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 뒤편에 훈련장을 공사 중인 에이바르 조감도 ⓒSD에이바르

[스포티비뉴스=에이바르(스페인), 한준 기자] 서울시 도봉구와 비슷한 인구 34만의 아이슬란드가 유로2016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며 축구계 다윗의 신화를 썼다. 유럽 축구계의 대표적 ‘빅리그’인 스페인 라리가에서 활동 중인 SD 에이바르의 연고지인 에이바르시의 인구는 2만 7천여 명. 부르기도 민망한 규모의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기푸스코아주의 소도시 에이바르는 2014-15시즌 창단 이후 처음으로 1부리그에 승격한 이후 다섯 시즌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원정을 가도 경기장을 다 채울 수가 없다.” (요가, 에이바르 직원)

“에이바르에는 호텔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한 달 전에 생겼다.” (에두 발데스 에이바르 국제 발전 코디네이터)

유소년 훈련센터는커녕 1군팀 전용 훈련장도 없는 에이바르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버틸 수 있는 팀은 무엇일까? 유럽 축구계의 성공 방정식의 통념을 깨는 에이바르의 성공과 비전은 규모의 경제에 대한 한계에 일침을 가한다. 16명의 직원이 멀티플레이어가 되어 운영하는 소규모 클럽 에이바르는, 창단 이후 부채 제로, 여성 고용률 50%를 달성하며 누구와도 다른 그들만의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 에이바르 웨이 ⓒSD에이바르


◆ “에이바르를 지켜주세요(Defiende al Eibar)” 69개국서 모인 22억원

1940년 창단해 지역 리그에서 출발, 1950년에 4부리그에 입성한 에이바르는 축구가 강한 바스크 지역 팀답게 작은 규모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1980년대 말 꾸준히 2부리그에서 버텨온 에이바르는 2012-13시즌 3부리그에서 다시 2부리그로 올라왔고, 기세를 이어 2013-14시즌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1부리그 승격을 이뤘다. 그런데 이들이 1부리그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만 유로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라리가의 규정을 충족해야 했다. 당시 에이바르의 연간 예산은 42만 2,253유로(약 5억원)에 불과했다.

170만 유로(약 22억원)는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서 작은 돈으로 여겨지지만, 에이바르에겐 절실한 자금이었다. 이푸루아 스타디움에서 만난 에이바르의 국제 개발 코디네이터 에두아르도 발데스는 “우리는 그런 돈이 없었다. 우리는 돈을 만들어야 했고, 국제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무려 69개국의 1만 7천여 명이 공모주를 샀다.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우리의 홍보대사가 되어 팀을 알리고 구했다. 그렇게 모인 돈으로 우리는 1부리그에 오를 수 있었다. 총 172만 4,272유로가 모였고, 우리는 1부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1부리그에서 강등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늘 어려웠지만 우리는 지금도 1부리그에 있다.”

에이바르는 힘겹게 1부리그 승격의 기회를 얻었지만, 돈이 부족해 클럽을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넘기지 않았다. 지금도 1만 천여 명의 공동 주주가 의결권을 가진 에이바르는 누구도 5%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는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에이바르 크라우드펀딩은 주당 50유로에 인당 10만 유로 한도로 진행되어 마감됐다.

에이바르의 CEO를 맡고 있는 파트리시아는 “우리를 누군가 인수한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주주가 의결권을 갖고 있다. 누구도 5%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기에 불가능하다. 이 룰은 그걸 위해 생겼다. 특정 한 주주가 팀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만든 룰이다. 우리 만의 룰”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 주주가 퍼져 있기 때문에 에이바르는 중요 의사 결정을 온라인 투표로 진행한다. 연간 결산 보고 등도 온라인으로 모든 주주에게 공지하고 있다. 에이바르에 따르면 중국에만 200명의 주주가 있을 정도로 성원이 컸다. 일본에도 적지 않은 수의 주주가 힘을 보탰다. 호주, 오만 등지에서도 에이바르를 후원했다. 아시아 외에 남미 지역에서도 에이바르에 힘을 보탠 이들이 있다. 한국인 주주는 없다. 지금은 새로이 주주가 될 수 없다. 

