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FA 계약을 맺지 못한 김민성-최진행-윤성환-금민철(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프리에이전트(FA) 협상 테이블에서 구단의 ‘KO 행진’이 시작될 조짐이다.

2018년까지 전체 15명 중 단 4명 계약에 그친 FA 시장은 최근 들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박용택(LG·2년 총액 25억 원), 박경수(KT·3년 총액 26억 원), 김상수(삼성·3년 총액 18억 원), 송광민(한화·2년 총액 16억 원)이 차례로 계약했다. 이제 15명 중 미계약자는 7명이다. 가까스로 계약률이 50%를 넘었다.

그나마 선수들로서는 만족스러운 계약이 아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구단이 이겼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물론 계약 규모는 보는 이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구단 생각에 훨씬 더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적의 가능성이 막힌 선수들은 구단이 짜놓은 판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좀 더 챙기는 데 그쳤다.

박용택은 연간 금액으로 볼 때 그나마 후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계약 기간에서 구단의 뜻을 꺾지 못했다. 박경수 김상수 송광민은 계약 기간을 관철하지 못했거나 옵션 비중이 작지 않다. 그간 FA 협상에서 옵션은 총액의 10%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를 넘기면 선수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 선수는 적게는 20% 정도에서 많게는 50%까지 옵션이 끼었다. 역시 예년보다 구단이 유리한 계약이다.

협상이 장기화하고, 구단들이 이른바 ‘갑’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다. FA 계약 경력이 있는 한 에이전트는 “시장 상황도, 여론도 불리하다. 선수들과 에이전시들이 생각을 잘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판정패를 당하느냐, KO패를 당하느냐의 싸움”이라고 짚었다. 몇몇 대어를 제외하면, 자신들의 첫 요구 조건을 생각했을 때 판정승 사례조차 찾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남은 선수들의 더 힘든 싸움을 예상한다. 각 구단은 이번 주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계약하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다. 초읽기에 몰린 셈이다. 버틴다고 해서 딱히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전지훈련에 가지 못하면 그 자체로도 선수 손해다.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치는, 말 그대로 KO패다.

반대로 각 구단은 FA 협상 결과, 그리고 선수들에게 비판적인 여론을 보고 자신감을 충전했다. 자신들의 제시안이 더 합리적이라는 확신이 있다. 아직 FA 협상에 임하고 있는 한 구단 관계자는 “출국 전까지 계약이 되지 않으면 구단도 나름의 중간 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계약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또한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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