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키움이 바라본 곳은 눈앞의 고지가 아니었다. 눈높이는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와 이정후의 연봉 협상 이야기다.

이정후는 29일 구단과 지난해 1억1000만 원보다 1억2000만 원 오른 2억3000만 원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으로 프로 3년차가 된다. 기존 3년차 최고 연봉은 한화 소속이던 류현진의 1억8000만 원이었다.

키움 구단은 일찌감치 이정후에게 3년차 최고 연봉을 안겨 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때만 해도 모든 이들은 키움의 눈높이가 류현진을 향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정후가 타율 3할5푼5리(3위)를 기록하며 팀의 중심축 노릇을 톡톡히 해냈지만 부상 탓에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정후는 144경기 중 109 경기를 출장하는 데 그쳤다. 규정 타석은 채웠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키움 구단의 계산은 이를 뛰어넘었다. 류현진을 넘어 나성범까지 제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나성범은 1군 진입 3년차에 연봉 2억2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KBO가 나성범의 연차를 NC 창단 첫해부터 카운트하기로 하면서 3년차 최고 연봉 기록은 여전히 류현진으로 남아 있었다.

키움은 작은 논란의 불씨마저 만들지 않겠다는 듯 단박에 이정후를 나성범까지 넘어서게 했다. 2억3000만 원의 대형 계약을 안기며 두말할 것 없는 3년차 최고 연봉 선수로 만들었다.

이런 자신감은 협상 초반엔 아예 연봉 액수도 공개하지 않는 당당한 자세로 출발했다. 키움 구단은 이정후 측에게 계약을 닥달하지 않았다. 최고 대우를 해 준다는 계획이 미리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후 측에 구단 의사가 전달된 것은 최근 일이다. 당연히 '밀당'도 크게 오가지 않았다. 구단이 통 큰 행보를 보인 덕에 밀고 당기기도 필요 없었다.

이정후가 출장 경기수는 적지만 높은 타율과 4할1푼2리의 수준급 출루율로 톱타자 몫을 충분히 해냈다는 계산을 했다.

키움 측 관계자는 "나성범의 기록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정후는 우리가 소중히 키우고 있는 재산이다. 팀 공헌도도 높지만 이른 시간 내에 팀의 얼굴이 되어 주고 있다. 그런 내용들을 모두 고려해 3년차 최고 연봉을 산정하게 됐다. 그 정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정후도 구단의 특급 대우에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최선을 다해 그 정성에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정후는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구단의 배려에 감사한다. 또한 팬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이런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는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답답한 시간이 길었다. 겨울 동안 부상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몸 상태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개막전에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엔 부상 없이 풀 시즌을 뛰며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다. 보다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 구단과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