발데스 국제 업무 코디네이터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무 투명성”이라며 공동 주주 형태로 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에이바르는 1부리그 승격 이후 줄곧 부채 제로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자부했다. “우리의 키 포인트다. 스페인에서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 아라테 페르난데스 프리에토 커뮤니케이션 팀장 ⓒLFP


◆ 기적의 승격과 잔류, 유소년 시스템 없이 살아남기

선수 영입 자금에서 우위에 있는 빅클럽에 대항하는 작은 팀들의 힘은 강력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다. 자체 육성 선수로 구단의 철학을 이어가고, 지역 사회에 녹아 들고, 선수층을 유지하는 것은 이상향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에이바르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할 정도의 규모도 되지 않는다. 

특히 바스크 지방 안에 유소년 육성에 최고 노하우를 가진 큰 경쟁 팀들이 있다. 아틀레틱클럽 빌바오와 레알소시에다드는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를 거인으로 여기고 경쟁하는 작은 팀이지만, 에이바르에겐 아틀레틱클럽과 레알소시에다드가 거인이다. 

“우리는 바스크 다른 팀과 (영입) 경쟁이 안 된다. 스페인 안에서도 어렵다. 우리는 저렴한 선수, 어린 선수를 영입해서 활용하고 다시 팔아야 한다”는 게 발데스의 설명이다. 에이바르의 최근 성과는 유럽 기타 리그의 저평가된 선수를 찾는 것이다. 일본 대표 미드필더 이누이 다카시도 그런 케이스다. 이누이는 하노버96에서 활약했으나 걸출한 실적을 남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에이바르에서 맹활약해 명성을 높인 이누이는 2018년 여름 레알베티스로 떠났다. 지금 에이바르는 그의 뒤를 이을 미드필더로 독일 마인츠에서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파블로 데블라시스를 데려왔다. 발데스는 “우리 스카우트 부서에서 몇몇 유럽 리그에서 데블라시스 같은 저평가된 선수 찾는다. 독일에서 저렴한 훌륭한 선수, 잠재력 높은 선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에이바르도 지역 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축구 선수로 키워내는 유소년 육성 과정을 갖고 있지만 유소년 육성 분야에서 최고를 다투기 위한 투자는 차기 사업이다. 당장 유소년 분야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키워내는 데 전력을 쏟을 여력이 없다. 그래서 현재 에이바르의 유소년 육성 파트는 지역 사회 공헌 사업에 가깝다.

“우리는 소시에다드, 알라베스, 빌바오와 맞서기 어렵다. 그들은 유소년 육성 최고의 시스템 갖고 있다. 우리는 가치를 만들고 지역 사람을 키우는 것에 더 집중한다. 우리는 가치 프로그램, 매일 아이들을 가르치고 훈련 시키고, 최고 수준을 높이고자 하지만 미래에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다.” 

에이바르는 큰 팀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당장 1군 출전 기회가 필요한 이들을 임대로 영입해 활용하며 전력을 높였다. 기푸스코아주 출신으로 레알소시에다드가 키운 사비 알론소도 에이바르에서 임대 선수로 뛰며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발데스는 “알론소의 아버지가 직접 이곳으로 보내는 것을 결정했다. 에이바르에서 강인한 성격과 개성, 가치를 배우게 가려 했다”고 했다.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다비드 실바도 에이바르 임대 경험을 갖고 있다.

에이바르가 영입 자금도 적고 유소년 육성 기반이 없음에도 1부리그로 올라와 꾸준히 잔류하고 있는 에이바르는 지난 2017-18시즌 라리가 9위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이 성적은 지난 시즌 12위 레알소시에다드, 14위 알라베스, 16위 아틀레틱클럽을 뛰어넘언 바스크 지방 팀 최고 성적이었다. 바스크의 가장 작은 팀이 바스크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 믿기지 않는 일을 했다. 냉정과 열정을 동시에 발휘했다.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늘 편하게 느끼도록 했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편한 마음으로 경기하게 했다. 우리는 빅스타가 없다. 작은 스타 선수들이 뭉쳐서 위대한 팀을 만든다.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있는 선수와 어린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했다. 올 때는 이름이 없어도, 함께 이름을 만들 수 있다.” (파트리시아 로드리게스 에이바르 총괄 디렉터)

파트리시아가 설명한 에이바르의 비결은 효율이다. 파트리시아 총괄 디렉터는 에이바르의 스카우팅 시스템에 대해 “30세 전후의 라리가 경험을 가진 선수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은 비싸다. 그래서 몇몇 젊은 선수, 2부리그 선수들을 섞는다. 이 두 종류의 선수를 섞어서 강한 팀을 만든다”고 했다. 제아무리 빼어난 경영철학도 축구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활약이다. 파트리시아도 결국 에이바르의 열쇠도 ‘선수’라고 했다.

