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열린 코스타리카와 A매치에서 득점 후 기뻐하는 남태희(왼쪽). ⓒ곽혜미 기자
▲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딸과 함께 사진을 찍은 남태희 ⓒ남태희 SNS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나서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한국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나도 하루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하겠다.”  

남태희는 23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술 과정과 벤투 감독을 향한 신뢰, 아시안컵 전망과 이적 계획 등을 밝혔다.  

남태희는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친선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후반 5분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들것에 실려 나갔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는 전방 십자인대 파열. 남태희는 곧바로 카타르 소속팀 알 두하일로 복귀했다. 이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동한 남태희는 18일 수술을 받았다.  

“계속 이동하면서 비행시간이 총 27시간 가까이 걸렸다. 붓기가 있어 수술이 일주일 정도 미뤄졌지만 잘 마쳤다. 재활까지 5~6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굳이 바르셀로나까지 간 이유는 믿을 수 있는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태희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 쿠갓은 케빈 데 브라위너와 빈센트 콤파니(이상 맨시티), 하피냐(FC 바르셀로나) 등을 직접 치료한 경험이 있었다.

“2년 전쯤 발목 인대를 다쳐 쿠갓 선생님께 온 적이 있다. 그때 전방 십자인대 전문가라고 들었다. 워낙 이쪽으로 유명하신 분이라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아쉬운 감정은 남았다. 남태희는 벤투 감독이 부임한 직후 치른 6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벤투호의 황태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신임을 듬뿍 받으며 활약했다. 

“월드컵에 못 나가서 아시안컵을 많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부상을 당해 속상하다. 벤투 감독님께서 계속 선발로 내보내서 자신감이 생겼고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마음이 있다.”

남태희는 벤투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대표팀 공격의 활로를 튼 남태희는 코스타리카-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득점까지 기록했다. 벤투호 체제에서 남태희는 황의조(3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다. 

“감독님이 따로 얘기하거나 특별한 지시를 한 사항은 없었다. 상대 팀에 대한 준비를 할 때 훈련 내용이나 분석 등 모든 점이 좋았다. 벤투 감독님은 필드 밖에서 선수들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신다. 우즈베크와 경기 전에는 너무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 정도였는데 하필 그날 다쳤다.”
▲ 남태희는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곽혜미 기자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남태희의 부상이 안타깝다. 대표팀 소집마다 아주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우리 팀에 완벽하게 적응한 선수였다. 아시안컵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은 남태희의 대체 선수를 찾아야 한다. 

“한국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아시안컵 명단을 보면 (구)자철이 형 등 내 포지션에 맞는 선수들이 있다. 우리 축구를 한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시아에선 한국이 강팀이다 보니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잘 이용하신다.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남태희는 당분간 재활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에 머물며 초기 재활을 하고 카타르로 다시 넘어간다. 내년 5월 알 두하일과 계약이 종료되는 남태희는 더 큰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올여름에 FA신분이 된다. 소속팀이 더 좋은 조건과 기간을 제시했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현재 소속팀과 7년을 함께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지만 축구 선수로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갖고 나에게 맞는 팀이 있으면 도전해보려 한다. 경기에서 뛸 수 있고 나를 정말 원하는 감독님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쉼표가 찍혔지만 부상은 그가 축구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라운드를 밟는 일의 소중함도 깨달았다. 

“부상을 당하고 나니 많은 걸 느끼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축구를 계속 이어나가는 게 목표다. 팬들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하루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선수가 되고자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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