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과 최용수 감독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구리, 한준 기자] “미팅 때 선수들에게 했던 얘기다. 내가 간만에 돌아와서 3연승을했으면 모든 포커스가 내게 몰렸을 것이다.” 

FC서울에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최용수 감독은 달라져 있었다. 중국슈퍼리그 클럽 장쑤쑤닝으로 떠났다가 한동안 야인 생활을 하다 서울로 돌아온 최 감독은, 서울을 떠나있던 시간 자신이 달라졌다는 것을 전남드래곤즈와 경기를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고백했다. 과거의 자신에 대해 솔지했고, 지금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표했다.

“내가 다시 팀에 온것은 구단 정체성 되찾고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 끌어내고 정말 개인의 발전을 도와주는 역할 하고 싶어서다. 사실 과거에는 이기는 경기를 많이 했다. 이기는 법에 대해 많이 알았다. 지금처럼 올바르게 만드는 과정이 정상이다. 선수들도 힘들겠지만 팬들도 인내심 갖고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시기가 내 지도자 커리어에 도움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순위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이 또한 감당해야 하고, 우리의 힘으로 반전할 것이다.”

최 감독은 서울이 강등 위기에 처한 시점에 돌아왔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 물망에 올랐던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서울로 돌아왔다. 그것도 최악의 순간에. 그가 지휘하던 시절보다 지원이나 선수 구성이 뒤쳐진 순간에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는 감독으로 조금 더 성숙해진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을 떠난 시간 자신이 더 좋은 감독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최 감독은 그때와 같은 식으로 팀을 이끄는 것이 의미 없다고 여긴 듯 했다. 그는 지금 새로운 서울, 새로운 최용수를 보여주고 싶다. 

“물론 모든 경기 다 이기고 싶은 것이 로망이다. 내부진단을 하자면, 우리가 12게임째 못이기는 게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이걸 갖다 헤쳐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선수들과 의기투합해서 우리가 뭐가 잘못되고, 왜 우리가 선제 득점 이후 실점하는지, 공유하고. 그런 게 재미있다. 내가 외출을 하고 와서 그런지 이제는 어떻게 내가 선수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떻게 하면 팀을 더 좋게 발전시킬지. 이전에 나는 개인주의적이었고, 나 중심적인 게 많았다.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우리 선수들이 K리그와 한국 축구의 중심이 될 수 있게, 전면에 나설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런 팀을 만들고 싶다.” 

최 감독의 솔직한 고백 뒤에, 서울 안에서 해결사이자 말썽꾼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박주영도,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팀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한 동안 2군 생활을 하며 전력 외 취급을 받았던 박주영은 최 감독이 돌아온 이후 1군에 들어와 훈련했고, 1군 경기에 나서 중요한 골을 넣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 감독은 박주영이 경기장 안팎에서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중용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과거의 주영이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금은 썩 그렇게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분명하지만, 팀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준다. 상대 수비 전략적으로, 우리가 필요할 때 전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다. 지금 훈련도 올바르게 잘 접근하고 있다. 경기장에 나가서도 본인이 팀에 희생하겠다는 것 보여주고 있다. 주영이의 합류가, 출전이 팀에 긍정적인 게 사실이다.”

▲ 최용수 감독과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최 감독은 박주영이 피치 위의 감독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신이 놓칠 수 있는 소통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박주영의 영향력은 크지만, 그가 고정적인 선발 출전 선수라거나, 90분 풀타임을 보장 받은 선수인 상황은 아니다. 박주영이 바라는 것이 자신이 최대한 많은 기회를 얻는 것도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었다. 박주영이 전남전 미디어데이에 말하고 싶은 것도 그것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감독님을 위시해서, 선수들에게 감독님이 원하시는 방향을 빨리 알려주는 것이다. 선수들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모르는 상황이 생겼을 때 빨리 빨리 물어보고 도와줄 수 있다. 그것이 태휘 형인 대성이, 나 같은 선수들이 할 일이다. 감독님이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시니 선수들에게 편하게 많이 얘기를 하고 있다.”

박주영은 어느새 30대 중반을 향하는 베테랑이다. 한때 국가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고, 유럽 무대를 누빈 스타였다. 지금도 박주영은 스타지만, 서울에서도 매 경기 꼬박꼬박 90분을 뛰는 선수는 아니다. 박주영은 출전 시간이 아니라 팀의 승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늘 얘기하지만 경기를 90분을 뛸 수도 있고 45분, 10분, 20분을 뛸 수도 있다. 저에게 지금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경기 나가고 못나가고, 그런 것 보다 감독님이 선택했을 때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경기장에 나갔을 때 내가 가진 것을 보여드리고, 팀에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어릴 때처럼 내가 무조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얼마 안 남은 시간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박주영은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보다 출전한 시간 안에 어떻게 해야 잘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는 아예 출전의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았기에 답답함이 쌓였다. 최 감독이 돌아온 후에는 그런 문제에서 벗어났다. 박주영은 자신이 아니라 팀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내가 꼭 해야 한다는 욕심보다 뒤에서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 서포트하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보여주고 싶다.”

서울의 얼굴은 최용수 감독과 박주영이다. 두 주연이 조연을 자처하겠다고 다짐한 전남전. 사상 초유의 잔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남과 경기에 12연속 무승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11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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