▲ 투지로 무장한 에이바르 선수들 ⓒLFP


바스크 지방의 다른 팀들이 지역에서 키운 선수들로 운영하는 것의 가치를 강조한다면, 인구가 적은 에이바르는 구단이 지역의 가치를 대표하고, 그러기 위해 출신지에 구애받지 않고 주어진 예산 안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한 팀을 구축하는 ‘실리’에 집중한다. 

“우리는 바스크 지역 선수만 고집하지 않고 모두에게 열려 있다. 전 세계 선수들이 에이바르에 오길 바란다. 우린 빌바오 같은 정책이 없다. 빌바오가 우리 선수를 데려간다면 우리에게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 이적료 수익으로 투자할 수 있다. 우리에겐 환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파트리시아)

물론, 에이바르도 언제까지도 다른 팀에서 성장하다 잠시 주춤하거나 낙오한 이들, 경험을 쌓기 위해 거쳐가려는 선수들로만 전력을 만들 수는 없다. 차츰 유소년 육성 작업을 체계화하고 투자하고 있다. 라리가에서 5시즌을 보내면서 스폰서십 수익이 늘고, TV 중계권 수익 배분이 높아지면서 에이바르도 투자 여력이 생기고 있다. 인근 지역에 유소년 전용 훈련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역시 강한 축구 정책을 갖고 있다, 그래스루트 아카데미도 중요하고 가치를 갖고 있다. 우리는 좋은 선수를 키우고 인재를 키우고자 한다. 무엇보다 지역 커뮤니티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게 중요하다.” (에두아르도 발데스 국제 발전 코디네이터)

“우리도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이달에 미팅을 갖고 훈련장이 필요하다고 결정해 아카데미를 위한 훈련장을 찾고자 한다. 훈련 수준을 높이고 아카데미 수준, 1군 훈련 수준 높이기 위해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다음 시즌, 그 다음 시즌에는 가능한 빨리 1군 팀 전용 훈련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첫 번째는 에이바르에 만드는 것. 두 개 운동장에 작은 운동장 하나 정도 규모다. 두 번째 옵션은 인근 도시에, 10분 거리에 있는 곳에 4개의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유소년 대회도 열고 다양한 연령 아이들을 키우는 계획을 갖고 있다.” (파트리시아 총괄 디렉터)

▲ 유럽 5대리그에서 가장 작은 경기장 이푸루아 ⓒLFP


◆ 인구 2만 7천, 그래서 에이바르는 세계로 나갔다

에이바르는 예로부터 축구를 사랑했다. 에이바르는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로 유명한 스페인 2차 내전 당시 폭격을 받은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 도시 중 하나다. 1930~40년대에 군수 공장이 있던 곳으로 집중 포격을 당해 도시가 파괴됐다. 그래서 산으로 올라와 새로이 도시를 건설했다. 아라테 페르난데스 프리에토 에이바르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에이바르는 역사적으로 축구를 사랑한 지역이다. 전쟁 당시에도 아픔을 잊기 위해 축구를 했다”고 했다.

실제로 에이바르는 전쟁 중인 1940년 11월 창단했다. 반 세기 뒤 1부리그로 승격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절묘하게도 2014-15시즌 그들의 라리가 개막전 상대는 같은 기푸스코아주를 연고로하는 레알소시에다드와 경기였다. 사상 처음 치른 바스크 더비에서 에이바르는 하비 라라의 골로 승리했다.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그날을 회상한 아라테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우리는 작은 팀이고, 이적 시장에서 경쟁이 안 된다. 그들을 이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전까지 에이바르 시민들은 아틀레틱클럽과 레알소시에다드 중 한 팀을 응원했다. 

“우리가 1부리그에 있지 않을 때는 많은 이들이 빌바오와 소시에다드의 팬이었다. 우리는 기푸스코아주에 있어서 소시에다드 팬이 더 많았다. 하부리그에 있는 에이바르는 지역 사람들의 두 번째 응원 팀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1부리그에 올라가고 난 뒤에는 에이바르가 확실히 지역 사람들의 심장에 새겨졌다. 이제 에이바르가 첫 번째 팀이다. 이 상황을 유지하고 싶다.” (아라테 페르난데스 커뮤니케이션 팀장)

지역민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지만, 에이바르시의 인구는 겨우 2만 7천. 크라우드 펀딩으로 예산을 마련했지만 지속적으로 팀을 성장시키고 운영하기에는 안정성이 떨어진다. 에이바르는 내수 시장이 작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인근 지역이나 바스크 지역에 이미 아틀레틱클럽과 레알소시에다드를 응원해온 오랜 팬들이 있기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했다.

