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두산 베어스 배터리로 활약한 더스틴 니퍼트(왼쪽)와 양의지. 두 선수는 눈물로 진심을 주고받았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삼성동, 김민경 기자] "니퍼트에게 꼭 한마디 해주려고요."

올 시즌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는 날.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양의지는 옛 동료 더스틴 니퍼트(37) 생각뿐이었다. 그는 10일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수상 소감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아침에 니퍼트의 영상을 보고 한참 눈물을 흘렸다. 니퍼트에게 한마디는 꼭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양의지는 시상식 마지막 순간 니퍼트에게 진심을 전할 기회를 얻었다. 양의지는 349표 가운데 331표를 독식하며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해 수상자 가운데 최다 득표였다. 

예고한 대로 양의지는 니퍼트에게 준비한 말을 했다. 니퍼트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양의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는 "아침에 니퍼트에게 영상 하나를 받았다. 그 영상을 보면서 너무 눈물이 났다. 니퍼트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방송을 볼지 모르겠지만, 늘 나도 니퍼트를 응원하고 있고 늘 내 마음속에서는 니퍼트를 1선발로 깊이 새겨 두고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수상 소감을 말하며 눈문을 참고 있는 양의지 ⓒ 한희재 기자
눈물을 흘린 건 니퍼트가 먼저였다. 양의지가 말한 영상에서 니퍼트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니퍼트는 양의지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이어 가다 북받쳐 울음이 터졌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함께한 7년 세월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 듯했다.

두 선수는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는 내내 각별한 사이를 자랑했다. 니퍼트는 수훈 선수로 선정되고, 개인 기록을 세우고,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마다 "양의지 덕분"이란 말을 빼먹지 않았다.  

니퍼트는 2016년 커리어 최초로 20승을 달성하던 날에도 "양의지는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함께했다. 같이 지내면서 서로 고쳐 나갔고 지금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가 됐다. 내가 안 좋은 게 있으면 진정시켜 주고 바로 고쳐 줘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 양의지(오른쪽)는 니퍼트를 "늘 마음속 1선발로 깊이 새겨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곽혜미 기자
올해 7월 KT 유니폼으로 바꿔 입고 두산전에 처음 등판했을 때도 니퍼트는 양의지를 언급했다. 그는 "양의지는 7년 동안 내 공을 받아봐서 그런지, 공마다 무슨 공이 들어올지 예측하고 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양의지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양의지는 니퍼트를 상대 투수로 만난 첫 경기에서 안타 3개를 뺏었다. 

7년 동안 KBO 리그 최고의 투수와 포수로 활약했던 두 선수는 이제 전혀 다른 처지에 놓였다. 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반면 니퍼트는 다음 시즌 KBO 리그에서 더 뛰기 힘들어졌다. KT는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하면서 니퍼트와 이별을 확정했다. 아직 자리가 비어 있는 다른 구단에서 니퍼트가 재취업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의지는 니퍼트가 은퇴의 기로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양의지는 "늘 내 마음속 1선발로 깊이 새겼두겠다"는 말로 니퍼트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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