가 없었다. 이진현, 김정민, 이승모 선수를 가동했는데, 그 부분이 고민됐다. 이란전에도 사실 그랬고, 우즈벡전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공격적으로 우리가 지배하지 않겠냐. 그러다 보면 그 부분이 가려질 수 있다고 봤다. 회의 를 통해서 그 부분을 변경한 것이 좀더 좋은 경기력을 가져왔던 것 같다.”

▲ 수비를 지휘한 이민성 코치 ⓒ연합뉴스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는 스리백 전술을 고민했다. 하지만 평가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 본선에는 포백을 썼다. 성인 대표도 아시안게임 대표도 선수들이 스리백 적응을 어려워 했다. 1990년대 한국 축구는 오히려 스리백이 편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며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등 외국인 감독이 오면서 포백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상황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전 스리백은 5백이었다. 5백으로 하다 보면 거기에 익숙해 진다. 이번에 요구한 것은 양 사이드백에 포진한 선수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올라가니까, 앞 공간 커버를 굉장히 주문했다. 우리가 스리백을 하면 5백이라는 경험 배어있어 그 적응이 어려웠다. 양 사이드가 벌려서 공간을 점령해야 역습을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리백에 대한 인식이 안되어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힘들어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학범 감독)

“예전에는 스리백이라고 하면 맨투맨 형식이 굉장히 많았다. 다른 수비수들이 편한 게 있었는데 현재 우리가 쓰는 스리백은 맨투맨이 아닌 지역 마크다. 공간을 커버하는 게 버거웠다.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소모가 되니까, 그런 점에서 선수들이 버거워한다. 조직적으로 잘 갖춰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시간도 부족했다. 항상 저도 스리백을 위해 이탈리아 축구를 봤는데, 상당 기간 연습을 했기 때문에 그런 좋은 경기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건 앞으로 전술적으로 가져가야 할 부분이다. 계속 포백만 유지하는 게 아니라 경기 상황에 따라 포백과 스리백을 유기적으로 활용할 방안 찾아야 한다.” (이민성)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김학범 감독은 이전에 없어 차세대 풀백 자원을 발굴했다. 김문환은 국가 대표에 발탁됐고, 김진야는 풀백으로 정착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상황은 사이드백을 만들어 써야 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점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사실 그 선수들의 보직 변경이 성공한 것이다. 김문환 선수가 (성인) 대표 선수가 됐고, 김진야 선수는 폭스스포츠 선정 베스트 11에 이승우와 함께 들어갔다.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보직을 변경해야 너희 들이 살아날 수 있다. 공격수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직을 변경해야 너희들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 조언을 많이 했다. 김진야 선수 같은 경우는 오른쪽에서 더 좋은 능력 발휘할 수 있다. 오른발 잡이라 왼발을 잘 못쓰니까. 팀에서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좋은 쪽으로 갈 것 같다. 두 선수에 대한 보직 변경은 성공적이다. 앞으로도 그 자리에사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사이드백 자원이 없다고 했는데, 우리 나라가 역대로 그랬다. 사이드백을 보는 선수가 많지 않다. 사실 오랫동안 사이드백을 해온 선수가 전부 다 보직을 변경한 선수다. 대표팀에선 어려움이 있다 옛날같이 시간 많이 할애 못하는데 팀에서 그런 부분이 되면 대표팀까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없는 선수가 뚝 떨어지지 않는다. 만들어야 한다. 대표 선수를 만들 수 있냐고 하는데, 할 수 있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보직을 변경 시켜서 활용을 극대화시키면 된다고 본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이 향후 전술 운영과 선수 선발, 선수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산했다.

“이번에 경기를 치르고 선수를 선발하면서 감독 생활을 오래했지만 또 느끼는 게 많이 있었다. 이럴 때 어떤 선수 뽑아야 하는지. 사실 전 대표팀을 처음 맡았고, 그 과정이 처음이다 보니 실수도 있었다. 오판도 있었다. 인정한다. 이런 때는 이렇게 가야겠구나 선수 이런 부분 뽑아야 하는 많은 생각 갖게 한 시합이었다. 다음에 이런 상황이 되면 더 자리를 세분화 할 수 이는 이런 부분이 이뤄질 거 같다. 그 위치에 맞게 어떤 선수들이 어떤 상화에서 필요하겠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나도 이번에 감독 하면서 계속 느끼고 배우고 실수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그랬다. 감독 이렇게 오래했는데 자꾸 배워야 하니 큰일이다. 이번 시합 치르면서 그런 부분 미스가 생긴 것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이다. 실책한 부분을 다음 시합에 바로 잡을 수 있는 게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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