“괴물 같은 팀들이 주변이 있다. 빌바오와 소시에다드는 거대한 팀이다. 우리 인구로는 팀 운영이 불가능했다. 팬을 새로이 늘려야 했다. 바스크 지방 안에는 경쟁 팀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로 눈을 돌렸다.” (이라테 페르난데스 커뮤니케이션 팀장)

“빌바오와 레알소시에다드가 바스크 지방 대표하는 방식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생존법이 필요했다.” (요가, 에이바르 인도 국적 직원)

글로벌 마케팅은 소위 스타 선수가 많은 빅클럽의 전유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이바르는 오히려 스타도 없고 작은 도시의 ‘기적 같은 팀’이기에 세계 시장으로 나섰다. 그들이 가진 특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세계인이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우리 전략은 국제화였다. 물론 강한 전략이 필요했다. 지역 활동과 재단 운영도 빼놓지 않았다. 먼저 지역 안에서 활동했고, 동시에 세계로 나가 우리의 문화를 공유했다. 바스크 지방은 미식으로 유명하다. 바스크 고유의 문화와 음식 문화를 바탕으로 축구와 함께 글로벌 마케팅에 나섰다. 우리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주로 활용했다.” (에두 발데스) 

에이바르는 지역 내 활동은 철저히 지역 인재 육성과 지역 사회 공헌 등에 집중하고 수익 사업은 해외에 집중했다. 외국 기관, 정부 단체, 기업 및 외국 도시를 방문해 협업하고 관계를 맺었다. 장기 계획을 갖고 접근했다. 단발성 광고 유치와 친선 경기보다 서로 연결 고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외국에 나갈 때 하나의 딜이나 친선 경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는 발데스의 설명대로 에이바르는 부지런히, 자주, 여러 나라를 방문한다. 초청도 꾸준히 하고, 먼저 요청이 오면 어디에나 문을 열고 미팅에 임한다.

▲ 에이바르에서 맹활약한 이누이 다카시


“우리가 이벤트를 만들기도 하고, 그들의 이벤트에 참가한다. 이렇게 서로가 홍보대사가 되는 것이다.” 에이바르는 지난 시즌까지 일본 선수 이누이 다카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에이바르는 일본 내에서 라리가 시청률이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세 차례나 일본을 다녀간 에이바르는 J리그와 협약했다. 도쿄 베르디와도 MOU를 채결했다. 주스페인일본대사관을 만나 스페인 내 일본 거주자와 이벤트, 에이바르와 바스크 지방 관광을 위한 일본 프로모션 등도 에이바르가 진행했다. 

에이바르는 화려한 팀이 아니다. 그들은 약팀을 응원하는 인간 본성의 동정심에 기대고 있다. 

“국제화 과정에 우리의 이야기, 라리가에서 동화적인 성공 이야기 알리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를 가면 스페인 라리가를 알리면서 그 안에서 에이바르가 이룬 성취가 어딴 의미를 갖는지, 왜 가치가 있는지 알린다. 왜 의미가 있는지 알아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인도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인기가 높다. 라리가 팀은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만 인기가 있다. 하지만 약팀에 애정을 갖는 이들이 우리 팀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우리 목표는 해외 팬들이 에이바르를 방문해 경기를 보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 지역 팀이 첫 번째라면, 에이바르가 그들의 두 번째 팀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축구계에 일하고자 마스터 코스를 밟은 뒤 에이바르의 문을 두드린 인도 출신 요가는 4달 전 면접을 거쳐 에이바르의 정규직 직원이 됐다. 에이바르의 스토리에 끌려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에이바르의 홍보대사가 된다. 에이바르는 해외 미팅을 통해 그들이 가진 것을 전수하고, 또 영감을 얻고 돌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교류를 통해 노하우를 쌓고 성장하고 있다. 에이바르는 이를 위해 아마존 프라임에서 제작한 다뮤멘터리 식스 드림스에 참여했다. 라리가 유일의 여성 회장 아마야를 주인공을 삼고 에이바르 스토리를 세계에 알렸다.

스페인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국적 언어로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에이바르는 특히 영어 콘텐츠 비중을 늘리며 세계 팬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언어의 장벽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관련 홍보에 투자하고 있다. 나라마다 인기가 높은 소셜 미디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미디어를 활용한다. 

그런 이유로 에이바르는 최근 불거진 라리가 공식 경기의 미국 개최에 호의적이다. 파트리시아 총괄 디렉터는 “우리는 미국에 가서 경기하고 싶다. 몇 년 전에 미국에 가서 프리시즌 경기를 하고 오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 우리를 알리고 싶다. 미국에 가서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경기할 기회를 갖는 다는 것은 우리에게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웃었다. 

에이바르 사무국의 직원은 불과 16명. 모든 직원이 여러 업무를 공유하면서, 선수단과 마찬가지로 끈끈하게, 가족적으로 일하는 것이 에이바르의 특징이다. 

“빅클럽에서라면 난 작은 부서에서 일하겠지만 여기선 국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SNS, 주말엔 경기장 사진도 찍고 여러 일을 한다. 여기서 일하는 것은 꿈이다. 에이바르와 라리가 모두에 감사하다.” (요가, 에이바르 인도 국적 직원)

“우리 사무국 직원들은 한 가지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마케팅 담당자라고 마케팅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다른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옮겨 다니고 공유한다. 누구든 어느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우리에겐 중요하다.” (에두 발데스 국제 발전 코디네이터)

에이바르의 활발한 국제 마케팅은 스페인 라리가 사무국의 도움과 협업도 있었다. 발데스는 “라리가가 여러 이벤트를 연결해주고, 소개해주고, 관련 업무를 할 때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에이바르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하기는 어렵다. 많은 지원과 도움이 작은 팀 에이바르를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다.

▲ 파트리시아 로드리게스 에이바르 총괄 디렉터 ⓒ한준 기자


◆ 해외 마케팅의 지속성 “이누이가 떠났지만 일본 스폰서 히코키를 유치했다”

에이바르의 글로벌 마케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 미드필더 이누이 다카시의 활약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 이누이를 레알베티스로 떠나 보냈다. 상업적 이유를 생각하면 지켜야 하는 선수였다. 혹은 다른 일본 국적 선수를 영입해 일본의 관심을 유지해야 했다. 에이바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톡톡히 효과를 낸 이누이를 왜 보냈는지 묻자 발데스는 “스포츠적인 이유”라고 했다. 이유는 그렇지만 에이바르는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특정 선수 개인에 의존한 구조는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며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고 했다. 

“우리 전략은 특정 선수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선수로 스폰서십을 유치할 수 있지만, 그가 떠나면 그 스폰서십은 죽는다. 그래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계속 아시아를 주시한다. 일본 외에도 한국과 중국에 재능있는 선수가 있는지 계속해서 살피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을 위해 무조건 뽑거나, 무리해서 뽑을 계획은 없다. 선수 영입은 이사진과 감독 모두 협의해서 진행한다. 파트너십, 구단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결정한다. 이누이가 우리에게 눈을 열게 했다. 여러 나라에 재능이 있고, 가서 선수들을 보고 파트너십 맺으려고 하지만, 그 나라 소속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이적료를 쓰지는 않는다. 마케팅 이유로만 선수를 영입하지는 않는다.”

에이바르는 이누이가 팀을 떠나게 되자 일본 팬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콘텐츠에 더 투자했다고 했다. 일본은 이미 에이바르를 잘 아는 지역이다. 이누이가 떠났지만 일본을 방문하고 일본 기업과 일본 축구계를 지속적으로 만나며 함께 할 수 있을 만들어 나갔다. 에이바르 여자 팀에 일본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발데스는 “많은 이들이 이누이가 떠나면 일본 팬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우리 만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누이는 독일에서도 준수했지만 에이바르에서 만개했다. 이누이의 유럽 정착을 이뤄낸 에이바르를 향한 일본 팬들의 고마운 마음도 에이바르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에이바르의 일본 마케팅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라리가 사무국 차원의 지원도 있었다. 

“우리는 일본 팬층이 있다. 강한 커뮤니티가 있고 우리를 많이 지원해주고 있다. 히코키와 최근 스폰서십 계약도 그들의 지지로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히코키와 계약은, 우리가 일본에서 노력한 결과다. 라리가의 글로벌 네트워크 프로젝트도 일본과 에이바르의 관계에 도움이 됐다. 이렇게 관계 맺은 나라들을 유지하고자 한다. 라리가의 국제 홍보 전략이 일본에 힘을 쏟는데, 테바스 회장과 함께 J리그, 몇몇 마케팅 에이전시와 협업했다. 일본 회사들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와서 일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우리 프로젝트를 소개할 기회도 있었다. 그때 히코키와 연결되기도 했다. 주스페인 일본대사도 에이바르를 지원해줬다.” (파트리시아 총괄 디렉터)

▲ 인도 국적 에이바르 직원 요가 ⓒLFP
▲ '또 다른 축구도 가능하다' 에이바르의 슬로건 ⓒLFP


◆ 여성 고용 50%, 구단주, 디렉터, 팀장 모두 여성

에이바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무국 직원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아마야 회장, 파트리시아 총괄 디렉터, 아라테 커뮤니케이션 팀장 등 수뇌부가 여성이라는 점은 더욱 인상적이다. 

발데스는 “50%의 여성 직원이 있는 것은 에이바르가 유일하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를 것이다. 모든 나라가 다르게 일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바스크 지방, 특히 에이바르의 경우 여성이 산업 참여 중요성이 높다. 우리에겐 남녀 비율이 같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에이바르는 여성 고용률이 50%가 된 것은 강제적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달성된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강제로 50%를 유지하는 규정을 둘 생각은 없다.

에이바르 사무국에 여성 직원이 많은 이유는, 에이바르 지역 자체에 축구게 관심이 많은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발데스는 “관중의 절반도 여성이다. VIP 발코니에 회장의 어머니인 80대 여사도 늘 오신다”고 했다. 아마야 고로스티사 회장의 모친은 에이바르 지역 최대 자동차 회사의 회장이다. 40여년 간 작은 회사를 키워 바스크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든 성공한 기업인이다.

마찬가지로 여성인 아라테 커뮤니케이션 티장은 “회장의 모친은 비즈니스 우먼으로 에이바르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게 우리 문화다. 기푸스코아주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여성들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과가 전쟁 당시 군수공장에서 일했던 게 대부분 여성이었다. 전쟁 중에 여성이 일을 해야 했다. 그런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CEO 역할을 하는 파트리시아 총괄 디렉터는 2014년 에이바르에 입사했다. 1부리그로 승격한 에이바르가 경영 확장을 위해 데려온 인사다. 당초 재정 매니저로 부임했던 파트리시아는 2016년 알렉스 아란사발 회장이 떠나고 여성 회장 아마야가 부임하면서 신임 총괄 디렉터로 임명됐다. 

“난 시작할 때 남자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 축구팀을 운영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동료들이 정상적인 일이고 나 역시 팀의 일원이라고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흔치 않은 일이지만, 같은 수준의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 역시 똑같이 할 수 있고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을, 클럽에서 목표를 달성해나가며 증명했다. 난 포기하지 않았다. 늘 스스로 설정한 타깃을 두고, 어려움을 겪어도 계속 일하고 도전했다. 마케팅 파트장도 여자이고, 여자 직원도 있다. 커뮤니케이션도 여성이 장이다. 메디컬 스태프에도 여성이 있다.” (파트리시아 총괄 디렉터)

파트리시아는 에이바르의 재정을 향상시키고 국제적으로 알린 것이 자신의 주요 성과라고 자부했다. 일본인 직원에 이어 인도 국적 직원을 채용한 것도 그녀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파트리시아 디렉터는 “이 흐름을 유지하고 싶은 게 목표다. 꾸준히. 더불어 더 많은 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만들고 싶다. 우리 브랜드를 더 알리고 싶다”고 했다. 

파트리시아는 “우리는 라리가의 다른 팀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그게 우리의 키포인트”라고 했다. 에이바르의 슬로건은 “다른 축구도 가능하다(Another football is possible)”이다. 에이바르 만의 방식으로 라리가에서 살아남고,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이겠다는 포부가 크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 많은 나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협약한다. 도쿄베르디와 협약 외에 인도네시아 팀 페르시야와도 얘기하고 있다. 축구는 기회다. 많은 기회다. 축구 그 이상이다. 축구 산업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더 잘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지역 사회를 위해, 축구를 통해 사람들을 위해 재단을 만들고, 지역에 돌려주는 것, 도와주는 것, 지역과 마을을 돕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 주요 전략은, 우리가 이룬 성과를 지역과 나누는 것이다.”

파트리시아 디렉터는 성공과 성장을 추구하면서 나눔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에이바르의 뒤를 이어 라리가에 입성한 지로나, 우에스카 등 또 다른 작은 팀들의 연락을 받고 기꺼이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했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모든 것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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